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도쿄올림픽에는 어떤 IT 기술들이 숨어 있을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도쿄올림픽이 개막했잖아? 올림픽에서도 첨단 기술이 많이 활용되지?

네, 아무래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각종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열리는 전례 없는 올림픽이잖아요? 선수들 실전 감각이 다른 대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국제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스포츠 과학과 장비를 활용한 훈련법 등이 경기력에 미치는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우선, 한국 양궁팀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위해서 준비해 내용이 독특했습니다. 한국 양궁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잖아요. 올림픽에서 30년 넘게 최정상을 지켜왔을 정도니깐요. 당연히 대회마다 최선의 준비를 했겠죠?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하여 새로운 맞춤형 훈련을 하며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대한양궁협회는 지난 5월 충북 진천 선수촌 양궁장에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본뜬 ‘가상 도쿄경기장’을 1억 원 정도를 들여 설치했는데요. 세트장의 콘셉트는 '리얼 도쿄(Real Tokyo)라고 합니다. LED 전광판 때문에 활을 조준할 때 눈부심 등의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가상 경기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관중 경기 환경을 대비해 200석의 빈 관람석까지 설치했어요. 경기장에 주변에 보이는 관람석의 느낌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죠. 예상 가능한 모든 경기 환경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실제 경기장처럼 상황별 영어, 일본어 현장 아나운서 코멘트까지 준비했고요 소음, 카메라 셔터 소리까지 전부 제작해서 현장감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도쿄올림픽 경기장 출입 및 퇴장 동선까지 재현했다고 하네요. 실제 경기에서 접하게 될 UX(User Experience)를 가상 환경으로 미리 접하면서 적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니 금매달을 딸 수밖에 없겠죠? 물론 무엇보다도 선수, 코치들의 노력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실제 경기장과 유사하게 재현한 훈련장 (출처=대한양궁협회 SNS)
실제 경기장과 유사하게 재현한 훈련장 (출처=대한양궁협회 SNS)

2. 가상 경기장이라고 하면, 혹시 가상현실(VR) 기술하고도 관련이 있어?

네, 실제 경기장을 세트처럼 재현한 부분도 있고요. VR 같은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환경도 있었다고 합니다. VR 훈련은 꽤 예전에도 활용이 됐는데요.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해서 머리에 쓰는 VR 기기 있잖아요? 그걸 활용하다 보니 선수가 1인칭 체험만 가능하고, 지도자는 연습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요. 지금은 선수 시야 움직임이 그대로 벽에 투사가 되고, 심장 소리까지 측정이 된다고 합니다. 지도자들이 선수 입장에서 연습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거죠.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이 됐다고 하는데요. 양궁 선수들 자세를 촬영하면 AI가 그 영상을 분석해서 보여주는 식입니다. 기존에 단순히 영상을 촬영해서 사람이 분석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죠. 여기에 더해 심박수 측정 장비 등 다양한 장비로 선수 개개인 데이터를 측정해 맞춤형 훈련이 가능했다고 하고요.

3. 다른 종목에서도 유용하겠는데?

맞습니다. 근대5종이라는 종목 들어보셨나요? 수영, 펜싱, 승마 그리고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레이저런이란 종목 경기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치른 다음 종목별 개인 기록을 합산하는 복합 스포츠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루 동안 한 선수가 전부 소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겠죠? 서로 다른 종목을 다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 강도도 만만치 않은데요.

힘든 훈련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가 도입돼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펜싱에선 3D 기술을 활용하는데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주 시도하는 10가지 패턴을 3D 모델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훈련시킵니다. 3D 안경을 끼고 입체적으로 패턴들에 대응하는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겸할 수 있고요.

4. 요즘은 스포츠 분석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지?

기존에는 1차원적인 분석이었다면 이제는 2차원, 3차원 수준으로 다각적인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는데요. 이번에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진출한 우리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끼를 착용하고 훈련해왔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선수 개인의 활동 반경, 주로 뛰는 위치, 속도 정보 등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고요. 연습할 때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보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합니다. 항공 촬영과 GPS를 활용하면 경기에서 선수 특성에 맞는 대형을 짜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경기를 뛰다 보면 체력 저하로 인해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퍼포먼스 하락이 시작되는 시간대를 선수 개개인별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최적의 선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GPS 조끼를 착용하고 훈련 중인 축구선수. 사진은 호주의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 캐터펄트(Catapult) 제품. (출처=캐터펄트)
GPS 조끼를 착용하고 훈련 중인 축구선수. 사진은 호주의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 캐터펄트(Catapult) 제품. (출처=캐터펄트)

역도 대표팀에서는 역도 바벨 궤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활용했는데요. 이걸 이용해서 선수 몸 중심에서 바벨이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연속으로 미세하게 추적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선수 개개인별로 최적의 궤적 데이터를 분석해서 훈련을 할 수 있으니, 좀 더 효율적인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겠죠?

선수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술도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기존에는 선수의 관절 부위에 특수 스티커를 붙이고 운동을 하면 적외선 카메라가 부위별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부위별 움직임을 계량화할 수 있고 힘을 쓰는 적절한 타이밍도 포착해낼 수 있어 순간 움직임이 중요한 종목에서 활용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스티커를 붙이고 훈련하면 선수들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잖아요? 다행히 이제는 선수들 몸에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카메라가 그림자 실루엣만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포착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연스럽게 동작을 할 수 있어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크고 무거운 장비를 이용해서 세팅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 대비 데이터 분석 능력도 보다 정교해지다 보니, 선수와 지도자들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도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5. 훈련 말고 경기장에서는 어떤 기술들이 활용됐어?

출처=오메가
출처=오메가

흔히 육상 경기를 올림픽의 꽃이라고 하죠? 육상 경기 같은 기록경기는 정확히 시간을 재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시계업체가 이러한 시간 계측을 담당하는 ‘타임키퍼’ 역할을 맡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운 오메가가 가장 유명한데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오메가가 타임키퍼 역할을 맡았습니다.

올림픽은 타임키퍼를 맡은 업체 입장에서도 최신 기술을 과시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메가도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데요. 먼저 육상 경기부터 얘기해볼까요.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모두 스타트 번호에 모션 센서 태그를 부착합니다. 이 태그는 코스 주변에 배치된 여러 수신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정보를 전송합니다. 이걸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선수 위치, 속도, 가속도, 감속도, 거리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200m나 400m 경주처럼 곡선 구간을 선수들이 달릴 때 누가 앞서는지 육안으로는 파악하기 힘든데요. 이 모션 센서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출발지점에서 누가 얼마나 재빠르게 출발했는지, 순간 최고 속도는 몇인지도 알 수 있고요. 10,000m 경주에서도 선수들 사이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속도를 높이고 낮추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중계방송에 활용하면 훨씬 더 재밌겠죠?

출처=오메가
출처=오메가

수영에서는 각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이미지 추적 카메라를 수영장에 배치해 경기 전체 결과를 측정합니다. 수영 경기는 물보라 때문에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이런 특수 장치를 이용하면 실시간 위치를 비롯해 실시간 속도, 가속도, 감속도, 수영 선수 간 거리, 스트로크 수까지 비교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들 덕분에 순식간에 진행되는 단거리 경기에서도 선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스트로크 수를 확인할 수 있으니 누가 언제 스퍼트를 했는지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6. 기록 경쟁 말고, 심판이나 심사위원이 채점해야 하는 경기도 있잖아?

네, 올림픽 몇 년 전에는 AI가 심판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요. 그건 아직은 먼 미래 얘기 같네요. 심리적 저항감도 있고요. 대신 채점을 돕는 여러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체조에서는 포즈 감지라고 하는 기술을 사용하는데요. 선수들의 관절을 하나하나 분석한다고 합니다. 기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했는지 파악할 수 있겠죠. 트램펄린 종목의 경우, 선수가 착지점에 얼마나 정확하게 착지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들을 심사위원들이 판정 도구로도 활용한다고 하니 이전 대회보다 더 정확하고 공정한 심사가 가능할 듯하네요.

승마에서도 이미지 추적 기술을 활용해 말과 기수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레이저 감지 기술로 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이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평균 속도, 점프 시 비행시간, 코스를 이동하는 선수의 정확한 경로, 점프할 때 궤도 등을 감지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승마에서는 감점 여부에 따라 메달 색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판정이 중요하겠죠.

이번 올림픽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겨우 개최됐는데요. 이전 올림픽들과 달리 관중의 열기가 없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뭔가 흥도 안 나고요. 그래도 이런 최신 기술들이 스포츠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방송 중계에선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거 같네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 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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