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화이트 있다? 없다? 출시 늦는 이유는
정식 공개도 되지 않은 흰색 아이폰4(아이폰4 화이트)이 공장에서 유출됐다?
아이폰4 부품 판매로 떼돈을 번 한 소년의 이야기가 화제다. 주인공은 뉴욕에 거주하는 17세 고등학생 페이 램(Fei Lam). 주간신문 뉴욕옵저버(www.observer.com)가 1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인터넷사이트(whiteiphone4now.com)를 개설하고 검정색 아이폰4를 흰색 아이폰4로 바꿀 수 있는 컨버전 키트를 판매했다. 이 소식을 CNN, Techcrunch, CNET 등 주요매체들이 다루면서 사이트가 유명해졌고, 그는 지난 8월부터 13만 달러(한화 약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15일 애플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설탐정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편지에는 그가 훔친 물건을 팔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램은 표적수사라며 분개했고, 곧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편지에 모조품(imitation)이 아닌 훔친 물건(stolen goods)이라고 써 있었다는 점이다. 이 편지에 의하면 애플은 램이 판매한 부속품이 원래 애플 소유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 즉 진짜 흰색 아이폰4의 부품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새어나간 것이다.
현재 시중에 돌고 있는 흰색 아이폰4는 대부분 가짜다. 애플과 관계 없는 회사들이 만든 부품으로 검정색 아이폰4를 흰색 아이폰4로 바꿔주는 이른바 하우징(제품의 덮개를 교체하는 행동)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들이다. 이 때문에 전면 덮개와 후면 덮개의 색이 다르거나 마감이 매끄럽지 않게 되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다. 또한 애플을 통한 A/S도 받지 못하게 된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흰색 아이폰4를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하우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램은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부품들을 중국 팍스콘 직원으로부터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팍스콘은 모토로라, 삼성 애니콜 등 전자기기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는 대기업으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생산도 맡고 있다. 램의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가 판매했던 흰색 아이폰4 부품이 진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흰색 아이폰4의 부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일까. 애플은 흰색 아이폰4의 출시를 상습적으로 미루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보름 내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가 곧이어 올해 말로 연기했으며, 최근에는 내년 봄에 출시한다고 말을 바꿨다. 부품이 있다면 굳이 출시일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 일개 소년이 가내수공업(?)으로도 조립할 수 있는 덮개를 공장에서 조립하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릴 이유도 없다.
흰색 아이폰, 왜 안나오나
그 동안 애플이 흰색 아이폰4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실리콘밸리 산업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www.businessinsider.com)는 애플이 안테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흰색 아이폰4의 출시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4는 기기 하단부에 안테나를 장착해 손으로 특정 부위를 잡았을 때 수신율이 떨어지는 데스그립 현상으로 말썽을 일으켰다. 이 데스그립을 해결한 후 완벽한 상태의 흰색 아이폰4를 내놓겠다는 애플의 전략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흰색 아이폰4의 출시를 처음으로 연기했던 7월은 아직 데스그립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이전이었다. 따라서 이 가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흰색 아이폰4 부품의 생산라인이 가동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Suppli의 애널리스트 티나 탱(Tina Teng)은 뉴욕타임즈(www.nytimes.com)를 통해 "애플은 아이폰4의 수요를 채우기 바빠서 흰색 아이폰4의 생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며 "아마 부품재료도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케팅기관 Creative Strategies의 대표 팀 바자린(Tim Bajarin)은 "애플은 흰색 아이폰4의 생산량이 충분히 쌓일 때까지 판매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조금씩 시장에 풀기 보다는 한꺼번에 방출하는 쪽을 원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추측이 맞다면 현재 흰색 아이폰4의 생산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인데, 애플이 관련 제품 이미지나 정보를 전혀 노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흰색 아이폰4의 공정상 문제다. 7월 말 애플은 흰색 아이폰4의 출시를 연기하는 이유로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만들기 더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단순한 흰색이지만, 애플이 의도하는 흰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바자린은 애플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흰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 염료를 겹쳐 칠해야 하는데 정확한 색감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IT전문매체 엔가젯(www.engadget.com)도 팍스콘 내부인원의 말을 빌려 "공장이 페인트의 두께와 불투명도의 완벽한 결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전문매체 일렉트로니스타(www.electronista.com)는 흰색 페인트가 빛반사를 일으켜 카메라 센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사람들마다 다른 이유를 들고 있지만, 애플이 원하는 흰색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한다.
공정상의 문제로 흰색 아이폰4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앞서 말한 램의 부품은 진품이지만 완성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개발단계에서 테스트용으로 생산한 프로토타입이거나 폐기해야 할 불량품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믿고 구입할만한 제품은 아니다.
흰색 아이폰을 손에 넣게 되는 시점은?
그렇다면 진짜 흰색 아이폰4는 언제쯤 구할 수 있을까. 애플에 따르면 공식 출시는 내년 3월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더 미뤄지면 아이폰4의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매년 7월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내년 7월에는 신제품인 아이폰5(가제)가 발표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흰색 아이폰4를 구입하기보다는 몇 달 기다려서 아이폰5를 손에 넣는 게 낫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기수요가 발생한다. 흰색 아이폰4의 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도 굳이 흰색 아이폰4를 출시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예 흰색 아이폰4 생산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래저래 흰색 아이폰4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비자들만 애가 탄다.
현재 흰색 아이폰4 관련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애플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흰색 아이폰4가 현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3월에 제대로 출시할 수 있는 것인지 애플이 속 시원히 밝혀줄 때가 왔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