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태블릿 PC의 첫발 디딘 엔스퍼트 아이덴티티탭
사실 잘 모르겠다.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 갤럭시 탭을 상대로, ‘순수 국산’임을 강조한다 해도 아이덴티티탭이 과연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제품의 완성도나 효율성은 그렇다 쳐도 태블릿 PC 시장 공략 방법에 있어 사실상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 KT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두 공룡 기업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맞서 어느 정도나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여튼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은, 지금도 포털 사이트 IT 뉴스 코너를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PC’의 한 모델이다. 현재(2010년 11월) 까지는 애플의 아이패드, 삼성의 갤럭시 탭과 함께 우리나라 태블릿 PC 시장에 선착한 대표 제품이다. 우리나라 기업인 ‘엔스퍼트(www.enspert.com)’가 개발, 생산하고 KT가 판매, 서비스하고 있다. 당초에는 ‘KT 올레패드’로 명명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아이덴티티탭’으로 확정됐다(참고로 ‘아이덴티티(Identity)’는 엔스퍼트의 자체 브랜드이며, KT 홈페이지에서는 ‘K패드’라고도 부른다).
일단 KT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보증하고 있으니 ‘엔스퍼트’에 대한 기업적, 기술적 평가는 이미 검증 받은 셈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엔스퍼트는 아이덴티티탭 이외에도 다양한 모바일/미디어 통합 기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엔스퍼트 취재 기사 http://it.donga.com/coverage/2422/ 를 참고하자).
아이덴티티탭의 외형적 접근
애플 아이패드는 10인치고 삼성 갤럭시 탭은 7인치다. 화면 크기를 두고 애플과 삼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은 갤럭시 탭과 같은 7인치로 제작됐다. 대략적으로 A4 용지의 절반 크기보다 약간 작은 정도다. 외형과 디자인은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과 비슷한 형태로, 바닥 면은 은회색 금속 재질을, 디스플레이 면은 검정 테두리에 강화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각 조작 버튼의 위치와 역할도 거의 비슷하다.
두께는 1cm가 되지 않으며 무게도 400g 정도다. 수치로는 대단히 가벼울 듯 하지만 며칠간 들고 다녀보니 크기와 무게에 따른 부담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물론 이와 비슷한 다른 태블릿 PC도 마찬가지리라). 그리고 미국 프로농구 선수처럼 손이 크지 않다면, 스마트폰처럼 한 손으로 완벽하게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7인치가 이 정도니 10인치는 양 손 모두 필요하다).
전면 하단에는 3개의 조작 버튼, 우측면에는 볼륨 조절 버튼,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각종 입출력 단자(SD메모리 카드 슬롯, 마이크로 HDMI 출력, 리셋 버튼)와 이어폰 잭(3.5mm) 등이 배치됐다. 좌측면에는 DMB 방송 수신용 안테나 단자, 그리고 하단면에는 USB/전원 연결 단자(USB 연결 케이블로도 충전이 가능하다)와 외부 스피커 구멍이 있다. 끝으로 뒷면에는 300만 화소 카메라 렌즈가 장착돼 있다.
전반적으로 제품의 완성도나 구성 등에서 별다른 지적 사항은 없는 듯하다. 아울러 제품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어폰은 번들 제품치고는 나름대로 괜찮아 보인다. 다만 이어폰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작은 버튼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마치 휴대폰,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과 비슷한데, 전화 기능이 없는 아이덴티티탭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눌러도 반응 없다). 그냥 폼인가?
아이덴티티탭의 하드웨어적 접근
하드웨어의 기본 사양은 다른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1GHz의 프로세서(CPU)에 메인 메모리 512MB, 내부 저장공간 8GB 등을 내장했고, 무선 랜(와이파이, 802.11 b/g)과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한다. 3G망 통신은 제공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2.1(에클레어) 운영체제를 탑재했고 7인치 정전식 멀티 터치 스크린(해상도 480x800)을 적용했다. 이 밖에 DMB 시청이 가능하며(안테나 연결), 마이크로 HDMI 케이블(별도 구매)을 통해 TV 등의 AV 기기와 연결할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이 역시 무난한 사양이긴 하지만, 무선 랜이 최신 규격인 802.11n(최대 전송속도 150Mbps)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를 제외하고 각종 앱(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동영상, 음악 등을 재생하는 데 성능상 부족함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특유의 호환성으로 인해, 컴퓨터에서 재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미디어 파일을 그대로(변환/인코딩 작업 없이) 재생할 수 있었다(동영상 인코딩 형식에 따라 재생 불가인 파일도 더러 있었다. 대표적으로 tp, asf 파일 등이 그러했다).
음악 감상 시 음질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물론 MP3 파일 자체 음질이 좋기도 했지만 번들 이어폰으로 들어본 음악은 MP3 전용 플레이어와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음질을 들려 줬다. 외장 스피커 출력도 제법 들을 만했다. 하단에 있는 두 개의 스피커 구멍은 작은 크기에 비해 꽤 볼륨 있는 음량을 출력해 냈는데, 이 정도면 외부 AV기기로 출력하지 않아도 멀티미디어 재생기로서 충분한 역할을 담당하리라 예상한다.
무선 랜도 802.11b/g만 지원하지만 유무선 공유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특히 디스플레이 크기가 7인치다 보니 포털 사이트의 모바일 페이지가 아닌 일반 풀 페이지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다만, 일부 사이트의 모바일 페이지는 일반적인 3~4인치 스마트폰 화면에 맞춰져 있어 7인치 화면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긴 했다.
아이덴티티탭으로 인터넷을 사용해 보니, 확실히 4인치 내외의 스마트폰보다는 페이지 가독성이나 집중도가 높았다.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출시 행사에서 연출한 것처럼, 거실 소파에 앉아 TV나 라디오를 시청/청취하며 관련된 내용과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 데에는 ‘딱’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덴티티탭은 DMB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다. 본체 왼쪽에 DMB 안테나를 연결하면 되는데, 7인치 크기로 보는 DMB 방송은 제법 흥미를 끌 만 했다. 요즘 같이 아시안게임 등으로 스포츠 경기 시청할 기회가 많을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축구나 야구 경기를 봐도 2~4인치의 휴대폰/스마트폰보다는 확실히 시원시원하고 효율적이다. 다만 화질은 약간 멍한 듯 했는데, 시청하는 데는 어떠한 불편도 불만도 없을 정도다.
실외에서는 안테나를 뽑아도 어느 정도 방송 시청이 가능하나 아무래도 안테나를 끼우는 것이 좋겠고, 실내에서는 안테나를 끼운 상태라도 환경에 따라 수신율이 달랐다. 그래도 다른 기기는 아예 나오지 않기도 하니 그 보다는 한결 낫다. 한 가지 애매한 것은 안테나 처리 문제다. 안테나는 끼운 상태에서 접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접는다 해도 본체를 조작하는 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안테나를 끼운 채로는 파우치에 제대로 넣을 수 없기에 따로 보관, 소지해야 한다. 안테나는 나름대로 감각적으로 디자인한 듯하지만, 본체 내부에 내장해서 필요할 때 뽑아 사용하도록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DMB 방송은 화면 캡처나 녹화가 가능하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덴티티탭은 내장 메모리(저장공간)가 8GB다. 모바일 기기로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용량이지만, 부족하다 싶으면 SD메모리 카드를 추가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 등에 흔히 사용되는 SD메모리 카드를 아이덴티티탭에 꽂으면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SD메모리는 최대 32GB 제품까지 지원한다. 본 리뷰에는 8GB 마이크로SD 메모리에 SD어댑터를 끼워 테스트했는데 정상적으로 인식,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덴티티탭의 또 하나의 하드웨어적 특징은 HDMI 출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영상과 음향을 케이블 하나로 전송하는 단자인데, 아이덴티티탭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HDMI 케이블로 다른 AV기기(디지털 TV 등)에 연결하여 재생할 수 있다. 다만, 아이덴티티탭에 맞는 HDMI 케이블(마이크로 HDMI)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 본 리뷰어 역시 이 케이블이 없어 실제로 TV와 HDMI 연결 상태를 테스트해 보지 못했다.
이외에 뒷면에 있는 카메라는 300만 화소급으로 무난한 화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최대 2,048 x 1,536 크기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간단한 색상 효과도 가미할 수 있다.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60초, 10분, 30분 단위로 저장하도록 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외장 메모리로 저장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그래서 시간 단위로 끊어서 저장하도록 했나 보다).
끝으로 아이덴티티탭은 스마트폰처럼 정전식 터치 방식을 채택했다. 터치감은 일반 정전식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터치 인식률도 무난한 수준이다. 또한 GPS 수신기(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이 얼마나 업데이트될지는 모르겠지만)와 중력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 가로/세로 보기 기능을 지원한다. 헌데 내장된 앱 중에는 가로 보기만 가능한 것도 있으니 참고해야겠다.
아이덴티티탭의 소프트웨어적 접근
아이덴티티탭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2.1)를 탑재했다. 역시 두 가지 이슈에 직면한다. 하나는 안드로이드 마켓 사용 여부와 2.2 버전(프로요) 업데이트 여부다. 일단 현재, 2010년 11월 말에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사용할 수 없고 2.1(에클레어) 버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스퍼트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두 이슈 모두 최종 결정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확실히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어느 정도 가능성은 높게 들렸으니 이후 업그레이드를 기대해 봐야겠다.
그럼 태블릿 PC의 최대 장점인 ‘원하는 앱 설치 및 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아직 사용할 수 없지만, KT에서 제공하는 ‘올레 마켓’을 당분간 사용하면 된다. 올레 마켓은 SK텔레콤의 ‘T스토어’와 같은 KT 자체 앱 제공 서비스다. 아이덴티티탭에는 올레 마켓 앱이 기본 설치돼 있는데, 이를 통해 유틸리티 앱, 동영상, 음악, e북 콘텐츠, 교육용 콘텐츠 등을 다운로드해(유/무료) 사용할 수 있다. 앱 개수도 결코 적지 않다. 본 리뷰어도 아이덴티티탭을 리뷰하며 십여 개의 앱을 다운로드, 설치해 사용했다. 특히 영화 무료 관람 서비스(스트리밍 방식)와 e북 콘텐츠를 사용하다 보니 아이덴티티탭의 유용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KT에서 운영하는 ‘쿡TV’ 등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연계되는 모양이다.
올레 마켓 외에 다른 기기에서 다운로드한 앱 설치 파일(apk 형식)을 복사해 설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라이브 배경 앱과 게임 앱을 몇 개 복사해서 설치해 봤는데,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물론 안 되는 앱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앱은 어느 정도 챙겨 뒀다. 인터넷, 이메일(G메일, 일반 이메일 각각 제공), 문서 작업(씽크프리), 구글 일정, 구글 지도, 네이버 검색, 메모, 네이버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뉴스 브리핑 등이 그러하다. 이 중 관심 있게 사용한 앱이 ‘컨버전스원’이다. 이는 아이덴티티탭과 다른 기기(컴퓨터, TV, AV기기 등)의 콘텐츠를 공유해 재생(스트리밍 방식)하는 앱으로, 엔스퍼트에서 개발,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예를 들어 데스크탑 컴퓨터에 컨버전스원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엔스퍼트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공유 폴더를 설정해 두면, 아이덴티티탭으로 무선 랜 연결을 통해 이 폴더에 접속하면 미디어 파일을 원격 재생할 수 있다(그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컴퓨터를 켜놔야 하는 게 좀 그렇지만, 거실 소파, 아니 그 보다는 화장실에 앉아 동영상 파일 등을 관람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여담이지만, 맨날 4인치 스마트폰으로 보다 7인치 화면으로 영화나 DMB 방송을 보니, 그 동안 팽배했던 태블릿 PC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하나 둘 풀리는 듯했다.
이 밖에 KT 쿡TV 사용자를 위한 ‘쿡TV 리모콘’ 앱도 있다. 실제로 본 리뷰어는 쿡TV를 사용하고 있어 이를 적용하려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설정, 사용이 불가능했다. 쿡TV용 셋탑박스가 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여튼 아이덴티티탭을 통해서도 쿡TV를 제어할 수 있는 모양인데, 전체 메뉴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굳이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원래 쿡TV 리모콘도 별 불편 없는데).
(당분간) 안드로이드 마켓이 없어도 매일매일 등록되는 올레 마켓을 통해 사실상 앱 활용이 가능한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7인치 태블릿 PC라 해도 어차피 활용 범위는 스마트폰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니, 필요한 앱들을 그때그때 설치, 사용하면 적잖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올레 마켓에서 다운로드한 앱의 사용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도 가끔 있다는 점이다. 설치는 가능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앱도 한두 개 있었다.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KT와 엔스퍼트 측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아이덴티티탭닷컴-www.identitytab.com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이덴티티탭의 가격적 접근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이 삼성 갤럭시 탭이나 애플 아이패드보다 ‘그래도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바로 가격이다. 이런저런 약정을 걸고도 수십 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두 제품과 달리, 아이덴티티탭은 와이브로 2년 이용 약정에 ‘무료’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창 인기 몰이를 하던 ‘와이브로-넷북’ 패키지와 같은 형태다. 실제 소비자가는 약 49만원 선. 아이덴티티탭은 3G 무선 통신이 지원되지 않아 와이브로를 이용해 와이파이로 연결해야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KT의 SHOW 휴대폰 등과 결합할 경우 와이브로 요금이 10% 할인된다. 공짜이면서 이 만한 기능과 사양을 지닌 태블릿 PC를 갖게 된다는 건 두 공룡 제품에 비해 분명히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아이덴티티탭은 이렇게 와이브로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시 와이브로 연결을 위한 ‘에그’가 함께 배송된다.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와이브로 에그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현재 와이브로는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주요 고속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차후 ‘스카이프’와 같은 인터넷 전화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덴티티탭으로 전화 통화까지 할 수 있다(다만 KT에서 그걸 가만 두지 않을 테지만).
하여튼 이러한 가격적인 메리트를 감안하면 아이덴티티탭은 얼리어답터나 IT 전문가보다는 학생들이나 가정 주부, 어르신 등에게 적합한 대중적인 태블릿 PC로 자리잡을 만하다. 혹은 스마트폰 사용자용 서브 태블릿 PC로도 손색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고급 기능이나 사양을 원한다면 두 공룡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하다. 따라서 두 제품과 아이덴티티탭을 극단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지향점 자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급 승용차와 경차가 모두 잘 팔리는 경제 이치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존재의 의미는 확실한 대중적 태블릿 PC, 아이덴티티탭
리뷰를 위해 제품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는 줄곧 ‘이걸 도대체 어디다 써?’라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그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의 몽환적 환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약 2주 동안 본 리뷰어와 일상을 함께 한 아이덴티티탭은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4인치 내외의 스마트폰보다 인터넷 페이지 가독성이 좋고, 영화 보기에도, e북을 보기에도, DMB 방송을 보기에도 훨씬 수월했다.
4인치 스마트폰보다 크긴 했지만, 10인치(아이패드)보다는 작아서 휴대하는데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바지 주머니는 버거워도 자켓 주머니에는 널널하게 들어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와이브로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료’라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여기에 조만간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되고 마켓까지 허용된다면, 가격대비 성능 및 효용성으로는 당분간 이만한 태블릿 PC를 찾아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