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퍼밋 박선기 대표 “스마트팜, 기술에 앞서 농업에 대한 진정성 갖춰야”
[IT동아 김영우 기자] 농업이 단순한 1차산업 중 하나로 분류되던 시대는 지났다. 현대의 농업은 다양한 첨단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생산성 및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특히 IoT(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은 현대 농업의 꽃 같은 존재다.
한편, 주식회사 퍼밋(대표 박선기)은 스마트팜 기업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그 회사의 대표는 IT 기술에 앞서 ‘작물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컨테이너 딸기농장, 지능형 패키지 온실, 스마트 모듈재배기, 가정용 수경재배기 등 다양한 스마트팜 솔루션을 선보여 호평 받았고 매년 100% 이상씩 매출을 높이고 있다. 취재진은 퍼밋 박선기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지향하는 스마트팜의 이모저모, 그리고 농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1.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본래 체대 출신이며 수영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에어컨 설치, 배관 작업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농촌의 비닐하우스도 공조 및 배관과 관련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작물을 잘 기를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시골을 좋아했고 각종 작물도 키워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하우는 있었다.
Q2. 스마트팜 사업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나?
: 퍼밋을 창업한 건 2017년 10월의 일인데 처음부터 스마트팜을 지향했던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작물을 잘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오히려 스마트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도 있었는데, 왜냐하면 스마트팜을 지향한다는 소위 전문가 중 상당수가 현실과 어긋난 이야기를 하는 걸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국에 비해 한국에선 소규모 농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층 정교한 제어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들어온 스마트팜 기법이나 기기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작물이 자라지 않거나 기기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IT 지식은 많아도 농업 지식이 부족한 스마트팜 전문가들이 많았던 것도 문제다. 퍼밋이 지향하는 스마트팜은 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IT 기술을 더하는 것이다.
Q3. 사업 초반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2019년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액셀러레이팅(투자 및 멘토링) 프로그램이 유용했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IT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스타트업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었다.
Q4. 사업 내용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한다
: 우선 지능형 온실 시공과 같은 농촌농업, 그리고 가정용 수경재배기나 모듈형 수경재배기와 같은 도시농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농촌농업과 도시농업이 크게 다를 것 같지만 식물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문제가 될 건 없다. 우리는 대부분의 직원이 농대 출신이며 6개의 직영 농장도 보유하고 있어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를 하는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TIPS에 선정, 컨테이너식 딸기농장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TIPS에 선정된 것이 작년 10월인데 지금 시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관심이 큰데, 이미 많은 업체와 접촉 중이고 동남아의 마트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딸기는 전 세계 300여종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딸기가 가장 맛이 좋다. 우리의 딸기 재배 노하우가 담긴 딸기 컨테이너를 통해 해외에서도 한국의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업 중 상당수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Q5. 타사 대비 퍼밋의 차별점은?
: 타사에선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리고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만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편하게 농사를 짓는 것 보다는 ‘제대로’ 짓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우리가 ‘자동화’ 보다는 ‘정밀농업’을 지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00여평 규모의 농장에서 3,000여평 규모의 생산량과 품질을 낼 수 있게, 일반인은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수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테면 딸기를 잘 재배하려면 단순히 온도나 습도 외에 배지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도나 습도가 같더라도 이른바 수분 부족량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습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배지가 건조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작물에 대한 애정과 노하우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우리의 고객들 역시 이를 이해하는 분들이다. 시공사와 협력업체들이 따로 노는 타사와 달리, 우리는 작물 선정부터 토지, 시설, 설계, 시공, 재배에 이르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한다.
Q6. 향후 계획이 있다면?
: 대형 건설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아파트 빌트인 재배기를 공급하기로 했고, 서울 소재 제약사 건물의 로비에 15미터 규모의 회전형 베드도 설치하기로 했다. 환경 및 인테리어는 물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많은 도전을 하면서 이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실감했다. 특히 한국 스마트팜 산업은 언젠가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퍼밋은 단순히 보여주는 농업 기술이 아닌 진정성 있는 농업 기술을 통해 한국의 스마트팜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이렇다 할 영업활동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우리를 찾는 고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출액을 보면 창업 이듬해인 2018년도에 2억원 정도였는데 2019년에 20억, 작년에는 50억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00억을 앞두고 있다. 우리처럼 농업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