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틈새 노린 중형 TV, QLED와 OLED 중 내게 맞는 제품은?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해부터 국내 TV 시장에서 48~50인치 사이 중형 TV가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LG전자의 OLED 48인치 TV인 OLED 48CX이다. OLED는 화질은 뛰어나지만 생산이 까다로워 대형 제품일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거거익선’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TV 시장에서 OLED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48인치 같은 중형 제품은 그나마 접근성 있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TV 수요와는 벗어나 있다. 거실 환경에서 쓰기엔 아무래도 작은 크기이기 때문이다. 거실용 TV라는 범주에서는 경쟁력이 애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이밍 TV라는 범주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OLED는 패널 특성상 최상급 게이밍 모니터에 비견되는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지니고 있다. 48인치라는 크기도 거실이 아닌 별도 게임 공간이나 책상 위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선 너무 크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48CX가 여러 해외 매체에서 최고의 ‘게이밍TV’로 꼽히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등 최신 콘솔 게임기가 지난해 발매된 덕분에 이 기기들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48CX 수요도 함께 늘었다. 국내에서도 품귀 현상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48CX 게이밍 TV로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에서도 올해 게이밍 TV 시장을 노리고 50인치 중형 크기에 게이밍 특화 기능을 강화한 네오 QLED 제품인 50QNA90을 출시했다. 이렇게 게이밍 TV 수요가 몰린 중형 TV 시장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가격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두 제품 출시 당시 가격은 180~190만 원대였지만, 최근에는 판매가가 140만 원 내외로 형성돼 있으며, 기간 한정 할인이나 각종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실구매가 110만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게이밍 TV를 장만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좋은 시장 상황이 형성된 셈이다. 두 제품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니 본인의 사용 환경이나 성향을 따져보고 구매할 필요가 있다.
밝은 환경에서 사용한다면 50QNA90, 어두운 환경이라면 48CX
먼저 어떤 장소에 TV를 배치할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주로 사용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글레어 패널을 탑재한 OLED 48CX는 빛 반사가 심한 편이라 주변이 밝은 환경이라면 어두운 장면에서 방안이나 사용자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며 몰입을 깨뜨릴 수 있다.
OLED 패널 특성상 밝기(휘도)가 다른 디스플레이 방식에 비해 낮다는 점도 밝은 상황에서 시인성을 다소 떨어뜨리는 단점이다. 주변 환경이 밝을수록 디스플레이 밝기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높아져야 하는데, 수명이 비교적 짧은 유기물 소자를 활용하는 OLED 특성상 밝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자 수명과 밝기는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단점은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대 밝기가 낮다지만 OLED는 완전한 검은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 명암비를 구현할 수 있다. 화면 밝기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제어하는 기술인 ‘로컬 디밍’도 픽셀 하나하나 단위로 조절하는 ‘픽셀 디밍’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명암비와 색상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인 HDR 효과 표현력도 뛰어나다. 밤하늘을 묘사한 장면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사이로 별빛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암실이라는 환경만 갖추면 화질 측면에서 나무랄 구석이 없다.
반대로 밝은 환경에서 주로 사용한다면 50QNA90이 더 나을 수 있다. 작은 방, 별도 게이밍 공간이 아닌 거실이라면 암실 환경을 조성하기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 조명이나 햇빛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게 되므로, 이상적인 암실 환경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화질이란 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폭넓은 실사용 환경에서 50QNA90의 체감 화질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50QNA90은 눈부심방지 기술이 적용돼 빛 반사가 덜하다. 미니 LED가 적용된 QD-LCD(퀀텀닷 LCD, 삼성에서는 QLED라고 부른다) 패널이라 밝기가 뛰어난 점도 밝은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1~2인 가구의 원룸이나 작은 오피스텔의 거실용 TV로도 적합하다. 거실용으로 쓴다면 2인치 더 큰 평형도 강점이 된다.
게임 용도로는 48CX 우세지만, 50QNA90도 충분히 훌륭해
4K 120Hz 지원, 게임 특화 편의기능과 인풋렉(입력 지연)을 최소화하는 게임 모드 등 두 제품 모두 게이밍 TV를 표방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성능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게이밍 TV라는 범주 내에서는 48CX 손을 들어주고 싶다. 게이밍 디스플레이에서 중요한 스펙 중 하나인 응답속도가 1ms로 매우 뛰어나다. 거기다 HDMI 단자 네 개가 모두 4K HDMI 2.1 단자라는 점도 장점이다. 4K 60Hz에 RGB 방식 10비트 컬러, HDR 기능을 이용하거나, 4K 120Hz를 온전히 이용하려면 HDMI 2.1이 필수적이다. 48CX는 HDMI 2.1 단자가 4개이므로, 이를 지원하는 최신 콘솔 게임기 여러 대와 고사양 게이밍 PC를 모두 갖추고 있더라도 단자 부족을 걱정할 일이 없다.
반면 50QNA90은 HDMI 단자 4개 중 1개만 2.1 단자다. 만약 사용할 기기 중 HDMI 2.1이 필요한 기기가 하나밖에 없다면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나중에는 단자 부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게이밍 TV를 표방하면서도 HDMI 2.1 단자가 하나라는 점은 이 제품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 모니터로 쓰기엔 두 제품 모두 크기가 커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특히 48CX에는 크기 외에도 문제가 있다. 48CX에는 소자 수명을 늘리기 위해 밝기를 자동으로 제한하는 ABL(Auto-Brightness Limiter, 자동 밝기 제한) 기능이 있어서 흰색 비율이 높은 화면에서는 자동으로 밝기가 낮아진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문서 작업이나 웹서핑 환경에서 계속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화면이 굉장히 거슬리게 느껴질 수 있다. ABL을 끄는 방법도 있지만 패널 수명에 독이 되므로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소자 수명이 다하면서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을 앞당길 수도 있다. 따라서 주 모니터보다는 게임이나 영상 감상 등 특정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보조 모니터로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굳이 주 모니터 용도로 쓰겠다면 48CX보다는 50QNA90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두 제품은 모두 게이밍 TV로 분류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중급형 이상의 성능을 지닌 TV다. 그러므로 TV 본연의 기능인 영상 감상에서도 웬만한 보급형 TV는 압도하는 성능을 지녔다. 특히 48CX는 HDR 규격 중 하나인 돌비비전을 지원한다. 넷플릭스처럼 돌비비전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활용할 때 뛰어난 HDR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ABL이 영상 감상에도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경우다. 애니메이션 특성상 영화나 드라마보다 밝은 화면, 원색 계열 화면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잦으므로 ABL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다면 50QNA90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만약 48CX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48C1도 고려해보길 권한다. 48C1은 48CX의 2021년형 신모델이다.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OS 버전, 화질 엔진 등이 업그레이드됐다. 다만 판매가는 48CX보다 10~20만 원가량 높으므로 딱히 신모델의 이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48CX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