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 다니며 스팀 게임을?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 속속 등장
[IT동아 김영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1%나 늘었다고 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와 같은 최신 콘솔 게임기는 출하되는 족족 매진되고 있으며, 게임용 PC를 위한 그래픽카드 역시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이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른바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라 불리는 초소형 PC를 휴대용 게임기 형태로 구성한 제품으로,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주요 하드웨어, 그리고 운영체제나 응용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 역시 PC의 것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전용 콘텐츠만 구동할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와 달리, PC용으로 개발된 수많은 콘텐츠를 바로 구동할 수 있어 범용성이나 호환성 면에서 큰 우위를 가진다. ‘윈도우 10’과 같은 PC용 운영 체제, ‘스팀’과 같은 PC용 게임 플랫폼도 당연히 구동할 수 있으며, ‘리그오브레전드(LOL)’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다양한 PC용 게임을 손 안에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홍콩 GPD의 ‘GPD WIN’ 시리즈다. 최신 모델은 올해 5월에 출시한 ‘GPD WIN 3’로,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 프로세서에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 16기가바이트(이하 GB) 메모리에 1테라바이트(이하 TB) SSD를 갖췄다. 1,280x720 해상도의 5.5인치 화면을 탑재했으며, 무게는 560그램(이하 g)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등의 해외 쇼핑몰에서 1,000달러(약 120만 원) 전후에 팔리고 있다. 게임기와 같은 전용 컨트롤러를 갖추고 있지만 물리적 키보드 역시 달려 있는 등, PC의 형태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않았다.
중국 아야(AYA)에서 선보인 ‘아야네오(AYA-NEO)’ 역시 눈에 띄는 제품이다. 3세대 AMD 라이젠5 4500U 프로세서에 라데온 베가6 그래픽, 16GB 메모리에 1TB SSD, 1,280x800 해상도의 7인치 화면을 탑재했다. 무게는 650g이다. 아야네오는 펀샵을 통해 한국에도 정식 출시되었으며, 가격은 99만 9,000원이다. GPD WIN 시리즈에 비해 게임기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국 원넷북(One-Netbook)의 ‘원 엑스 플레이어(One XPlayer)’ 역시 관심이 가는 제품이다.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며, 최상위 모델은 11세대 인텔 코어 i7-1185G7 프로세서에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 16GB 메모리, 2TB의 SSD, 2,560x1600 해상도의 8.4인치 화면을 탑재하고 있으며 무게는 820g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양을 갖추고 있지만, 무게 역시 무거운 편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가격은 세부 사양에 따라 899~1,499달러(약 107~180만 원)에 팔린다.
가장 주목을 끄는 제품은 게임 플랫폼 서비스인 ‘스팀’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밸브(Valve)에서 지난 7월에 발표한 ‘스팀 덱(Steam Deck)’이다. AMD와 협력해서 개발한 ZEN2 기반 4코어 8스레드의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RDNA2 아키텍처(architecture, 기본 설계 기술)의 GPU에 16GB 메모리와 1,280x800 해상도의 7인치 화면이 탑재된다.
AMD RDNA2 아키텍처 기반의 내장형 GPU가 휴대용 플랫폼에 적용된 사례는 사실상 이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높은 성능이 기대된다. 무게는 669g이며, 올해 12월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연합(EU)을 시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스팀 덱이 다른 PC 기반 게임기에 비해 기대가 큰 이유는 제조사의 인지도나 제품의 성능 외에 가격 경쟁력도 있다. 내부 저장 공간 64GB 모델이 399달러(약 47만 원)에 출시되며, 256GB 모델이 529달러(약 63만 원), 512GB 모델이 649달러(약 77만 원)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출시 여부 및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PC 기반 게임기는 기존 게임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이 있다. 하지만 기존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데다 값도 비싸다는 점, 그리고 높은 성능만큼이나 전력 소비도 극심한 탓에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려면 2시간 전후 정도로 배터리가 바닥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그리고 상당수 PC용 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 기반의 조작 체계를 갖추고 있어 게임 패드 기반의 조작 장치 중심의 게임기에서는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 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스팀 덱을 비롯한 신형 제품은 가격대를 낮추고 마우스 입력을 대신하는 터치패드를 기본 탑재하는 등,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PC를 들고 다니며 게임을 즐긴다는 이런 대담한 시도가 게임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 기자(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