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활함으로 완성한 49형 게이밍 모니터, 삼성전자 오디세이 네오 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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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디스플레이를 평가할 때, 가장 표현하기 어렵고 주관적인 영역이 바로 몰입감이다. 몰입감은 어떤 한 가지 일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느낌을 의미하며, 디스플레이에서는 화상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매료될 수 있는가를 뜻한다. 사무용 모니터는 몰입감과 무관하지만, 영상 감상 혹은 게임처럼 집중력을 요구하는 콘텐츠일수록 몰입감이 중요하다. 특히나 게이밍 모니터는 몰입감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나 온라인 콘텐츠는 비율이 16:9, 4:3 등으로 고정돼있어 모니터 크기나 비율에 한계가 있지만, 게임은 그래픽 카드가 모니터 해상도와 비율에 맞춰 화상을 생성하고, HDR(High Dynamic Range)같은 특수 효과도 제공한다. 그래픽 카드 성능만 충분하다면 모니터가 크고 고성능일수록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좋다. 그래서 많은 게이머들은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2대 이상의 모니터를 나란히 놓고 사용하며, 제조사들 역시 측면 테두리를 최대한 얇게 만들어 끊어지는 느낌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니터 2대는 중간이 분리돼있어 일체감이 떨어지고, 몰입감을 해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화면이 가로로 긴 형태의 21:9 모니터가 등장했고, 2018년에는 모니터 2~3대를 가로로 놓은 수준의 32:9 비율 게이밍 모니터까지 출시됐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단순히 넓은 비율을 넘어 초고성능까지 실현한 삼성전자 오디세이 Neo G9 S49AG950(이하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가 등장했다
내 주변을 감싸는 극한의 몰입감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은 QHD(2,560x1,440) 해상도 모니터 두 대에 해당하는 듀얼 QHD(5,120x1,440) 해상도 49인치 32:9 비율의 커브드(곡선형) 게이밍 모니터다. 패널은 게이밍 모니터 최초로 기존 LED 대비 40분의 1 크기의 ‘퀀텀 미니 LED’를 광원으로 적용한 수직전계식(VA, Vertical Alignment) 패널을 사용했고, SDR(Standard Dynamic Range, 일반 밝기) 최대 420니트, HDR 적용 최대 밝기 2,000니트의 압도적인 밝기를 제공한다.
화면이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영역을 뜻하는 색공간은 sRGB 125%, 어도비 RGB 92%를 지원한다. 색공간이 sRGB 100%를 초과하면 일반 영상 콘텐츠나 게임 등을 볼 때 색채를 더욱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미니 LED를 채용해 종래의 패널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높은 명암비도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의 핵심이다. 현재 출시된 LCD 모니터는 한 장의 후면 백라이트가 밝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검은색을 표현해도 약간 밝은 빛이 돈다. 이 때 명암비는 1,000~3,000:1 수준이며,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도 일단은 2,500:1 수준의 명암비다. 하지만 명부의 밝기를 2,000니트 이상 끌어올리는 HDR 상태에서는 명암비가 1,000,000:1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때 미니 LED는 검은색을 표현하기 위해 부분 점멸하고, 2,048개로 분리된 구간별 LED에 각 소자마다 4,096단계의 세밀한 명암 조절을 지원해 화면의 밝기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게임 플레이에 대입한다면, 상대가 완전히 어두운 부분에 숨어도 일반 모니터보다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고, 게임 화상의 표현력도 훨씬 우수하다.
모니터 패널의 화면 사이즈는 123.8cm며, 패널의 둥근 수준의 비율인 곡률이 1000R에 달한다. 1000R은 반지름이 1m인 원을 그렸을 때 수준의 곡률이며, 사용자가 중간에 앉았을 때 모니터 화상이 사용자를 감싸는 수준이어서 몰입감을 더한다. 이 정도로 화면이 휘어있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인간의 망막은 구형이어서 평평한 이미지를 볼 때 사다리꼴 왜곡을 일으킨다. 만약 이미지가 망막 형태에 맞게 구형으로 돼 있다면 사다리꼴 왜곡이 보정돼 평평한 이미지처럼 보인다. 특히 1000R 곡률은 망막의 곡률과 같아 왜곡이 제대로 보정되고, 시야가 더 넓어져 몰입감을 높인다. 또 눈동자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눈의 피로가 줄고, 가시성도 증가한다.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의 크고 넓은 화면은 단순히 미적인 요소가 아니라, 모니터 화상이 주는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외관은 백색 하이그로시(유광)로 돼 있고, 전원 및 게임 프로필 모드 버튼이 아래 하단에 배치돼있다. 스탠드는 높낮이 조절과 상하 각도 조절, 약간의 회전을 지원한다. 디자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스탠드 테두리의 원형 조명인 ‘인피니티 코어 라이팅’이다. 인피니티 코어 라이팅은 후면 방향으로 조명 효과를 내 게이밍 룸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게다가 화면 중앙의 색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후면의 조명 색상을 일치하는 ‘코어싱크’ 기능이 적용돼 전작인 오디세이 G9보다 역동적인 화상 효과를 즐길 수 있다. 인피니티 코어 라이팅은 조명을 단색으로 유지하는 ‘라이팅 이펙트’, 사전에 설정된 색상 및 효과를 가미하는 등의 설정을 지원한다.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는 오디오 단자, 2개의 HDMI 2.1 단자, 1개의 DP 1.4 단자, 2개의 USB 3.0 포트와 1개의 USB 3.0 B타입 단자가 배치돼있다. 최대 3개의 출력 장치를 연결할 수 있어서 게이밍 데스크톱과 게이밍 노트북, 콘솔 게임기 등을 한 번에 연결해서 쓸 수 있고, 모니터에 내장된 USB 허브를 통해 키보드나 헤드폰을 연결해 선 걸림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상급 디스플레이에 걸맞은 최상의 게임 성능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은 광활한 시야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최고의 게이밍 성능도 함께 겸비한 제품이다. 게이밍 스펙의 3대 요소인 주사율과 응답 속도, 가변 주사율 성능 모두 훌륭하다. 주사율은 화면이 1초에 갱신되는 횟수를 의미하는데, 60Hz 주사율인 모니터는 1초에 60프레임 영상을 모두 표현하고, 144Hz인 모니터는 144프레임을 표현한다.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의 주사율은 화상 데이터를 압축하는 DSC(Display Stream Compression) 지원 디스플레이 1.4 연결 상태에서 최대 240Hz에 달하며, HDMI 2.1에서 144Hz, DSC 미지원 연결 시 120Hz로 활용할 수 있다.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최대 주사율을 끌어내기가 쉽진 않으나, 이 정도 크기 및 해상도 모니터가 최대 24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점 자체가 인상적이다.
응답 속도는 회색에서 회색 간 전환 속도를 뜻하는 GTG(Gray to Gray) 기준 1ms에 달한다. 응답 속도가 빠르면 모니터에서 화상을 빠르게 이동하거나 전환할 때 발생하는 잔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또한 그래픽 카드에서 송출하는 신호를 즉각 화상으로 표현하므로 게이머의 반응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0.1~2초 단위로 승부가 결정나는 카운터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 같은 1인칭 슈팅 게임이라면 1초에 120~240회 갱신되는 화상과 즉각적인 반응 속도를 경험할 수 있으니, 모니터가 게임 실력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
가변 주사율 기능도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과 AMD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를 모두 지원한다. 앞서 주사율 기능은 그래픽 카드가 보내는 화상 신호와 모니터의 재생 타이밍이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따라서 그래픽 카드가 보낸 신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게임 화상이 틀어지는 티어링(Tearing)과 스터터링(Stuttering)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가변 주사율 기능은 그래픽 카드의 전송과 모니터의 수신 타이밍을 동기화해 모니터 화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끊어짐을 방지한다.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장착했다면 엔비디아 제어판을 통해 지싱크 호환을 활성화하면 되며, AMD 그래픽 카드는 AMD 아드레날린 제어판에서 해당 설정을 켜면 된다.
HDR도 역시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이다. HDR은 영상의 밝은 부분은 어둡게 하고, 어두운 부분은 밝게 해 화면의 밝기를 평준화하는 효과를 뜻한다. 이때 영상 전체 밝기가 밝을수록 화면이 더욱 역동적으로 표현되며, 콘텐츠에 따라선 암부와 명부의 대비가 서로 다른 SDR(Standard Dynamic Range)과 완전히 다른 화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은 전작인 오디세이 G9보다 두 배나 높은 최대 2,000니트 밝기의 HDR 기능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40~50만 원대 게이밍 모니터의 HDR이 최대 400니트의 베사 디스플레이 400 인증을 취득하고, 그 이상의 가격대가 600·1000 인증을 갖춘다.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의 최대 밝기는 종래의 최상급 HDR 모니터의 두 배에 가깝다. 실제로 HDR 기능을 켜고 끈 차이는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구분 될 정도다.
유튜브의 HDR 전용 콘텐츠를 재생한 결과, SDR 조건에서는 콘텐츠의 명부는 밝고, 암부는 어두워서 제대로 된 화상을 볼 수 없다. 특정 영상이나 게임에서 HDR 활성화 없이 SDR만 지원하는 조건이라면 예시처럼 영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HDR 기능을 켜면 위의 예시처럼 또렷하고 눈부신 수준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가장 밝은 표현이 최대 2,000니트 이상에 달하고, 명암비는 1,000,000:1까지 올라간다. HDR을 지원하는 게임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감상할 때의 만족도는 가히 영화관에 가까운 느낌이다.
다루기 어렵지만, 잘 쓴다면 최상의 감상을 제공
이드 소프트웨어의 전설적 1인칭 슈팅 게임인 둠(DOOM) 시리즈에서는 대대로 ‘BGF9000’이라는 무기가 등장한다. ‘매우 큰 총’으로 불리는 이 무기는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개인 화기 중 가장 강력하며, 모든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갈구하는 아이템이다.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 삼성전자 오디세이 네오 G9이 ‘BFG9000’과 같은 존재감이다. 5,120x1,440에 달하는 49형 32:9 비율의 압도적인 크기와 1000R 곡률, 최대 2,000니트에 달하는 밝기와 극한의 명암비가 주는 몰입감은 2021년 7월까지 출시된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전작인 오디세이 G9과 비교해 외관이나 해상도, 비율 등은 거의 동일하지만, 실제 성능은 많이 바뀌었다. 구역별로 LED가 동작하는 로컬 디밍존이 10개에서 2,048개로 확장됨과 동시에 4,096단계 밝기 조절을 지원해 더 세부적인 밝기 표현이 가능하고, 최대 HDR 성능도 베사 HDR 1000에서 VDE가 인증한 ‘퀀텀 HDR2000’으로 확실히 증가했다. HDR 콘텐츠의 몰입감을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1000R 곡률과 32:9 비율이 워낙 독특해서 사용 범위가 한정적이다. 두 대가 붙은 정도의 크기가 사무용으로도 좋긴 하지만, 가격이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색 재현력도 전문가용이라고 볼 순 없고, 화면 곡률도 1000R에 달해 전문 편집 용도로는 적절하지 않다. 대다수 사람이 평면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곡면 디스플레이에서 편집한 화면이 다른 사람에게 다르게 보일 여지도 있다.
이런 조건만 제외하고 순수하게 게임 용도로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 7월 출시한 삼성전자 오디세이 네오 G9의 가격은 240만 원대로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BFG9000’처럼 그야말로 최강의 성능을 갖춘 물건을 찾는다면 이만한 제품도 또 없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