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명절마다 찾아오는 물류대란, 대안은 없을까?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집 앞까지 오는 편리한 택배, 얼마나 늘었을까?
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민족대명절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끼리 모여 차례를 지낸 기억도 이젠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다같이 모이기 어려운 요즘,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만 커지고 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기 어려운 현실인데요. 그래서인지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선물을 보내는 일은 더욱 많아졌지요. 명절이 다가오면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명절맞이 선물을 골라 택배로 보내는 일,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선물을 고르고, 주소를 입력한 뒤, 결제 버튼 클릭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 배송 과정은 클릭 한번보다 꽤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일반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택배 업체가 상품을 순서대로 수집해 지역 대리점으로 모읍니다. 그 다음 터미널 간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에 싣고 택배 허브터미널로 보내죠. 허브터미널에서 받은 물건들은 다시 분류해 배송 지역 대리점으로 옮깁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대리점에서 받은 물건을 택배기사들이 작은 화물차에 싣고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하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증가 추세에 있던 택배 물량은 팬데믹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택배업계는 급격하게 성장 중이지만, 그만큼 업계 종사자는 크게 증가한 작업량 때문에 피로를 호소한다는 뉴스, 많이 보셨을텐데요. 실제로 한국통합물류협회(KILA)에 따르면, 2020년 총 택배물량은 33억 7,000만 개에 달합니다. 2019년(27억 9,000만개)과 비교해 20.9%나 증가했습니다. 물동량 증가율 역시 2018년 9.6%, 2019년 9.7%, 2020년 20.9%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마트물류창고 시스템’ 구축을 통해 증가하고 있는 택배물량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스마트물류창고는 어떤 창고를 말하는 것인가요?
물류창고 안에서는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물건을 받은 뒤부터 보관, 분류에 이러 다시 최종 목적지로 보내야하죠. 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고 안에는 수많은 근무자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늘어난 물량만큼 인력이나 장비를 늘리면 효율적일까요? 아닙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가 스마트물류입니다.
스마트물류란, 로봇이나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활용해 유통과 물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고, 신뢰성은 최대화하는 운송 시스템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재분류하고 운송하는 과정을 모두 자동화하는 것이죠. 그동안 택배물량 증가 등의 이유로 근로자에게 육체적 노동을 많이 요구했지만, 스마트물류창고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높은 업무강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기술을 이용해 물건을 옮기는 거네요. 시장 규모는 어떤가요?
스마트물류 시장 규모와 성장률은 상승세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물류창고 시장 규모는 2018년 31억 9,000만 달러(한화 약 3조 7,000억 원) 규모였고,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1%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화로 약 7조 7,000억 원에 가까운 시장인데요. 성장세와 규모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내 택배업계와 유통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 또한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스마트물류창고에 활용하나요?
대표적으로 로봇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화물 작업이나 오랜 시간 반복하는 작업에 로봇을 활용하는데요. 화물 분류와 이동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수요 예측이나 공급량 계획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사용할지 결정하기 쉬워지겠죠. 화물의 배송지역을 분석해 배달 경로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배송 효율을 높일 수도 있고요.
최근 물류기업은 물류창고 내 자율주행 운반차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 운반차를 배치해 24시간 내내 먼 거리를 쉬지 않고 움직이며 무거운 짐을 나르죠. 또한, 섬세한 배송 작업울 요구하는 물건도 적절하게 프로그래밍한 자율주행 운반차를 활용해 파손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물류창고 기술을 도입한 업체들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미국의 아마존은 보관 상품의 선반 운송을 돕는 로봇인 드라이브유닛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기술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자에게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죠.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정확한 물량 및 상품의 적재높이를 파악할 수 있는 무인운반로봇을 도입해 기존보다 효율적인 물류창고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외에 스마트물류 관련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의 Bleum, 스위스의 ABB Ltd, BlueBotics SA 일본의 Fanuc Corp. Daifuku Co. Ltd., 독일의 Kuka AG, SSI Schafer 등이 있습니다.
스마트 물류창고에서 자율운반차의 역할이 아주 클 것 같은데요. 어떤 기업이 자율운반차를 만드나요?
미국의 멀테크놀로지스(MūL Technologies)가 있습니다. 자율형 모바일 로봇(AMR) 상용화를 위한 기술과 다양한 자율형 로봇을 보유한 기업인데요. 웨어하우징, 제조, 물류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율형 모바일 로봇을 개발하고 만듭니다.
멀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MARC(자율주행로봇카트)는 와이파이(WiFi) 없이 작동할 수 있으며, 최대 다섯 곳의 목적지를 이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MARC는 카트에 장착한 센서들을 조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매핑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죠. 3D 뎁스(depth) 카메라와 16개의 근접 센서, 라이다 등을 탑재해 주위 작업 환경과 경로를 스캔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또한, 내비게이션 패드 활용을 통해 로봇카트 스스로 경로를 가이드해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수준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미국 내에서만 구매 및 사용할 수 있다네요.
국내 스마트물류 상황은 어떤가요?
물류센터를 자동화하는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요 물류기업은 스마트 물류센터를 활용하고 구축하는 단계인데요. 조금 뒤처졌지만, 다양한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KT는 자사 서부물류센터 내부에 5G 자율주행 운반카트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이후 작업자의 이동거리를 47% 감소시키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예방에도 도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네이버와 CJ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주문부터 배송 알림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수요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스마트물류 체계로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죠.
이외에도 CJ대한통운의 자동화 기반의 메가허브터미널, 하나로TNS의 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한 인프라 구축도 실증사업 단계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자율주행 기반 운반차 외 인공지능, 全프로세스 자동화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 사업도 활발합니다.
정책적인 연구와 지원 또한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2019년 기업이 스마트물류센터시스템을 단계별로 도입할 수 있도록 ‘물류센터 스마트화 5단계’를 발표했죠. 정부도 스마트물류 산업 저변확대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관련산업 재정 지원 등 스마트물류 전환을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마트물류 발전을 위해 보완하거나 개선할 것들이 있을까요?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스마트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남아있는데요. 아직 로봇이나 자율주행운반차 기술은 유연한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에 제약적입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 조금이라도 달라진 환경 등에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실험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관련 기술 발전도 필수적이죠.
또한, 소기업이 이런 기술을 도입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큽니다. 규모와 자본 격차로 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죠. 스마트물류 상용화와 대중화 단계에 이르면 어느 정도 비용은 낮아지겠지만, 대기업과 소기업의 유기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느덧 명절마다 돌아오는 ‘물류 대란’을 걱정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요즘입니다.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불편한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물류 기술 발전은 필요합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물류를 서비스할 수 있다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나아가 그 과정에서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까지, 모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