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IT 정리] 2010년을 뒤흔든 IT 9대 트렌드
60년마다 돌아온다는 백호의 해 2010년이 저물어간다. IT동아 편집부는 연말을 맞아 올해 IT분야의 주요 트렌드, 사건사고, 내년 전망을 담은 기획 3부작을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온 트렌드가 유독 많이 쏟아진 한 해였다. 연말 결산 그 첫 번째로 2010년 한 해를 휩쓴 IT 트렌드를 정리했다.
1부 - IT동아가 정리한 2010년을 뒤흔든 IT 트렌드
2부 - IT동아가 정리한 2010년 IT를 뜨겁게 달군 사건사고
3부 - IT동아가 전망하는 2011년을 빛낼 예상 트렌드
1. 스마트폰 없으면 정말 못살아
올해 IT업계에서 최고의 화두는 역시 스마트폰이었다. 지난 2009년 11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스마트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 LG, 팬텍이 유지했던 3강 구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힘을 잃고 밀려났다. 이어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대항마로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업계에서 발표한 연내 스마트폰 가입자 추정치는 약 700만 명. 예상했던 숫자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스마트폰은 정치, 경제, 문화 전방위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 정당’을 표방한 한나라당은 올해 초 국회위원과 사무처 직원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활용 장려에 나섰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경선을 생중계하는가 하면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의정활동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IT업계에 고용 증대 효과도 불러왔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오픈마켓의 활성화로 앱 개발 벤처기업의 수가 늘었고, 액세서리 산업이나 소셜커머스 산업 등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자사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거나 트위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도 변화시켰다. 스마트폰 보급을 기점으로 와이파이(Wi-Fi, 무선 랜)가 대중화되면서 커피전문점 등에는 스마트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이젠 무가지 대신 스마트폰의 인터넷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 졌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5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동통신사 2년 약정 계약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2명 꼴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대가 곧 다가온다.
2. 140자 단문의 매력, 트위터가 대세
스마트폰 돌풍이 불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급부상했다. 특히 트위터가 스마트폰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 그 동안 트위터는 한국형 1세대 SNS인 싸이월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상황이 역전됐다.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쉽고 빠르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가 새로운 소통 창구로 떠오른 것이다. 2009년 초 가입자 수가 5,000여 명에 불과하던 트위터는 올해 11월 국내 가입자 수만 200만 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올해 9월 태풍 곤파스가 맹위를 떨칠 때, 태풍관련 출근길 침수 정보를 가장 빨리 전한 것이 바로 트위터였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된 정보는 이와 같은 위급 상황에서 더 빛을 발했다.
유명인들도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외수 작가의 팔로워(follower, 따르는 이)는 12월 현재 50만을 넘어섰으며, 브라이언 코치와의 결별에 대해 트위터로 진실공방을 펼쳐 화제가 됐던 김연아 선수는 3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유명 한류스타들의 경우 트위터를 통해 해외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3. 스마트폰 다음은 나, 태블릿 PC 등장
스마트폰에 이어 등장한 태블릿 PC는 올해 하반기 방송과 지면을 가장 많이 장식한 IT기기 중 하나다.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던 애플 아이패드가 물량 부족과 인증 문제로 주춤하던 사이, 엑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이 먼저 출발선을 끊었다. 지난 9월 본격 출시에 나선 아이덴티티탭은 KT 와이브로 2년 약정 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엔스퍼트는 아이덴티티탭 판매량이 올해 안에 5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중순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이 선보였으며, 곧이어 애플의 아이패드가 맹추격에 나섰다. 2주만에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갤럭시 탭과 글로벌 판매량 1,000만 대를 앞둔 아이패드가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는 내년에는 태블릿 PC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한 차례 문화충격을 경험한 뒤라, 이대로라면 태블릿 PC는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앱과 태블릿 PC의 앱이 완벽하게 호환되기 시작하면 태블릿 PC 관련 산업도 스마트폰 못지 않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 DSLR과 똑딱이의 장점만 쏙쏙, 미러리스 카메라 급부상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DSLR(일안반사식렌즈) 카메라의 성능에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결합한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하이브리드 카메라)가 화제가 됐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에서 거울과 펜타프리즘(렌즈로부터 들어온 피사체 화상을 뷰파인더로 비춰주는 오각형 거울)을 제거해 부피를 줄였고 DSLR처럼 필요에 따라 망원렌즈, 줌렌즈, 광각렌즈로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동안 DSLR 시장은 캐논, 니콘, 소니가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DSLR 특성상 시장점유율의 변동폭이 작고 순위변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후발주자들은 관련 기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에 진출하지 않거나 진출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미러리스 카메라가 후발주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제일 먼저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에 소니와 삼성전자도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DSLR 시장 규모는 연간 약 35만 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규모는 약 15만 대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일부 시장을 잠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5. 손 내밀면 닿을 듯, 3D 입체영상 돌풍
2009년 말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3D 입체영상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 일반 2D 영화보다 약 1.5~2배의 높은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3D ‘아바타’의 객석점유율은 90%에 달했다. 2D로 한 번 관람했던 사람들이 3D로 재관람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아바타’가 흥행에 성공하자 많은 영화들이 3D로 제작됐고, 기존에 2D로 촬영됐던 영화들도 3D로 변환해 재개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이성재 주연의 ‘나탈리’가 국내 최초로 3D로 촬영, 개봉되어 화제를 모았다(관람객이 95,000여 명에 불과해 흥행에는 참패했다).
3D 입체영상은 영화를 넘어 방송과 게임에도 진출한다. 스카이라이프가 국내 최초로 3D 드라마 ‘김치왕’을 방영할 예정이며, 게임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는 3D 온라인 게임 ‘볼츠&블립 온라인’을 개발 중이다. 휴대용 게임기 분야에서는 닌텐도 3DS가 내년 초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관이 아닌 가정에서 3D 입체영상의 대중화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 3D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3D TV와 PC용 3D 키트의 보급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는 ‘아바타’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절실한 입장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3D 성인물이 인기를 얻는 시점에 단말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보는 ‘나탈리’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개인적인 공간에서 혼자 볼 수 있는 TV용 3D 성인물은 인기가 높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6. 데스크탑 비켜라, 노트북 나가신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데스크탑의 판매량은 정체되는 반면에 노트북 판매량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노트북 판매량은 이미 2008년에 데스크탑 판매량을 앞질렀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노트북 판매량이 데스크탑을 추월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상반기 노트북 판매량은 149만 대, 데스크탑 판매량은 135만 대다. IDC는 올해 노트북 수요가 270만 대, 데스크탑 수요가 243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트북이 주류로 떠오른 이유는 데스크탑 못지 않은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 동안 데스크탑의 주 고객이었던 기업들조차 노트북을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데스크탑은 책상 위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직은 고성능 노트북이 데스크탑보다 1.5~2배 가량 비싸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그 차이는 점차 좁혀질 전망이다. 저가 PC시장에서도 넷북과 울트라씬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 태블릿 PC까지 가세하면 데스크탑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업계에서는 기존 데스크탑의 역할을 노트북이 대신하게 되고, 노트북 역할을 일부를 태블릿 PC가 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7. 탐험가의 시대는 갔다, 파이어폭스/크롬의 대약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가 곧 웹 브라우저를 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일 뿐이다. 한 때 90%에 달했던 IE의 점유율은 경쟁자 모질라의 파이어폭스가 등장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속도와 성능, 보안성 면에서 파이어폭스가 우위를 점했던 것. 여기에 구글의 크롬이 가세하면서 IE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이 밝힌 전세계시장 IE의 점유율은 58.3%, 파이어폭스는 22.8%, 구글 크롬은 9.3%다.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IE가 95%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공공기관, 은행 등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IE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 X 웹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IE를 사용하지 않으면 인터넷뱅킹을 비롯한 각종 금융 서비스와 전자상거래에 큰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 불편해도 익숙함을 택하는 사용자들의 경로 의존성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와 구글이 액티브 X를 지원하지 않자 많은 사용자들이 불편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액티브 X를 배제하자는 여론이 IT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까지 정부 사이트에서 액티브 X를 없애고 웹표준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다른 사이트들도 액티브 X 제거에 동참하고 있다.
모든 웹 브라우저에 호환되는 액티브 X 대체 기술이 개발되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파이어폭스와 크롬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다만 그 대체 기술이 언제 개발되어 언제 모든 사이트에 적용될 지는 아직까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8. 10년이면 많이 썼다, 새 윈도우로 갈아탄다
지난 해 10월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PC 운영체제 윈도우 7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된 운영체제로 꼽힌다. 출시 4개월 만에 전작 윈도우 비스타의 판매기록을 1.5배 이상 경신했으며 전세계적으로 2억 장 이상 팔렸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22일 기준 400만 장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연말까지 윈도우 7을 탑재한 PC가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국내 사용자들은 출시된 지 9년이 넘은 윈도우 XP를 주로 사용했다. 이후 윈도우 비스타가 나오긴 했지만 교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사용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XP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와 유료 기술 지원을 올해 7월 종료하면서 보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윈도우 7가 역대 윈도우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운영체제 교체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 전 사업장의 운영체제를 윈도우 7로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운영체제 교환으로 인해 생산성이 50% 증가하고 관리 비용은 20% 감소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밖에 KBS, 대한항공, 포스코 등 20여 개의 대기업들도 점차 윈도우 7으로 교체하는 추세다.
9. 그린 IT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그린 IT는 컴퓨터가 소모하는 전력을 절감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뜻한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1석 2조의 기술로, 전세계적으로 그린 IT 기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인터넷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비스), 스마트 그리드(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차세대 전력망), LED 조명(발광다이오드 조명) 등이 대표적인 그린 IT에 속한다.
사실 그린 IT는 올해 새롭게 대두된 트렌드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IT 분야에서 꾸준하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저탄소 녹색 성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친환경 녹색인증을 받은 기업은 사업 참여, 심사 우대, 수출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많은 IT 기업들이 그린 IT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많은 기업들이 그린 IT를 검토하는 단계지만, 조만간 그린 IT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나날이 늘어가는 환경 오염과 부족해지는 자원 속에서, 그린 I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 (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