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폰 7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사고’ 치나?
2010년 IT 시장 최대의 화두라면 역시 스마트폰이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굵직한 기업들이 연달아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그야말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소비자들로서는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그런데 많은 스마트폰이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류를 이루는 제품은 크게 2종류인 것을 알 수 있다. 애플의 iOS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애플 아이폰 3GS, 애플 아이폰 4 등)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삼성 갤럭시 S, LG 옵티머스 원 등). 제품의 크기나 형태, 혹은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운영체제가 같으면 전반적인 기능이나 사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 같거나 유사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이 운영체제의 개발사인 애플과 구글 양사가 스마트폰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애플 – 구글 양강 구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전장을 내밀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스마트폰용 운영체체인 ‘윈도우폰 7’을 발표하며, 2010년 말을 기점으로 윈도우폰 7을 탑재한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의 스마트폰이 다수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시리즈를 앞장세워 일반 PC용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지위를 확립했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었다. 예전에 ‘윈도우 모바일’ 시리즈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출시된 적이 있으나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윈도우 모바일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일반 PC용 운영체제를 스마트폰에 구동이 가능하도록 기능과 구동 사양을 낮춘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윈도우폰 7은 계통상으로는 이전의 윈도우 모바일 시리즈의 후속 버전에 속하지만, 기능이나 구성 면에서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로 봐도 좋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라이브 타일’이라고 불리는 타일 모양의 기본 인터페이스다. 이를 통해 기본화면에서 새로운 소식이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편하게 확인이 가능하며, 마치 세련된 디자인의 잡지를 넘기는 듯한 느낌으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이나 기타 기능들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iOS나 안드로이드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적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사의 비디오 게임기인 ‘XBOX360’과 연동한 ‘XBOX 라이브’ 서비스에 접속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사무용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모바일 버전을 기본 제공하여 스마트폰에서도 PC와 유사한 환경으로 오피스 작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윈도우폰 7이 탑재된 스마트폰 자체는 다양한 제조사에서 출시가 가능하지만, 각 스마트폰의 사양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하며, 기본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의 수나 종류에도 제한을 둔다고 한다.
이는 아이폰 시리즈에만 탑재가 가능한 애플 iOS, 그리고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체제를 개조하여 탑재가 가능한 구글 안드로이드의 특성을 조금씩 취합한 것으로서, 스마트폰 기기 자체는 다양하게 제공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운영체제의 형태나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직접 일괄적으로 관리하여 업데이트나 호환성 등에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도가 엿보인다.
[보도기사] 삼성전자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주관 윈도우폰 7 런칭 행사를 통해 ‘옴니아 7(GT-I8700)’을 공개했다. (중략) 4인치 슈퍼 아몰레드, 1GHz 프로세서, 빠른 와이파이 전송 속도 등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을 지원하며 이동 중에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매끄러운 느낌의 곡면 디자인을 적용해 그립감을 향상시켰다. 이외에도 LED 플래쉬를 지원하는 500만 화소 카메라, 블루투스, 1500mAh 배터리, 미디어 쉐어링 기능 등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지원한다.
[보도기사] 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폰7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옵티머스 7(Optimus 7, 모델명: LG E900)’과 ‘옵티머스 7Q(모델명: LG C900)’를 10월부터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옵티머스 7은 오는 10월 21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과 호주, 싱가폴 등 아시아 2개국부터 출시된다. 1GHz 처리속도의 퀄컴 스냅드래곤, 3.8인치 LCD, WVGA급(480×800) 해상도, 16GB 내장 메모리, 500만 화소 LED 플래시카메라 등 최고급 사양을 적용했다.
실제로 10월 11일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출시가 확정된 윈도우폰 7 기반의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HTC와 델 등에서 개발한 총 9개 모델인데, 이들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모든 제품이 완전히 동일한 형태의 라이브 타일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있으며, 1GHz 수준의 CPU와 480 x 800 해상도의 터치스크린을 갖추고 있는 점도 같다. 그 외에 내장 메모리의 용량이나 카메라의 화소, 퀴티(QWERTY) 키보드의 탑재 여부 등은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모델이나 제조사마다 사양이나 인터페이스가 크게 달라지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는 확실히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 안에 우리나라에서 윈도우폰 7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현재 한국판 윈도우폰 7은 나오지 않았으며 정확한 출시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안으로 출시가 예정된 북미나 유럽 버전의 윈도우폰 7 기기를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지만, 이를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2011년 이후를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의 2강 구도가 정착되고 있는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 7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PC 시장에서 보여준 저력을 생각해 본다면 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깜짝 쇼’를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 이 시기를 놓친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의 각오는 비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 차게 준비한 윈도우폰7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자못 기대되는 바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