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아마존, '미마존' 완전 대체할 수 있을까?
[IT동아 권택경 기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지난달 31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마존이 현지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해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이용해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이용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 무료 배송 혜택 등 분명한 강점이 있었다. 다만 직구족 입장에서 '미마존(아마존 미국)' 직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11번가 이용 경험 그대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11번가 홈페이지나 앱에서 ‘아마존’ 탭을 누르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11번가를 이용하는 경험을 그대로 아마존에 적용했다. 이미 11번가 회원이라면 추가 회원가입 절차도 필요없다.
상품 상세페이지에 접속하니 상품 설명을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어 번역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다만 번역 품질에는 상품마다 편차가 다소 있었다. 제품에 따라서는 딱딱한 번역어투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거나, 문구나 단어가 번역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원한다면 영어 원문 보기 토글을 켜서 원문을 확인할 수도 있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결제하는 과정도 11번가를 이용할 때와 동일하다. SK페이 등 11번가 결제 수단을 그대로 쓸 수 있다. 통관대행료와 같은 비용이 발생할 때도 결제 금액에 자동으로 합산되기 때문에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무료 배송 혜택까지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지난달 25일 SKT 기자간담회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런칭 소식을 전하며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가격 면에서는 확실히 장점이 있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33,320원에 판매 중인 ‘DEWALT 스크류드라이버 비트 세트’의 아마존 미국(Amazon US) 판매 가격을 확인해봤다. 29.99달러였다. 29.99달러를 1일 외환은행 고시환율인 1,160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약 3만 4,788원이 된다. 다른 상품들도 대부분 실제 당일 환율을 적용해 환산했을 때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11번가에 따르면 국내 판매가는 아마존 미국에서 달러 기준으로 판매가를 결정하면, 그 시점의 환율을 적용해 정한다. 실시간으로 환율이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다. 제품이나 구매 시기에 따라서는 아마존 미국 직구 가격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판매가보다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고, 우주패스 가입자라면 배송비도 사라지니 실제 구매가는 아마존 미국을 이용할 때보다 대부분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런칭과 함께 선보인 ‘우주패스’는 ‘우주패스 미니’(월 4,900원)와 ‘우주패스 올’(월 9,900원) 두 종류가 있다. 두 종류 모두 11번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상당의 SK페이 포인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5,000원 쿠폰 2장과 함께 아마존 무료 배송 혜택을 공통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아마존 무료 배송 혜택이 목적이라면 ‘우주패스 미니’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재 처음 한 달 동안 ‘우주패스 미니’는 100원, ‘우주패스 올’은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모든 상품에 다 우주패스 무료 배송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드물지만 일부 상품들은 우주패스 가입자라도 배송비를 내야 한다. 상품목록과 상세페이지에 ‘우주패스’ 로고가 붙어있는 제품만 무료 배송을 지원한다. 11번가 관계자는 “가구처럼 크기가 크고 무거워 도저히 무료 배송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품의 경우, 무료 배송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주패스 무료 배송 혜택은 현재 ‘기간한정 혜택’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그러나 11번가 측에서는 어디까지나 추후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현재로서는 무료 배송 혜택 종료를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아마존 직매입 한정'…직구 완전 대체는 어려울 듯
현재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한 상품 규모는 ‘수천만 개’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미국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상품 중 국내 배송이 불가능한 상품을 제외하고는 다 들여왔다는 것이 11번가 측 설명이다. 직매입 상품이라도 국내법상 반입이 불가능하거나, 국내 정서에 반하는 제품, 판매자 정책에 따라 미국 내 유통만 허락된 경우에도 제외된다.
수천만 개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지만, 기존 아마존 미국을 직접 이용해봤다면 체감되는 상품 가짓수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아마존이 위탁판매하고 있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Fulfillment by Amazon) 상품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따라선 현재로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아마존 미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듯하다. 그러나 더 저렴한 가격에 무료 배송까지 가능한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FBA 상품이 아닌 아마존 직매입 상품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굳이 아마존 미국에 접속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한국어 환경과 친숙한 결제 환경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11번가 이용자들의 아마존 직구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확실할 듯하다.
11번가 관계자는 “아직 런칭 단계라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품 가짓수는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