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에 '구독' 얹는 통신사들…노림수는?
[IT동아 권택경 기자] 이동통신사 멤버십 프로그램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997년 SK텔레콤(SKT)이 처음으로 ‘011 리더스클럽’을 선보인 이후, 멤버십 프로그램은 이통사의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급격하게 바뀐 휴대전화 이용 행태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소비 트렌드 때문에 큰 틀에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통 3사 마케팅 비용 중 멤버십 프로그램에 들이는 비용은 외부에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수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이통 사업 특성상 멤버십으로 기존 고객을 붙잡는 게 중요하다.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멤버십 프로그램이 고액 요금제 가입자, 장기 가입자 등에 혜택을 편중시키는 이유다.
그러나 이통사들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이동통신 사업 현황은 녹록지 않다. 대표적인 수익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몇 년째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뚜렷한 성장 동력이 사라졌다. 활로가 돼야 했을 5G는 투자 비용과 마케팅 비용 부담, 품질 논란으로 인한 법정 다툼으로 삐끗하고 있다. 통신 사업만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사들은 멤버십 프로그램에 큰 비용을 쓰기보다는 새 성장동력에 주력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멤버십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건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가 요금제와 그에 따라오는 멤버십 혜택보다는 저렴하고 실리있는 요금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게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의 약진이다. 알뜰폰은 올해 5월 가입자 956만 명을 확보해 1,0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그중에서 30대 이하 젊은 층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46%이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는 자급제폰과 알뜰폰 저가 요금제를 조합한 ‘가성비’ 조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차고 넘치는 비싼 요금제와 활용도 못 할 멤버십 혜택은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도 멤버십 프로그램 변화를 가속하는 요소다. 그동안 멤버십 혜택은 영화관, 음식점 등 대면 소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제한되자 조정이 이뤄졌다. 기존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만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관 제휴 혜택 축소다. SKT는 CGV, 메가박스와 제휴가 종료되면서 롯데시네마에서만 제휴 혜택을 제공하게 됐다. KT도 기존 세 곳에서 롯데시네마 한 곳으로 제휴처를 줄였고, LG유플러스도 CGV만 남겨두게 됐다.
대신 통신사들은 온라인 위주로 제휴처를 재편 중이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건 구독 서비스와의 연계다. SKT는 ‘데이터 인피니티 요금제’ 혜택이었던 무료 영화 예매권을 '플로(FLO)'와 ‘웨이브’ 이용권 등 자사 계열 구독 서비스로 대체했다. KT는 자사 OTT인 ‘시즌’ 할인 혜택을 추가하는가 하면, 커피숍 할리스와 제휴해 월 9,900원에 커피 4잔과 시즌을 이용할 수 있는 ‘시즌X할리스 구독’ 서비스를 지난 7월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6월 VIP 고객 대상으로 ‘구독콕’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독콕 서비스는 정기구독 이용권이나 제휴사 할인 쿠폰을 매달 제공한다. 현재 밀리의서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니스프리,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쿠팡이츠, GS25 8곳 중 한 곳을 선택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는다. 통신사들은 이동통신 사업이 정체하자 콘텐츠, 커머스,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사업자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신규 사업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자사 통신 가입자에게만 독점 제공하지 않고 개방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혜택,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수익 사업이다.
이렇게 통신사들의 ‘탈통신’ 현상이 가속화하다보니, 통화료로 돈을 벌던 시절 설계된 멤버십 프로그램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생겼다. 가입자 유지를 위한 ‘제휴 할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멤버십 프로그램은 현재 통신사들의 사업 형태와 미래 계획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 중인 곳이 SKT다. SKT는 T멤버십을 타 통신사 고객까지 가입할 수 있는 구독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말 적립형 멤버십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도 ‘폐쇄형 멤버십에서 오픈형 마케팅 플랫폼으로 변화’라고 설명했다. 비록 이용자 반발에 기존 할인형을 유지하며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선회하긴 했지만 기조 자체가 바뀌진 않았다.
아직 KT와 LG유플러스는 SKT와 같은 대대적인 멤버십 개편안을 내놓을 조짐은 없다. 그러나 SKT의 적립형 멤버십 혹은 향후 등장할 개방형 멤버십이 출시 후 좋은 반응을 받으며 안착에 성공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