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담 덜어드립니다', 본인부담상한제로 부담 없이 병원 가기
[IT동아 정연호 기자] 공공 보험인 건강 보험은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질병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의 비용을 수반하곤 하는데, 이를 개인이 모두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민이 모두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매달 납부하고, 이렇게 모은 건강 보험 기금으로 개인의 부담을 사회가 대신 짊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비용은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중병에 걸렸다면 경제적 파탄을 경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험연구원(KIRI)가 발간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 특징과 시사점(보험연구원, 2021)’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경상 의료비(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지출하는 의료비 총 규모) 중 공공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4.0%)보다 매우 낮으며,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는 31.4%로 OECD 회원국에서도 6번째로 높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재난적 의료비’를 의료비 지출이 가계 총지출의 40%를 넘어가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2019년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현황 및 추이(강수현 외 2명, 2021)’에 따르면, 이러한 기준에 따라 2019년에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한 가구의 비율은 2.44%였다. 한국은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수치가 높지만, 대부분 유럽 선진국은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가 있더라도 2% 미만이다.
건강 수준이 낮아서 의료 서비스 이용이 많은 가정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의료 비용의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정부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본인부담상한제’가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란 1년 동안 지불한 의료비 중 본인 부담금이 소득 분위에 따른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할 때,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그 초과금을 부담하는 제도다. 단, 급여 항목(건강 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 항목)에 속하는 본인 부담금만 초과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 분위는 건강 보험료의 납부 금액을 기준으로 나뉘며, 분위별 본인 부담 상한액은 81만 원~582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2020년 기준). 예를 들어 보자. 소득 분위가 8분위인 경우엔 본인 부담 상한액은 350만 원이다. 비급여(건강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용)를 제외한 본인 부담 진료비가 1,000만 원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건보공단이 650만 원을 돌려주는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의료비지원의 차이는 소득 분위와 지원 방식이다. 재난적의료비지원은 소득 하위 50%의 계층이 신청할 수 있으며, 건강 보험 혜택이 적용된 '급여 항목'에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된 액수를 제한 뒤 남은 본인 부담금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본인 부담금 산정 시 비급여 항목도 포함).
초과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사전 급여, 사후 환급 이 두 가지로 나뉜다. 사전 급여는 연간 본인 부담금이 상한액을 초과할 때, 요양 기관이 초과 금액을 건보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다. 종합 병원에서 수술비와 입원비가 많이 나오는 진료를 받은 경우 주로 이 방식을 이용한다. 단, 요양 병원은 제도 악용 문제 때문에 사전 급여가 아닌, 사후 환급 방식만 가능하다. 사후 환급 방식은 건보공단에서 전년 사용한 초과액을 대상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후 환급금 통지서를 받고서 신청하면 된다.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비용, 상급 병실료 차액, 본인 부담액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 기타 비급여 진료비, 보험료 체납 후 진료, 2~3인실 입원료, 추나요법(한방) 및 임플란트의 본인 부담금 등은 연간 본인 부담 총액을 계산할 때 제외된다.
우선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에서 ‘민원 여기요’를 누른 뒤, ‘개인 민원’에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페이지를 밑으로 내린 다음 ‘환급금(지원금) 조회/신청’을 누르면 된다.
신청을 위해선 간편 인증 혹은 공동 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 이젠 공동 인증서 외에도 카카오톡, 페이코, PASS(패스) 등 민간 인증서로도 정부 사이트에서 로그인할 수 있다. 본인 인증 과정이 끝났다면 ‘신청하기’를 누르면 된다.
진료를 받은 사람이 본인의 예금 계좌로 신청할 때만 홈페이지 신청이 가능하며, 다른 사람의 은행 계좌로 지급 신청을 하려면 진단서나 가족 관계 증명서 등의 추가 증빙 서류를 지사에 제출해야 한다. ‘The 건강 보험’ 앱에서 신청하려면 ‘민원 여기요’을 누르고, '환급금 조회 및 신청'에서 본인 부담상한액 초과금 신청을 선택하면 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본인 부담 상한액의 미지급액은 총 8,028억 9,900만 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의료비 부담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을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해 보자.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