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술품 투자를 장기 관점에서 해야 하는 이유
[IT동아] 많은 이들이 ‘미술품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유는 미술품 거래 시장의 유동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유동성이 적은 자산은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유동성이 적은 자산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면, 구매자가 한정된 자산들은 모두 장기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예시로는 코넥스(초기 중소 기업을 위한 주식 시장)가 알맞겠습니다. 코넥스에 상장된 주식들은 일반적으로 거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거의 갖지 않아서 유동성이 적습니다. 그렇다면, 코넥스 상장주는 장기 투자해야 할까요? 그 반대입니다. 투자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거나, 초기 기업인 탓에 기업의 미래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유동성이 적은 자산은 ‘매각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장기 투자하는 것’이지, 유동성이 적기 때문에 장기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미술품 투자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든 미술품을 장기 투자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매우 유명한 작가의 미술품이라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가량의 단기 투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런 미술품은 잠재적 구매자가 많고 수요도 다양합니다. 알맞은 구매자나 수요를 만나면 금방 팔리기에, 단기간에도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매우 유명한 작가는 대개 옛날부터 명성을 쌓은 이들입니다. 이에 반해 동시대(contemporary)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을 날릴 시간이 짧았던 것이지요. 그러니 이들의 작품을 사려는 구매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동시대 작가들의 미술품을 팔려 한다면, 가격이 오를 때를 잘 예측해야 합니다. 이렇듯 시장 혹은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해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 행위를 금융 업계에서는 ‘Market Timing(마켓 타이밍)’이라고 말합니다.
동시대 작가들의 미술품에 투자할 경우 ▲이들이 유명세를 타거나 ▲이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선호되거나 ▲미술품 거래 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팔아야 수익을 얻게 됩니다. '기다렸다가 팔아야' 하니 장기 투자가 적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즉, 미술품의 종류와 가치 변동 패턴이 장기 혹은 단기 투자를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미술품 거래 시장과 미술품의 가격은 거시경제지표를 따라가기(후행하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가 성장하고 호황기가 오면 미술품 가격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경제가 침체되면 미술품 가격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하락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술품 구매자 가운데에는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상관 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미술품을 사려는 고액 자산가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들 덕분에 경제 호황기에는 미술품의 가격이 많이 오릅니다. 반면, 경제 침체기에도 미술품의 가격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미술품은 가격이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적게 떨어집니다. 그러니 장기 투자를 하면 결국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려는 독자들은 위 설명을 잘 읽고 고민해보세요.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식이 무엇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