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만들면 다르다! 태블릿 PC형 스마트폰, ‘스트릭’
왜 그들이 그 동안 가만히 있었나 싶었다.
물론 내부적으로 이러저러한 대비와 준비 단계를 하나 둘 거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구처럼’ 서둘러 제품을 출시하여
안정성이나 최적화 문제로 숱한 질타를 받기 보다는(물론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긴 했지만),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전세계 컴퓨터 시장에서 1, 2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처럼 확실한 제품을 선보이고자 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이제 서서히 스마트폰, 태블릿 PC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첫 신호탄은 델(Dell)의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streak)이다.
그런데… 태블릿폰?
그리고 델은 컴퓨터 업체 아닌가?
이미 시장 재편은 끝났는데 이제 나와서 뭘 어쩌겠다고?
이에 대해 하나씩 본 리뷰어가 대변한다.
‘태블릿폰’이란 명칭은 순전히 본 리뷰어가 스트릭을 사용해 본 후 최종적으로 붙인 제품 구분이다. 다른 매체에서는 ‘스마트폰인가, 태블릿
PC인가’로 일관하고 있지만, 본 리뷰어가 보기에 스트릭은 스마트폰과 장점과 태블릿 PC의 장점을 조합한 ‘태블릿폰’이 맞을 듯하다. 그
근거를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맞다. 델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사다. 휴렛팩커드(HP)와 함께 전세계 컴퓨터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굴지의 글로벌 브랜드다. 다만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2010년 3분기 전세계 컴퓨터 시장 점유율에서는 에이서(Acer)에게 2위 자리(13.1%)를 내주긴 했지만, 1위인 HP(17.5%)와 함께 늘 상위권(12.2%)에 머물러 있는 공신력 있는 제조사다(동일 분기 미국 내 판매량은 HP(25.3%)에 이어 2위(23.8%)다). 델은 노트북, 데스크탑 컴퓨터뿐 아니라 기업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토털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델이나 HP 제품을 경험해 본 사람은 동감하겠지만, 그들은 제품을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그런 델이 만든 태블릿폰, 즉 태블릿 PC형 스마트폰이 '스트릭'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 태블릿 PC 시장은 삼성 갤럭시S/갤럭시 탭과 애플 아이폰/아이패드가 장악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틈새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 이런 추세라면 2011년 말에는 2,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어찌 보면 올해는 스마트폰/태블릿 PC 시장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그래서 LG전자, 모토로라, HTC, 소니 등도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제는 확실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사용자가 그만큼 제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 델이 스트릭을 들고 나왔다.
5인치 스마트폰, 아니 태블릿폰
스마트폰 운영체제 분야에서는 단연 구글 안드로이드가 인기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델 스트릭은 이러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2(프로요) 버전을 탑재했다. 그런데 본 리뷰어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프로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용하는 내내 그 ‘다른 느낌’의 근본적 이유를 찾고자 했다. 독자들도 이 리뷰를 읽으며 그걸 찾아 보기 바란다.
일단 외형은 4인치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크고 7인치/10인치 태블릿 PC보다는 작다. 4인치 스마트폰에 익숙해서 인지 크기에 따른 이질감이 앞섰다. 최홍만 선수마냥 1,000ml 우유가 미니어처처럼 보일 정도로 손이 크지 않는 이상, 5인치 화면을 한 손으로 구석구석 터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한 손으로 안되면 두 손으로 터치하면 된다. 스트릭을 괜히 한 손으로 무리하게 조작하려다가는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두께는 생각보다 얇다. 본 리뷰어의 4인치 스마트폰과 거의 유사하다. 애매하게 볼록한 부분도 없고 앞면, 뒷면 모두 깔끔하게 재단됐다. 위아래(사실은 양 옆) 부분은 둥글게 마무리하여 흡사 휴대용 게임기 같은 모습이다. 무게는 220g. (본의 아니게 자꾸 비교하게 되는) 4인치 스마트폰이 120g이니 크기에 비해서는 결코 무겁지 않은 수준이라 판단된다.
전면/좌우측면/후면 구성은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과 비슷하다. 4인치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작 버튼 중 홈 버튼이 좌측으로, 메뉴 버튼이 중앙으로 배치됐다는 것. 그리고 가로 사용이 기본임을 알려 주는 버튼 아이콘 모양을 비롯해, 카메라 셔터 버튼이 있다는 것(사진 많이 찍는 사용자에겐 절대적으로 편리), 뒷면 카메라 부분에 외장 플래시가 내장됐다는 것 등이다.
이어폰은 일반형(3.5극) 제품을 사용하면 되며 충전 및 컴퓨터 연결은 30핀 전용 케이블을 사용한다. 충전 커넥터의 위치를 봐도 알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스트릭은 가로 사용이 기본이다. 디스플레이 설정 상의 ‘자동 화면 회전’ 옵션을 끄면 가로보기로만 고정된다(당연히 세로보기가 기본일 줄 알았다).
뒷면에는 커버 아래로 내장 스피커 출력부가 드러나 있는데, 자그마한 구멍이 아닌 가로로 길게 되어 있는 형태라 상대적으로 출력도 좋고 음질도 들을 만 하다. 커버를 아래로 살짝 내리면 어렵지 않게 열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작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커버를 열면 본체 전원이 꺼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델이나 HP가 만드는 컴퓨터, 특히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등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즉 커버를 열면 무조건 전원을 꺼지도록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장점일 수도 있고 또 어찌 보면 (커버를 자주 여는 사용자에겐) 번거로운 기능일 수 있다(아래 사진 중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이 커버 오픈 인식 스위치다).
커버를 자주 연다? 독자들은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의 뒷면 커버를 얼마나 자주 여는가? 본 리뷰어만 해도 배터리 소모가 심하기로 소문난 4인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커버 열 기회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어차피 (쓸데 없이) 커버를 그냥 열었다 닫을 게 아니라면 뭘 하든 반드시 전원은 꺼야 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스트릭의 커버 전원 차단 기능이 불필요한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블랙 하이그로시 코팅을 적용하여 깨끗하고 간결한 느낌이지만, 화면 부분을 제외한 가장자리(베젤)가 넓어 4인치 스마트폰보다 더욱 커 보인다. 제조상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이 부분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었으면 본 리뷰어와 같이 첫 대면에 크기로 인한 이질감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크기 이야기에 좀더 덧붙이자면, 스트릭은 4인치 스마트폰처럼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얼마 전 모 드라마에서 삼성 갤럭시 탭(7인치)으로 전화통화하는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한결같이 (특정 상품 과다 광고라는 지적과 함께) 어색함을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A4 용지 절반 만한 기기를 귀에 대고 있는 장면이 아직까지는 그리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5인치의 스트릭도 그와 같지 않겠다는 의구심이 있다면 아래 사진으로 판단하기 바란다. 4인치 스마트폰과 스트릭, 그리고 7인치 태블릿 PC(갤럭시 탭과 유사한 크기의 제품)를 귀에 대고 있는 연출 사진이다. 어떤가? 그런데 4인치에 익숙하다 보니 5인치도 사실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7인치보다는 한결 봐 줄만 하다.
안드로이드 2.2(프로요) 태블릿폰
우선 최신 제품답게 안드로이드 2.2 프로요(이하 프로요)를 내장했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여긴다. 스트릭이 처음 공개될 당시에는 1.6으로 지정됐기에 더욱 그러하다(국내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기 중에 아직 2.1(에클레어) 버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더러 있다). 그 동안 4인치 스마트폰의 프로요 버전을 주요 사용했던 터라 모든 프로요 기기가 다 그 제품 수준일 줄로만 알았다. 구글에서 만든 운영체제를 가져다가 각 기기 제조사가 자사 제품에 맞게 변형/수정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에 따라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한 사용자라면 응당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스트릭도 프로요를 탑재했지만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의 프로요와는 전혀 딴판이다. 외형적, 기능적, 성능적인 면에서 그렇게 보였고 그렇게 느꼈다.
1) 외형적 체감
스트릭은 5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지만 4인치 제품과 동일한 480 x 800 해상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눈에 보여지는 해상도는 4인치보다 넓으면서도 조밀하다. 마치 그 동안 1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다 20인치 이상의 모니터로 바꾼 후 해상도를 높게 변경한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 웹 페이지만 봐도 4인치에서 보는 화면과 5인치에서 보는 화면은 동일한 해상도 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메인 화면, 홈 화면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아이콘 크기 및 배치도 4인치와는 다르다. 한 화면에 총 16개(4 x 4)의 아이콘이 배치되는 4인치 스마트폰에 비해, 스트릭은 28개(4 x 7)가 배치된다.
화면 품질에서도 제조사 특허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4인치 스마트폰에 전혀 뒤지지 않는 깔끔하고 정갈한 화질이 인상적이다. 물론 스트릭은 일반적인 ‘WVGA TFT’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봐도 화질에 있어서 별다른 불만을 가질 만한 부분이 없다. 화면 크기에서도 4인치 보다는 아무래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7인치나 10인치 태블릿 PC보다는 그 시원함이 덜하겠지만, 그들 제품은 바지 주머니에 넣을 수 없지 않은가. 아마도 스트릭과 같은 5인치 기기가 (자켓이 아닌)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최대 크기라 판단된다.
디스플레이 부분에는 긁힘이나 흠집에 강한 강화유리를 부착했지만, 다른 기기 못지 않은 터치감과 반응도를 보이고 있다(그래도 가급적이면 보호필름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
스트릭의 또 하나의 외형적 특징은 제품에 맞게 초기 화면 등을 최적화한 것인데, 홈 화면에서 메인 화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홈’ 버튼이 아닌 화면 스크롤로도 가능하도록 했다. 홈 화면에서 좌우측으로 스크롤하면 (다른 기기와 마찬가지로) 이전/다음 화면을 보여주지만, 위로 스크롤하면 메인 화면이 나타난다(메인 화면에서 아래로 스크롤하면 다시 홈 화면이 나타난다). 물론 별 것 아니라 말하겠지만, 그 동안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언급하고 싶다.
이 밖에 델 홈 화면에 위젯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델 스테이지(Stage)’ 기능도 제법 쓸 만하다. 여기에는 사진 갤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허브(트위터, 페이스북만 가능, 상하 스크롤 가능), 연락처 목록, 음악 파일 목록, 이메일 항목(상하 스크롤 가능) 등이 포함된다. 이 중 SNS 허브(트위터) 기능 이메일 기능을 위젯으로 적용해 보니 나름대로 유용했다. 이메일의 경우 동기화 설정을 해두면 새로 수신되는 메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소셜 위젯 역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위젯 상태에서 메시지 입력, 발송이 가능해 편리하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발견됐다. 홈 화면 개수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 즉 홈 화면이 기본적으로 7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추가하거나 줄일 수 없다. 이는 사용자의 사용 패턴, 습성에 따라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홈 화면 개수를 굳이 고정해야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본 리뷰어의 경우 평소에 홈 화면을 가급적 적게 사용하는 편(현재 3개)이라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이 밖의 안드로이드 측면의 외형적 모습은 다른 기기와 거의 흡사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홈 버튼과 메뉴 버튼 위치가 바뀌었지만 처음에만 약간 헛갈릴 뿐 전반적으로 금방 익숙해지는 인터페이스다.
2) 기능적 체감
안드로이드 프로요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은 모두 제공하고 있다. 즉 플래시 10.0을 지원해 인터넷 웹 페이지를 컴퓨터에서 보는 화면 그대로 출력할 수 있고, USB 및 와이파이 테더링(무선 공유기 기능)도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스트릭을 사용하면서 발견한 기능적 특징이 하나 있다.
문자 입력 시 자동 완성 기능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버전에 포함되어 있는 기능이다(진저브레드 관련 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3946/ 참고).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이 맞다. 즉 영어든 한글이든 글자를 입력할 때, 입력된 문자에 따라 예상되는 단어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문장 작성 시 편의를 돕는 기능이다. 사용해 보니 문자 메시지 보낼 때나 트위터 사용할 때 정말 유용함을 체감했다. 권장 단어도 의외로 다양하다. 실제로 본 리뷰어의 이름을 입력해 보니 권장 단어로 가수 ‘이문세’ 씨 이름도 나왔고, 일단 ‘이문규’를 입력한 다음부터는 ‘이문’까지만 입력하면 ‘이문규’가 권장 단어로 올라 왔다. 결국 한번 입력한 단어는 재활용된다. 또한 ‘마누’까지 입력하면 ‘마누라’와 ‘마눌’, ‘마눌님’까지 권장해 주는 센스(?)도 보이며, ‘무한도전’, ‘일박이일’ 등과 같이 인기 단어도 들어가 있다(아마도 어떠한 단어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저브레드 버전부터 적용될 기능이 스트릭에는 이미 들어가 있다.
또 하나는 카메라 셔터 버튼이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처럼 셔터 버튼으로 반셔터(초점 맞추기) 후 완전히 눌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그 동안 화면을 터치하여 초점을 맞추고 촬영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셔터 버튼 하나로 (일반 카메라처럼) 간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두 개의 외부 플래시(LED)가 있다는 점도 스트릭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 성능적 체감
사실상 스트릭 리뷰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다. 본 리뷰어가 DMB도 안되는 스트릭에 극찬을 보내는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 최적화’ 때문이다. 동일한 프로요라고 하기에는 4인치 스마트폰과 너무도 확연한 성능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운영체제도 동일하고 하드웨어 사양에서도 거의 차이 없는 상황이니 원인은 결국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최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의 아이폰에는 앱을 관리하는 기능이 없다. 굳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드웨어에 맞춰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사용자는 이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기, 특히 본 리뷰어가 사용하는 4인치 스마트폰은 앱을 실행한 뒤 종료하면 계속 살아남아(백그라운드로 실행) 시스템 자원이나 성능을 잠식하는 경우가 많다. 두세 개의 앱만 실행해도 짜증날 정도로 버벅이거나 한 동안 멈춰 있는다. 그래서 앱 관리 기능이나 별도 앱이 반드시 필요하다(앱 관리는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의 업(業)이다). 이는 에클레어(2.1) 버전 때도, 프로요(2.2) 버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앱 실행/종료를 정확히 제어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에 운영체제 등을 최적화해야 한다. 애플이 그러는 것처럼.
스트릭은 아무리 찾아 봐도 순정 앱 관리 기능이 없다.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앱 관리 기능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지만, 몇 시간 사용해 보니 스트릭은 이상하리만치 성능적 평점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사용 중인 스마트폰 같았으면 여러 번 버벅였을 상태였을 텐데. 이처럼 스트릭은 앱 실행 후 홈 버튼을 눌러 다른 앱을 연속적으로 실행하더라도, 거의 아이폰에 흡사할 정도로 안정적인 운영 성능을 보여줬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어떠한 튜닝 조작도 없었다.
아이폰 사용자가 그러는 것처럼 앱 실행 → 홈 버튼 → 앱 실행 등의 작업을 반복했다. 4인치 스마트폰에서 보이던 화면 스크롤 시 또는 화면 전환 시 버벅임 현상, 앱 멈춤 현상, 앱 강제 종료/대기 현상 등의 성능적 문제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지난 6개월간 조금씩 쌓였던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가는 느낌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나중에 인근 휴대폰 판매 매장에 스트릭이 수급되면 꼭 한번 체험해 보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스트릭은...
이따가 다시 언급하겠지만, 스트릭은 외장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을 제공하고 있어 최대 32GB 메모리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본 리뷰에는 샌디스크 16GB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사용했고, 정상적으로 인식/작동했다. 배터리는 1,530mAh 용량을 제공하며 착탈/교체가 가능하다. 델이 공개한 사양표에는 최대 연속 통화시간은 약 9시간, 대기시간은 약 400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그저 참고할 만한 이론적 수치임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무선 랜과 GPS 수신을 켜고, 화면 밝기 최대 등의 설정으로 사용했을 때 다른 기기와 비슷한 배터리 소모량을 보였다. 이외에 블루투스 기능도 빠짐 없이 제공된다.
내장 앱 중 주목할 만한 건 델에서 개발한 백업/복원 앱인 ‘Backup & Restore’와 동기화 앱인 ‘Dell Sync’, 외국 잡지를 온라인으로 보는 ‘지니오 리더(Zinio Reader)’ 정도이며, 설정 메뉴에 있는 ‘시스템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델에서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몇 가지
만족스러운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이뤘다 해도 커버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스트릭을 처음 사용한다면 모를까 이미 겪어 볼 기기는 다 겪어 봤기에 아쉬운 점, 미흡한 점으로 지적할 부분도 발견했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그저 ‘아쉬울 따름’이지 치명적/결정적 단점은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우선 내장 메모리 부분이다. 앞서 스트릭은 외장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을 따로 제공한다 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내장 메모리 양이 2GB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리뷰에서 본의 아니게 비교 대상으로 곤욕을 치른 4인치 스마트폰도 16GB(어플 설치 공간: 1.8GB)로 메모리 용량에서는 결코 부족함 없다. 그에 비한다면 2GB 내장 메모리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래도 제품 패키지에 16GB 마이크로 SD 메모리가 기본 포함된다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다만 그로 인해 몇 만원 정도 전체 가격이 높아졌을 것이고, 애초에 32GB 메모리를 사용하고자 했던 사용자는 애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참고로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마이크로 SD 메모리(SDHC 방식)의 최대 용량은 32GB다).
무선 랜 최신 규격인 802.11n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어찌 됐든 간에 54Mbps(802.11g) 보다는 150Mbps(802.11n) 속도가 빠른 것일 테니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터넷 인프라가 좋고 유무선 공유기 보급이 원활한 환경에서는 802.11n 규격이 더욱 절실하다. 물론 802.11g 규격이라 해서 답답하게 느리지는 않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지.
마지막으로, 이건 아쉽다고 해야 할지 인정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카페나 블로그 게시글 내 삽입형)은 재생되지 않으나 다음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은 정상 재생된다. 동일한 플래시 기반 동영상인데도 그러하다. 더 의아한 건, 4인치 스마트폰에서는 스트릭과는 반대로, 네이버 동영상은 재생되는데 다음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는다. 이게 포털 사이트 측의 문제인지 기기 제조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문제인지... 진실은 저 너머에.
5인치 새 시장 영역을 개척하는 ‘태블릿폰’
솔직히 델의 스트릭은 하드웨어 사양에서 보면 그리 내세울 만한 부분이 없다. 프로세서도 평범하고 내장 메모리 양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미흡하며, DMB 방송 수신 기능도 없다(외산 기기는 대부분 DMB 기능이 없다). 만약 스트릭이 이 상태로 기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제품으로 출시된다면 델 관계자가 아닌 이상 구매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 그러나 스트릭은 어느 제조사도 시도하지 않은 5인치 기기 시장에 과감히 발을 들였다. 그러면서 바지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가장 시원한 해상도와 완벽에 가까운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이뤄냈다. 안드로이드 기기를 접해 본 적 없는 사용자도 좋지만, 그 보다는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 있는 사용자에게 더욱 권장할 만 하다.
스트릭은 글로벌 컴퓨터 제조 업체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태블릿폰이었다. 물론 그 의미와 효용성, 그에 따른 평가는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3~4인치급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7~10인치급 태블릿 PC의 가독성을 적절히 취합하려던 제품의 기획 의도는 잘 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면 그들과 충분히 붙어볼 만 하다. 장담할 순 없겠지만 승산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