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북, 운영체제만 바꾸고 가격 2배로 올렸나
[IT동아 남시현 기자] 네이버가 스마트 교육을 위한 자체 운영체제 노트북, ‘웨일북’의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하반기 중 출시될 웨일북의 기능과 외형을 공개했다. 웨일북은 전국 10곳의 시·도 교육현장에서 실제 활용 중인 교육용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와의 연계에 최적화한 노트북으로, 비대면 환경에서도 교사와 학생 간의 원활한 수업을 돕는다.
특장점은 웨일스페이스의 관리 기능에서 한층 더 진화한 ‘수업관리’ 기능, 그리고 AI 음성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등이다. 웨일북의 수업관리 기능은 일반 노트북에서는 지원이 어려운 수업 보조 기능으로, 선생님이 학생의 화면을 살펴보며 문제를 풀이하거나 선생님의 화면을 전체 공유하고 학생별로 화면을 제공하는 등 효과적인 수업 진행을 돕는다.
클로바노트는 녹음된 음성 기록을 목소리별로 구분해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주는 서비스다. 교육 현장에서는 선생님의 강의를 텍스트로 기록해 수업 내용을 복습할 수 있고, 텍스트를 편집해 요점 정리를 돕는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네이버 웨일 김효 책임리더는 “웨일북은 기능과 외형 설계의 모든 과정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활용성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제조 협력사들과 함께 고도화하고 네이버의 기술을 응집한 제품”이라며 “웨일 스페이스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디바이스 특징을 바탕으로 선생님과 학생이 교육, 학습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교육격차를 줄이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웨일북, 하드웨어 가격에 의문 쏟아져
문제는 학업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서 불거졌다. 네이버가 전국 10곳의 시·도 교육현장에 웨일북을 납품할 가능성이 큰데, 세금으로 구매할 제품의 가격대비 성능비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네이버 웨일스페이스나 웨일 OS 등의 지식재산권 가치를 더했다고 해도 고평가된 수준이다.
네이버 웨일북은 노트북 및 태블릿 겸용으로 쓸 수 있는 2-in-1 노트북으로, 11.6인치의 디스플레이를 360도 회전할 수 있다. 또한 펜을 내장하고 있어 태블릿 PC로도 활용할 수 있고, 방수기능 키보드는 물론 MIL-STD-810G 낙하테스트를 통과해 75cm 높이에서 떨어져도 파손 우려가 적다. 외형이나 기능 면에서는 학생들이 사용하기 좋은 기능과 구성을 갖췄지만, 세부 성능을 고려했을 때 69만 원은 과도한 가격이다.
현재 웨일북은 LG전자, 레노버, 루컴즈시스템과 손을 잡고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된 Whalebook WE1L은 레노버에서 제조한 제품이다. 노트북 팜레스트(손목 받침대) 우측 하단에 ‘Lenovo’ 마크가 있고, 제품에 대한 상세 보증과 국제 보증도 레노버에서 맡는다. Whalebook WE1L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인텔 셀러론 N4120이며, 4GB 메모리와 64GB eMMC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는 11.6인치 HD(1,366x768)를 지원하며, 고릴라글래스가 장착된 터치스크린 패널이다. 화상 수업에 중요한 웹캠은 720p HD 해상도를 지원한다. 화면이 360도로 꺾이고, 펜을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은 고릴라글래스를 활용했지만, 패널 해상도가 낮아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42Wh(3,635mAh)에 USB-C 45W 충전을 지원하고, 인터페이스는 마이크로 SD 리더 1개, USB 3.1 단자 2개, USB 3.1 C형 단자 1개, 헤드폰 단자 및 마이크 및 오디오 겸용 단자 각각 1개, HDMI 1개, 도난 방지를 위한 켄싱턴록 1개로 구성돼있다. 무선 기능은 와이파이 5 및 블루투스 5를 지원한다.
웨일북은 69만 원, 레노버 300e 2세대는 35만 원
문제는 이 정도 스펙을 가진 신제품이 30만~40만 원이라는 점이다. 인텔 셀러론 N4120을 탑재했고, 4GB에 64GB eMMC를 탑재한 13.3/14형 신제품 노트북의 가격은 32~37만 원대다. 에이수스가 올해 1월 출시한 N4020, 4G, 64GB 탑재 11.6인치 모델 가격은 27만 원에 불과하고, 같은 제조사인 레노버가 출시한 N4020, 4GB, 128GB 노트북도 31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 동일한 등급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LG전자와 삼성전자 노트북도 15.6인치에 사양을 높여봐야 40만 원대 중반이다.
레노버에서 출시한 ‘레노버 300e 크롬북 2세대'는 네이버 웨일북과 동일한 제품으로 보인다. 레노버 300e 2세대는 360도 회전을 지원하는 11.6인치 HD(1,366x768)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프로세서와 메모리, 저장장치, 캠, 펜 내장 기능이 같다. 외부입력 인터페이스 위치도 동일하고, 배터리 용량과 무선 기능, 그리고 키보드 상단에 있는 특유의 웹캠 위치와 모양까지 같다. 무게만 1.35kg에서 1.38kg으로 차이가 나는데, 충격 방지를 위한 테두리 범퍼 유무나 디스플레이 상판 변경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그런데 레노버 300e 2세대의 가격은 310달러에서 330달러로, 한화 35~38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운영체제만 구글 크롬OS에서 네이버 웨일북으로 바꾼 정도의 차이인데 가격은 35만 원에서 69만 9천 원이 됐다. 어디까지나 제조 과정에서 단가 상승 요인이 반영되었을 순 있지만, 동일한 제품에 운영체제만 바꾸고 납품하면서 가격은 두 배로 올렸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네이버, '가격 확정 아니다, 추후 시장 가격에 맞게 내놓을 것'
네이버 웨일북은 보편적 학습권과 비대면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출시됐다. 하지만 시장가와 비교하면 분명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고, 거의 동일한 제품과 비교해도 두 배나 비싸다. 백번 양보해서 웨일 OS 및 교육용 플랫폼의 가격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한다면, 웨일 OS의 가격이 윈도 10 홈보다 세 배나 비싼 운영체제라는 의미가 된다. 네이버 담당자는 "웨일북 가격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추후 공개 시점에 유사한 스펙을 가진 제품들과 비슷한 가격대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