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이 대화한다? ‘C-ITS’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자동차들끼리 소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가족, 직장상사, 친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상대방과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텐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집단끼리 어울리고, 조직을 구성해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약 우리처럼 자동차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쪽 도로는 갑자기 내린 폭우로 침수해 피하는 게 좋겠다거나, 이쪽 도로에는 낙하물이 떨어져 위험하다고 대화를 나눈다면? 이렇게 자동차끼리 도로 정보를 공유하고, 자동차가 주변 인프라와 환경 정보를 소통할 수 있다면, 운전 경험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교통사고 이야기를 해보죠. 도로교통공단이 발간한 ‘2020년 교통사고통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약 5.4%씩 감소했습니다. 연평균 부상자수도 0.3%씩 낮아졌어요. 다만, 연평균 사고건수는 0.1%씩 증가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부상자수는 일부 감소했지만, 사고 그 자체는 피하지 못한거죠.
자동차끼리 소통할 수 있다 어떨까요. 서로 주의하고 경고하면서 도로 위를 달린다면, 자연스럽게 사고 자체도 덜 일어날 겁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할 모빌리티 주제는 바로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입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 C-ITS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서로 대화한다고요? 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건가요?
맞습니다. 단계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여러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해 주변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해 (알아서) 주행하는 개념이지요. 낮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많은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19년 542억 달러(한화 약 63조 5,000억 원)에서 2026년 5,566억 달러(한화 약 653조 원)로 연평균 약 39.47%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도 한계는 있습니다. 사람이 도로 위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무단횡단 등)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죠. 미처 센서가 감지하지 못하는 먼 거리는 감지하지 어렵구요. 게릴라성 호우 등 기상이변에도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율주행기술에 C-ITS 기술을 접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거죠.
앞서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요?
C-ITS는 하나의 기술이라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기술을 더한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동차, 도로 위 기지국, 서비스 센터의 트래픽 제어/관리 시스템, 휴대용 단말기 등이 모두 소통하는 겁니다. C-ITS 핵심 기술로는 정보 제공 서비스, 통신방식, 기지국 인프라, 단말기(단거리 통신 및 셀룰러 방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C-ITS는 자동차와 자동차가, 자동차와 주변 인프라가 서로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도로 위 정보를 각 자동차와 개별적으로 소통했다면, 이제는 도로 위 정보를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 소통하는거죠. 보다 능동적인 대처 방법입니다. 갑자기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원활한 교통상황을 제공할 수 있죠. 도로 유지보수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완전자율주행단계 중 일부를 상용화 수준까지 구현할 수도 있어요.
전세계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하네요. 현재 기술 개발 수준은 어떻습니까?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기술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국가마다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C-ITS를 구축 중이라고 하는데요.
유럽연합(EU)은 ‘C-ITS 플랫폼’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C-ITS 플랫폼은 지난 2014년, 유럽에서 C-ITS 배포를 위해 국가기관과 도로운영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만든 기관인데요. EU 회원국의 C-ITS 파일럿 배포 프로젝트를 연결하고, 공통 기술 사양을 개발해 공유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발족했습니다. 이후 2016년에 ‘C-Roads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1차 C-Road 프로젝트는 유럽 18개국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2019년 약 6,000km의 도로에 C-ITS를 구축하고, 정보 통신 호환성과 서비스를 검증하고 있는데요.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2차 C-Road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ITS 플랫폼은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교통상황 공유뿐만 아니라 이동수단의 디지털화 촉진, 연간 교통사고 약 19% 감소 등 부가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기업이 참여하고 있네요. 대표적인 기업은 어디일까요?
독일의 ‘유넥스 트래픽(Yunex Traffic, 이하 유넥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전 사명은 ‘지멘스 모빌리티 인텔리전트 트래픽 시스템(Siemens Mobility Intelligent Traffic Systems)’이었는데, 2021년 7월 변경했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멘스의 자회사인데요. 지멘스 모빌리티 때부터 쌓은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로 활용해 C-ITS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C-ITS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내부에 탑재하는 ‘OUB(차량단말기)’와 도로에 설치하는 ‘RSU(노변기지국)’가 필요합니다. 유넥스는 이 모든 걸 전체 솔루션으로 제공해요. 노변기지국과 연결한 공동관리시스템(Cooperative Management System :CMS)을 활용해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인프라의 정보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통신 제어기술도 보유하고 있죠.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40개국에서 C-ITS 사업 공급자로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C-ITS를 개발하고 있나요?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약 10년 정도 늦은, 2009년 처음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정부부처 및 많은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지난 2019년 10월, 정부는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7년으로 3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잠시 보류했던 C-ITS 시범사업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뒤, 곧 사업계획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죠.
민간기업도 C-ITS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SKT와 서울시가 발표한 교통안전정보알림, LG유플러스가 발표한 ITS 구축사업, KT와 제주도가 발표한 약 300km 구간의 디지털 도로화 등이죠. 국내에서도 새로운 모빌리티와 미래 이동 기술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으니,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고민해야 할까요?
국내외 많은 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관련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을 도입해 살기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C-ITS는 이러한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입니다.
다만, C-ITS와 같은 시스템은 민간 기업이나 일부의 노력만으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서로 지원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또한,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많은 데이터를 얻어 발전시키는 실증사업도 필수적입니다.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나아가 학계 등 연구기관까지 폭 넓은 협업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