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3TB 하드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3TB 캐비어 그린
요즘 들어 PC를 사용하다가 자주 보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하드 용량이 부족해 파일을 복사할 수 없다는 것. 그동안 애지중지 모아놓은 사진, 동영상, 음악 파일로 어느새 320GB 하드디스크가 포화 상태에 빠져 버렸다. 지울 것은 지우고 중요한 것들만 남겨 놓았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난감하기 그지 없다. 어쩌랴. 그냥 지울 수는 없고 저장해 보관할 수 있는 파일부터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귀찮은지. 내일은 기필코 용량 큰 하드디스크 하나 구매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구원의 손길일까? 때마침 웨스턴 디지털 3TB 캐비어 그린 하드디스크(이하 WD 3TB 캐비어 그린) 가 사무실로 배달되어 왔다. 지금까지 본 기자가 사용해본 하드디스크 중 가장 큰 용량은 320GB였다. 3TB라니,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앞으로 용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마침 지나가던 동료 직원은 “내가 좀 쓰면 안 될까?”라고 묻는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이 걸작이다.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동안 찍어온 동영상 용량이 말도 못할 정도라는 것. 한번 놀이동산이라도 다녀오기라도 하면, 찍은 HD급 동영상 용량이 4GB라고 한다. 그렇게 찍어 놓은 동영상만 500GB 하드디스크로 3개 정도는 된다니 할 말이 없다.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가 보급되면서 개인 소장용 사진과 동영상이 늘어난 이유도 있고, 디지털 미디어 발달로 사진, 동영상 등의 파일 용량도 무척 커졌기 때문이다. 블루레이급 화질 2시간짜리 영화 한편 용량이 기본 10GB가 넘는다. 온라인 게임은 또 어떤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용량은 기본 10GB 이상이고, 국내 온라인 게임 기대작 중 하나인 테라는 20GB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이렇게 설치 용량이 큰 게임, 동영상, 이미지, 음악 파일 등 때문에 하드디스크 용량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물며 한 사람이 사용해도 이러한데 가족 단위처럼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경우, 하드디스크 용량 부족 현상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3TB 용량은 대체 어느 정도?
이제는 GB 단위 하드 디스크가 아니라, TB 단위 하드 디스크가 필요할 때다. WD 3TB 캐비어 그린은 이런 시점에 딱 아닐까? 과연, 3TB는 어느 정도 크기의 용량일지 한번 생각해보자. TB는 Terabyte의 약자로 1TB는 1,024GB 용량이다. 3TB는 대충 3,000GB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평균 5MB MP3 음악 파일을 60만 개, 평균 1.3GB 용량의 영화(DVD 화질, 90분) 파일 2,300개를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실제 약 3주간 사용하는 동안, 용량 부족 현상은 겪을 수 없었다(용량이 부족했다면 그게 되려 이상했을지도). 그래도 채워 보려고 노력은 했다. 그 동안 다운받은 영화와 음악 파일, 관심있게 봤던 미국/일본 드라마 시즌 DVD 등을 하드디스크 안에 넣어 봤지만, 3TB를 채우는 것은 도무지 무리였다. 정말 용량 하나만큼은 크긴 크더라.
그럼 성능은?
걱정되던 한가지는 ‘성능’ 문제였다. 웨스턴 디지털은 사용자가 선택하기 편하도록 하드디스크 성능에 구분을 두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낮은 ‘그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좀더 설명하자면, 그래픽, 동영상 작업, 3D 게임 등 빠른 처리 성능에 적합한 ‘블랙’ 제품이 있고, 문서 작업과 웹서핑 등 일상적인 컴퓨팅 작업의 안정적인 작업을 위한 ‘블루’ 제품이 있다. WD 3TB 캐비어 ‘그린’은 저소음, 저발열을 특징으로 한 친환경 제품으로 성능보다는 데이터를 저장해서 사용하는 용도에 알맞다. 정리하자면, 데이터 처리 성능은 그 블랙 > 블루 > 그린 순이며, 가격 역시 블랙 > 블루 > 그린 순이다(성능과 가격은 반비례다).
또한, 하드디스크의 디스크 회전 속도도 성능에 꽤 중요한 부분이다. 그린 제품은 5,400RPM으로 블루, 블랙의 7,200RPM보다 낮은 회전 속도를 지닌다. 같은 캐비어 시리즈 제품은 아니지만, 벨로시랩터(VelociRaptor) 제품 같은 경우 1만 RPM 이상 회전 속도로 빠른 성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외에 버퍼 메모리 용량도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이 되며, 많을수록 좋다(요즘 출시되는 제품은 8MB/16MB/32MB/64MB가 있고 WD 3TB 캐비어 그린은 64MB이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플래터(platter) 개수다. 플래터는 하드디스크 내부에 들어가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원형 금속판으로, 플래터당 용량이 크고 하드디스크 당 전체 플래터의 수는 적어야 데이터 처리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WD 3TB 캐비어 그린은 웨스턴 디지털의 고밀도 집적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플래터 용량이 750GB에 이른다(일반적인 플래터 용량은 500GB 정도다). 즉, 750GB 용량 플래터 4장이 탑재되어 있어, 웨스턴 디지털 측에 따르면 다른 경쟁사의 같은 3TB 하드디스크보다 성능이 높다고 한다(플래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난 IT동아 기사를 참고하도록 하자: http://it.donga.com/openstudy/200/).
실제 파일 전송속도를 알아보자.
WD 3TB 캐비어 그린을 기존에 사용하던 AMD 비전 블랙 PC에 보조 하드디스크로 연결하고 실제 파일을 옮겨보면서 체크해 보았다(SATA2 연결). 음악과 동영상 파일을 압축해 11GB가 조금 넘는 파일과 파일 2만 개가 넘는 총 용량 19GB의 폴더 전체를 전송해 보면서 시간을 체크했다. 11GB가 조금 넘는 파일을 옮기는 시간은 평균 2분 30초 정도였으며, 작은 파일로 구성된 19GB 용량의 폴더는 평균 13분 정도가 걸렸다.
하드디스크 파일 전송속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ATTO Disk’를 이용해 데이터 읽기/쓰기 성능도 알아보았다(공개 프로그램으로 누구든지 다운받아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보도록 하자. 여러 번 반복해서 측정해 본 결과, 평균적으로 읽기 133MB/s, 쓰기 132MB/s의 파일 전송속도 성능을 보였다.
비슷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많이 사용되는 ‘CrystalDisk Mark’를 통해 알아본 전송속도는 읽기 132MB/s, 쓰기 130MB/s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그린’ 제품이어서 성능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인지, 생각보다 괜찮은 성능이 측정되었다. 평소 10번 정도 테스트를 해보는 편인데 결과가 다소 의외라 여러 번 더 해봤지만, 별 다른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512KB와 4KB의 작은 파일 랜덤 측정 값은 다소 낮게 측정되었지만, 이렇게 작은 파일을 전송해 쓸 일이 많지 않으니 큰 무리는 없겠다.
만약 3TB가 정상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오래된 PC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지원하지 못해 2.2TB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하드웨어 기술적인 문제로 해당 메인보드가 3TB를 지원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간혹 메인보드 바이오스를 업데이트 하면 지원하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매번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동봉되어 있는 HBA(Host Bus Adapter)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SATA 슬롯 2개가 있는 HBA 카드를 메인보드 PCI 슬롯에 꽂은 후, 해당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3TB의 용량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경우에 따라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해당 메인보드 제조사, 또는 WD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이외에 3TB 하드디스크는 단일 드라이브로 사용할 경우 PC 시스템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꼭 한번 확인하도록 하자. 현재 WD 3TB 캐비어 그린을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주 드라이브로 사용하기 보다 자료를 저장하고 백업하는 용도의 보조 드라이브로 사용하는 것이다.
더 이상 하드디스크 용량에 스트레스 받기 싫다면
본 기자처럼 ‘파일이 너무 커서 대상 드라이브에 복사할 수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WD 3TB 캐비어 그린 제품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정말이지 용량 크기 하나만큼은 상당하다). 대용량 하드디스크의 단점인 처리 성능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래된 PC 시스템에서 인식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HBA 카드를 기본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제품이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좀더 기다려야겠다. 웨스턴 디지털 측에 알아본 결과, 11월 내로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유통망 및 가격 선정 문제로 인해 12월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상일 뿐이지만, 처음 발표 당시에 30만 원이 넘던 가격을 좀더 낮춰서 출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TB, 참… 크긴 크더라.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