씨게이트, 같은 저전력 하드 디스크라도 우리는 달라!
2010년 12월 16일, 씨게이트 테크놀로지(www.seagate.com)는 3.5인치용 데스크탑 PC용 친환경 하드 디스크 제품 ‘바라쿠다 그린(Barracuda Green)’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실 바라쿠다 그린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으로, 씨게이트는 바라쿠다 그린에 대한 사실 한 가지를 알리기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현장에서는 향후 하드 디스크 전반에 대한 기술적 재조명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지금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약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천천히 보도록 하자).
세계 하드 디스크 포맷 방식의 변화
내년부터 세계 메이저 하드 디스크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IDEMA(The International Disk Drive Equipment and Materials Association)에서 데스크탑 PC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하드 디스크의 포맷 방식을 변경한다. 하드 디스크 안에는 섹터라는 것이 있는데, 데이터가 저장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말한다. 이 섹터가 기존 512B(바이트)에서 8배인 4096B 즉, 4KB(킬로바이트)로 변경된다. 이렇게 변경이 되면 기존보다 섹터 당 저장 용량이 커져 같은 크기의 하드 디스크라도 전체 용량과 성능이 꽤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뭐든지 변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이렇게 하드 디스크 포맷 방식이 변경되면, 기존 운영체제가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오히려 성능 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즉, 윈도우 XP에서 4KB 섹터 방식 하드 디스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씨게이트 측에 따르면 약 30~40% 정도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윈도우 XP 운영체제에서 새로운 하드 디스크를 사용하려면 ‘4KB 인식’ 프로그램과 같은 유틸리티를 사용해 바로 잡아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최근에 출시된 윈도우 7 운영체제도 이런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KB 섹터 방식 2TB 하드 디스크를 파티션으로 나누지 않고 단일 C 드라이브로 사용하면 괜찮지만, C와 D 등 2개 이상의 파티션으로 나눠서 사용하면 두 번째 파티션부터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고용량 하드 디스크를 주로 사용하는 지금은 대부분 파티션을 나누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점을 겪을 수 있다.
왜 문제점이 생기는가?
512B에서 4KB 섹터 방식으로 바뀌면 왜 문제점이 생기는지 궁금할 수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기존 틀에 맞는 상자 8개가 있다. 그 상자 규격에 맞게 제작된 물건(데이터)를 집어 넣는 시스템(기존 운영체제)이 있었는데, 새로운 상자 규격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를 표준화하겠단다. 그럼 그 상자 규격에 맞는 물건이 현재는 없으니 바꿔 줄 수 있는 시스템(새로운 운영체제 또는 소프트웨어)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 바뀐 규격의 상자에 어떻게 물건을 집어 넣을 수는 있다. 그럼 간혹 들어가지가 않아서 못 넣거나 앞의 상자에 넣어야 할 것을 뒤에 상자에 넣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면 전체 물건들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이를 Miss Alignment, 우리 말로 하면 ‘포맷의 불일치’, ‘틀린 정렬’ 등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점이 내년이면 대부분의 하드 디스크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전문 하드 디스크 제조사들은 세계 표준 규격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헐적으로 계속 512B 포맷 방식 하드 디스크를 출시하는 업체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존 방식은 점점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씨게이트, 새로운 포맷 방식에 대비하다
씨게이트는 기자간담회 전반부를 대부분 이 포맷 방식 변경에 대한 설명으로 할애했다. 그리고 바라쿠다 그린은 4KB 포맷 방식이더라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스마트 얼라인(Smart Align)’이라고 하는데, 윈도우 XP같은 이전 운영체제라도 별도의 소프트웨어, 유틸리티 없이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오션 테크놀로지 이채호 차장은 “현재의 하드 디스크에서 새로운 방식의 하드 디스크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PC와 하드 디스크에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문제점을 겪게 될 것이다”라며, “스마트 얼라인 기술이 탑재된 씨게이트 하드 디스크는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보인 바라쿠다 그린은 씨게이트의 저전력 하드 디스크였던 바라쿠다 LP의 후속 모델이다. 스마트 얼라인 기술은 물론이고, 저전력 하드 디스크 중 특이하게 5,900RPM 회전 속도를 탑재했다. 보통 저전력 하드 디스크의 회전 속도는 5,400RPM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간의 성능 향상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자세한 성능은 리뷰 작성 기사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또한, SATA3라고 불리는 차세대 SATA 인터페이스를 탑재해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에서 6Gb/s의 전송 속도로 사용할 수 있다(SATA 1.5Gb/s, SATA2 3Gb/s). 이외에 64MB 대용량 캐시 메모리도 탑재되어 있다. 현재(2010년 12월) 인터넷 최저가는 119,000원이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언제나 결론은 간단하다. ‘자사 제품은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과거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결국은 자사 제품의 광고?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씨게이트 측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사용자가 직접 사용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윈도우 XP와 같은 기존 운영체제에서 4KB 포맷 방식 타사 하드 디스크와 씨게이트 스마트 얼라인 하드 디스크를 각각 한번씩 사용해 볼 것을 권장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4KB 하드 디스크가 출시되기 시작하면, 씨게이트가 언급했던 문제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먼저 느낄 것임에 틀림 없다. 포맷 방식의 변화는 앞으로 고용량 하드 디스크로 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분명 다른 제조사들도 이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이번 변화를 통해 웃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