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작은 영화관, PMP(Portable media player)

김영우 pengo@itdonga.com

2000년을 즈음하여 PC용 음악 파일을 넣어 휴대용으로 즐기는 MP3 플레이어가 대중화되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PC용 동영상 파일까지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나왔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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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PMP(Portable media player)다. 이는 LCD 화면을 갖추고 있으며, PMP는 음악 파일은 물론, 동영상 파일의 재생도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음악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기를 일컫는다.

PMP 시장의 태동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PMP는 어떤 제품이었을일까? 그런데 PMP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부터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 등의 휴대용 컴퓨터를 동영상 감상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최초의 PMP가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다소의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들은 2002년 7월에 프랑스의 MP3 플레이어 업체인 아코스(Archos)가 출시한 ‘주쥬크박스 멀티미디어(Jukebox Multimedia)’를 최초의 PMP로 꼽는 일이 많다. 이 제품은 1.5인치 크기의 소형 LCD를 갖추고 있었으며, DivX, MPEG4, XviD 규격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PMP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부터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 등의 휴대용 컴퓨터를 동영상 감상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최초의 PMP가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다소의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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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는 PMP에 준하는 기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게임파크(Game Park)에서 2001년에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인 ‘GP32’다. 이 제품은 게임기를 지향하기는 했지만 32비트 CPU와 3.5인치 LCD 화면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PC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미디어 메모리카드를 저장 장치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 외의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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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출시 당시의 GP32는 MP3 음악 재생만 가능하고 동영상 재생은 불가능했지만, 2002년 8월에 추가 소프트웨어인 ‘무비파크’가 출시되었고, 이를 설치하면 GP32는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다. 동영상 기능이 실현된 때가 아코스의 쥬주크박스 멀티미디어에 비하면 1개월 정도 늦지만, GP32가 상당히 시대를 앞서 가는 제품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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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P 시장을 여는데 큰 영향을 준 또 하나의 기기라면 소니의 PSP(PlayStation Portable)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2004년 12월에 출시를 시작한 PSP는 동사의 거치형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의 휴대용 버전격인 제품이었지만, 영화 감상에 적합한 4.3인치 와이드 LCD를 갖춘데다가 메모리 스틱에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넣어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기본 제공했다. 또한, 소니에서 UMD(Universal Media Disc: PSP 전용의 디스크)에 영화를 담아 판매하기도 했으니 단순한 게임기라기보다는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보아도 좋을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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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5년, MP3 플레이어 시장의 강자였던 애플이 동영상 재생 기능을 넣은 아이팟(iPod) 5세대 제품을 출시 하였고, 이 시기를 즈음하여 코원, 아이리버, 아이스테이션, 유경 등의 한국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동영상 재생기능을 갖춘 휴대용 플레이어를 출시하기 시작하여 비로소 PMP라는 기기가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펌웨어 지원의 충실함과 부가 기능 잘 따져야

2010년 10월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PMP 제품들은 대부분 4 ~ 5인치 정도의 LCD에 200g 남짓의 무게를 갖추고 있으며, MP3나 WMA, AAC와 같은 규격의 음악 파일은 물론, JPEG, BMP, PNG와 같은 규격의 사진 파일, 그리고 AVI, DviX, Xvid, WMV, MPEG-4 등, 다양한 규격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음악 파일이나 사진 파일은 기기에 따른 호환성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동영상 파일의 경우 기기의 성능이나 펌웨어(firmware: 하드웨어에 내장된 기본 소프트웨어)에 따라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에는 PC를 이용하여 그 기기에 재생이 가능한 동영상으로 규격을 변경해주는 인코딩(encoding) 작업이 필요한데,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 따라서, PMP를 구입매하기 전에 해당 기기가 지원하는 동영상 규격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하며, 펌웨어 업데이트를 자주 해주는 제조사인지도 따져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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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PMP 제품 중에는 음악이나 사진, 동영상 감상 기능 외에도 DMB 방송 수신이나 FM 라디오, 카메라, 혹은 내비게이션이나 무선 인터넷 기능 등을 갖춘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기능들이 있으면 편리하지만, 그만큼 제품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하므로 자신에게 유용한 기능이 무엇인지 확실히 분석하여 제품 구매에 나서는 것이 좋다.

MP3 플레이어 + PMP = MP4 플레이어?

그리고 요즘은 MP3 플레이어와 PMP 사이에 위치한 ‘MP4 플레이어’라는 불리는 기기도 있다. 이는 제품의 크기가 MP3 플레이어처럼 작으면서도 PMP처럼 LCD와 동영상 재생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동영상 재생 기능이 합쳐진 MP3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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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MP4 플레이어는 화면이 작으므로 아무래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떨어지며, PMP와 같이 다양한 규격의 동영상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MP4 플레이어에서 재생 가능한 규격으로 파일 규격을 바꾸는 인코딩 작업을 해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MP4 플레이어’라는 명칭이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공인된 상태는 아니다. 이보다는 ‘동영상 재생 가능한 MP3 플레이어’라고 부르는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P4 플레이어라는 명칭이 생긴 이유는, 이러한 제품들이 지원하는 동영상 규격이 MP4(MPEG-4) 계열의 것인 경우가 많고, 제품 제조사 측에서 기존의 MP3(음악)에 + 1(동영상)을 한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MP4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하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PMP의 불투명한 미래, 하지만 돌파구는 있다

현재 PMP 시장의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에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신세대 IT 기기들이 대부분 동영상 재생 기능을 지원하므로 이들에게 기존 PMP 시장의 상당 부분이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화 감상 기능의 만족도만으로 따진다면 PMP가 우세하겠지만, 그 외의 기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훨씬 우세하므로, 동시에 여러 기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PMP를 외면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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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상황에서 PMP 업체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PMP 중에 상당수는 인터넷 강의나 전자 사전과 같이 교육에 특화된 기능을 강화하기도 하고, HD TV 연결 기능이나 5.1 채널 출력 기능 등을 보강하여 AV(영상 음향)적인 품질을 극대화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PMP 제품은 아예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동일한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하여 ‘정면 승부’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PMP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대로 무너질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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