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도 하이브리드 바람이 분다
요즘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하이브리드’란, 어느 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를 합친 것을 말한다. 영어사전의 뜻 풀이로는 ‘혼성체, 혼합물’ 정도가 되겠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얼마 전 대량의 리콜 사태로 큰 곤욕을 본 토요타의 ‘프리우스(Prius)’처럼 가솔린 엔진과 전기 엔진의 장점을 결합해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엔진을 변환, 연비를 높이고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인 자동차를 말한다. 아직 초기라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분명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활용은 계속 커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토요타의 프리우스
최근 PC 업계에서도 ‘하이브리드’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얘기한 자동차는 가솔린 즉,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 접목했다면, PC 업계에서는 소비하는 전기량을 줄이기 위해 접목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를 주 전원으로 하는 노트북에 하이브리드 현상이 두드러진다. 배터리라는 한정된 양의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기술로는 스위처블 그래픽(Switchable Graphics)을 들 수 있다.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이란, 일반적인 그래픽 성능이 필요할 때는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고, 높은 3D 성능이 필요할 때는 외장 그래픽 칩셋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을 동시에 탑재한 노트북(메인 보드에 내장 그래픽 칩셋이 있으나 보다 나은 성능을 위해 외장 그래픽 칩셋을 추가한 형태)에서 외장 그래픽 칩셋을 쓸 경우, 내장 그래픽 칩셋이 계속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마치 방 안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전등을 켜놓은 상태에서 더욱 밝은 스탠드를 하나 더 켜놓은 상태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물론, 스탠드가 훨씬 밝고 책을 보다 편하게 볼 수 있지만, 방안의 전등 불빛으로도 못할 것은 아니기에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소비되는 전력을 방지하자는 것이 노트북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의 골자다. 이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은 그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현재 제 3세대 스위처블 그래픽까지 발전되었다. 결국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이란 노트북의 사용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과연, 이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은 세대를 거듭해 오며 어떤 발전이 있어왔는지 알아보자.
1세대,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
소니에서 최초로 선보인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을 1세대 스위처블 그래픽이라 말한다. 2008년 바이오 Z시리즈 노트북에 구현된 1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능은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 칩셋의 변환을 위해 하드웨어적인 재부팅이 필요했다. 즉, 노트북을 껐다 켜야만 그래픽을 변환할 수 있기에 사용자는 비효율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의 바이오 Z시리즈
후에 인텔은 센트리노2 기술을 발표하며 옵션 형식 스위처블 그래픽 기능을 탑재하였다. 센트리노는 인텔의 노트북 기술에 대한 브랜드명으로 얼마 전까지 센트리노2까지 이어져 왔다(자세하게 얘기하자면 5번의 세대를 거치며 발전해왔지만, 이 부분은 복잡하니 빼도록 하자). 이에, 엔비디아와 AMD는 자사의 그래픽 칩셋과 인텔의 내장 그래픽 칩셋을 이용하는 특유의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을 발표했다. 이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은 하드웨어 재부팅 없이 소프트웨어상으로 그래픽 전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에도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픽 전환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수동으로 그래픽을 전환해야만 했던 것이다.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이 들어있는 노트북을 산 사용자들 대부분이 이러한 기능을 모르고 있어, 내장 그래픽으로만 사용하면서 그래픽 성능이 낮다고 불평하는 사례가 있었다.
아수스 UL30VT-X1에 있던 엔비디아의 스위처블 그래픽 활성화 버튼
또한, 그래픽 칩셋을 사용하는 작업을 노트북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는 그래픽 전환을 할 수가 없었으며, 그래픽 전환 시 약간의 화면 깜빡거림 현상과 지연시간이 존재했었다. 더불어 이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을 노트북에 탑재하면 제품의 단가가 올라간다는 단점도 있었다.
당시 ATi가 발표했던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
3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
3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은 현재 전문 그래픽 칩셋 제조사인 엔비디아에서 발표했다.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1세대 기술처럼 하드웨어 재부팅이 필요 없으며, 2세대 기술처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내장 혹은 외장 그래픽으로 전환해 소모하는 전력을 줄여준다(= 노트북의 사용 시간을 늘려준다). 사용자가 잘 인지하지 못해 그래픽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2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기능을 강화했다고 생각하면 좋다.
다만, 과거에 비해 최근의 인텔 내장 그래픽 성능이 꽤 향상되어 외부 그래픽 칩셋이 동작되는(스위처블 그래픽 전환이 되는 것을) 상황을 엔비디아의 설정대로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내장 그래픽 성능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데 외장 그래픽 성능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사용자는 엔비디아 옵티머스의 해당 드라이버 상태에서 전환되는 설정을 조절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의 내부 드라이버 설정 화면
조금 더 보충 설명을 하자면, 1세대와 2세대의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이 있을 때는 내장 그래픽 성능이 그리 높지 않아 대부분의 작업을 외장 그래픽 칩셋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현재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꽤 발전해 어느 정도의 3D 그래픽 작업도 가능해졌다. 구체적으로 말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3D 그래픽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내장 그래픽으로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때문에 이러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정도의 그래픽 성능을 사용하는데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이 자동으로(= 강제적으로) 외장 그래픽으로 전환되면 오히려 소모하는 전력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스위처블 그래픽 기술이 추구하는 ‘소비 전력을 줄이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장 그래픽 성능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면 그대로 구동되어야 하는데, 엔비디아의 설정 때문에 외장 그래픽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용자는 자동으로 전환되는 3세대 스위처블 그래픽 즉,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이 적용된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면 드라이버 설정 등을 통해 그래픽이 전환되는 시점을 직접 설정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새로운 기술,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자
웬만한 전문가라도 새로 발표되는 기술, 새로 발표하는 신제품 등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낯설고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 결국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은 생활에 이점을 가져다 주기 위한 것이다. 3세대 스위처블 기술,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도 마찬가지다. ‘노트북 조금 더 오래 써보자’라는 것에서 시작된 편리한 기능인 것이다.
얼마 전 출시된 애플의 아이패드는 배터리만 가지고 1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노트북들도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빠른 시일 내에 ‘내 노트북도 아이패드처럼 12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