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아이앤엠 박종진 실장 "AWS 클라우드, 방송 사업은 물론 문화까지 바꿔"
[IT동아 남시현 기자] “SBS아이앤엠의 경쟁력은 안정적인 서비스다. 방송사의 콘텐츠 경쟁력이 확보됐을 때, 이를 유치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대규모 시청자가 접속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만난 SBS아이앤엠 박종진 실장에게 SBS아이앤엠의 경쟁력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SBS아이앤엠은 SBS의 뉴미디어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SBS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라이브와 OTT, 플랫폼, 커뮤니티 등에 대한 개발 및 운영을 맡고 있다. 최근 진행한 도쿄올림픽의 온라인 특집 페이지나 라이브 방송, 기획, 송출, 서비스 운영까지 진행한 게 바로 SBS아이앤엠이었다.
SBS아이앤엠과 같은 기업이 등장한 이유는 오늘날 방송이 더 이상 텔레비전에 국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 OTT 시장과 뉴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고, 텔레비전을 넘어 PC와 스마트폰, OTT 등 시청 환경도 다원화하고 있다. 이날 SBS아이앤엠을 찾아온 이유도 이런 상황에 대해 방송사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듣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서비스’가 경쟁력이라는 SBS아이앤엠,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푹(POOQ)에서부터 웨이브, 그 중심에 클라우드
박종진 실장이 SBS에 합류한 시기는 약 18년 전이다. 그는 초창기 SBS 사이트를 비롯해 뉴미디어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고, 지상파 3사 연합 OTT 서비스로 시작한 웨이브의 모체 기업 콘텐츠연합플랫폼(서비스명 POOQ)의 설립 멤버이자 스마트미디어랩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다시 SBS아이앤엠에 합류해 플랫폼사업실을 이끌고 있다. 박 실장에게 플랫폼사업실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 실장은 “플랫폼사업실의 핵심 업무는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OVP) 사업이다. OVP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그중에서도 실시간이나 대규모 이용자들이 찾는 서비스나 플랫폼 등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브라이트코브같은 기업들이 만든 플랫폼을 방송사들이 임대해서 쓰는 게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방송사들 각자가 노하우나 기술이 있어서 OVP를 직접 서비스한다. 이를 상품화해서 다른 사업자에게 서비스해보자 해서 출범한 게 플랫폼 사업실이다”라고 답했다. SBS아이앤엠이 다져온 온라인 플랫폼 기술을 상품화하여 다른 방송사에 임대하는 업무를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 SBS아이앤엠의 경쟁력이라고 말한 ‘안정적인 서비스’의 의미는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의 안정성이라는 뜻인데, 그 배경에는 클라우드가 있다. 박 실장은 2012년 푹을 론칭하던 시기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2006년 IPTV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0년에 스마트폰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송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시장 서비스를 개척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2년에 SBS, MBC가 설립하고 KBS가 콘텐츠를 제공한 온라인 서비스인 푹이 출범했다”라면서, “당시 SBS의 유료 동접자가 2~3만 명이었고, 지상파 3사가 연합해서 최대 10만 명 정도로 서버를 구축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로 서버를 구축한 경우에는 수요 예측부터 장비 조달 후 설치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순간적인 트래픽에 대처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최대 트래픽을 소화하기 위해 서버를 증축했다가 수요가 감소하면 예산이 낭비되므로 섣불리 도입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당시 주말에 무한도전이 진행되고, 그러면서 시청률이 20%쯤 나오는 드라마가 겹치거나 하면 사용자가 몰리면서 1년 내내 서비스에 오류를 겪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1년 만에 IDC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자는 얘기가 본격화됐다.
클라우드는 서버를 온라인으로 임대해서 사용하는 기술이며, 필요에 따라 즉각 서버를 확장·축소할 수 있다. 즉각 대응이 불가능한 IDC와 다르게 방송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빠르게 서버를 확장할 수 있으므로 송출이 끊길 염려도 없고, 평소에는 서버를 축소 운영할 수 있어 감가상각이나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푹으로부터 교훈을 얻은 박 실장은 이후 2년간 스마트미디어랩의 대표이사를 지내고, 다시 SBS아이앤엠으로 복귀해 2016년부터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로의 서버 전환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AWS 클라우드 전환, 하지만 가치 있었다
박 실장은 AWS가 국내 서비스를 정식 시작한 해에 열린 ‘AWS 서밋 서울 2016’에서 SBS의 클라우드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방송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인데, 당초 계획은 3년 안에 전환을 끝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환이 끝난 시기는 5년이 지난 올해의 얘기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박 실장은 “IDC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방법은 서버를 복사해서 붙이는 리호스팅, 중요한 서비스만 옮기는 리플랫폼, 완전히 옮기는 리팩토링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핵심만 옮기자는 목표로 3년을 잡았는데, 도입할수록 예전 코드를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게 반복되면서 최종적으로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도입된 클라우드는 적절한 시기에 빛을 발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모든 방송사의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 속에서도, SBS의 온라인 중계가 모든 트래픽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박 실장은 “원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이벤트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하지만 흥행 여부에 따라 갑작스럽게 트래픽이 폭증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대형 이벤트는 보통 지상파 3사와 여러 OTT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동시에 송출하는데, 당시 웨이브와 아프리카 TV, 네이버가 30분가량 다운됐고, 지상파 쪽으로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KBS와 MBC의 서버도 다운되면서 모든 온라인 트래픽이 SBS로 몰렸지만, AWS 클라우드로 서버를 크게 확장해 모든 과정을 정상 송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IDC였다면 SBS 역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AWS 클라우드가 기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클라우드 도입, 직원 성향과 문화까지 바꿔놓다
클라우드 도입 이후 내부 임직원들간의 변화도 뚜렷하다고 한다. 박 실장은 “원래 방송 트래픽은 99%까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수요에 따라 서버 확장에 필요한 예산을 올리고 결재를 받고, 설치하는 등의 과정을 반복했다. 한편으로는 도입한 서버의 관리도 직접 진행하다 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라면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매번 예산안을 올리는 등의 과정이 생략됐고, 상황에 맞게 임직원들이 서버 규모를 조절하면 된다. 관리도 AWS가 진행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연간 신규 장비 구매비와 감가상각으로 인한 예산이 절감되고, 이를 다시 개발에 투입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자율성도 크게 늘어났다”고 답했다.
최근 SBS아이앤엠이 진행하고 있는 마이크로 서비스들이 모두 클라우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박 실장은 “IDC 환경이었으면 서버 유지에 투입됐을 인력들이 개발로 돌아오면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인 티팟(Tpod)이 좋은 예시인데, 과거에는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1년 정도 걸렸을 과정이, 3~4달 만에 완료됐다.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내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는데, 여기서 데이터를 끌어와 제작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로 시작한 것들이 업무의 접근 방식을 바꾸며 기업 문화까지 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SBS아이앤엠이 추진할 사업에 대해 묻자 흥미로운 대답이 나왔다. 그는 “최근에는 클라우드로 확보한 개발 여력을 통해 전자랜드의 클라우드 컨설팅이나 커피 체인점인 나인블럭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이나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외하면 방송이나 커피나 비슷하다. 회원 관리도 해야 하고, 상품도 선택하고, 온라인 결제도 하고 그다음엔 앱도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사업팀의 주력 사업이 방송 서비스긴 하지만, 기본 전제는 개발이다. 방송에만 국한돼있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사업 기회를 창출해나가고 있다”라면서, “사용자에 대한 접근법을 바꿔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SBS아이앤엠의 I&M은 인터넷 앤드 모바일의 약자다. 방송과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 그리고 SBS아이앤엠의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해준 원동력은 박종진 실장 특유의 추진력도 있겠지만, 클라우드를 통한 개발 역량 확보와 내부 문화의 변화 덕분이기도 하다.
정리할 시간이 되자 박 실장은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견해를 덧붙였다. 박 실장은 “최근 클라우드 전환이 대세가 되면서 떠밀리듯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나 외주를 줘서까지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클라우드도 어디까지나 사람과 기계의 협업이라고 본다. 외주로 개발을 맡기면 그만큼 디지털 전환이나 혁신에는 한계가 있고, 바뀌는 부분도 한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전환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할 말도 잊지 않았다.
박종진 실장은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내부 인적 자원까지 함께 바뀌는 과정이다. 우리 부서 역시 한두 명의 개발자가 네다섯 명에게 전파하고, 이 인원이 모든 개발자에게 서로 교육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왔기에 지금에 이르렀다”라며,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다들 이해의 깊이가 있다 보니 자신의 일처럼 돕고, 함께 운영하는 문화가 기업 문화로 정착했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시작한 건 나지만, 지금의 SBS아이앤엠이 있을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동료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