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성큼 다가온 우주 관광 시대, 버진 갤럭틱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우주 기술의 발전은 곧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1957년 10월 4일, 구소련이 전세계 최초로 우주에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스푸트니크 1호는 직경 58cm의 구 형태에 안테나를 달고 있었는데요. 발사한지 3개월 후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후 구소련은 개를 태워 우주로 보내는 등 사람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죠. 결국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를 우주로 발사했습니다. 구소련의 전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자극 받은 미국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주 탐사 개발에 투자하며, 우주로 나아갔습니다. 수십년간 양국의 우주 경쟁은 치열하고,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경쟁은 끝났죠.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출처: NASA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출처: NASA

비단 우주 개발에 열 올린 나라는 미국과 구소련만이 아닙니다.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우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는데요. 유럽 우주국은 2030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목표를 밝혔고, 중국은 지난 4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나라가 우주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최첨단 기술 개발과도 관련있습니다. 우주와 관련한 각종 연구개발 결과물은 다른 분야에서도 인류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우주 경쟁을 통해 항공, 통신 등의 기술은 진일보할 수 있었죠.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무나 도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동안 우주 개발을 국가 단위로 진행한 이유죠.

우주왕복선을 한 번 쏘아올리는 것만 해도 한 번에 1조 원 이상라더군요. 그런데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시도하고 있다던데요?

맞습니다. 국가 주도 연구에서 민간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최근 민간기업이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여행을 다녀오는 등 민간 규모의 우주 경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가 주도로 운영하던 프로젝트와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민간기업이 우주로 진출한다는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우주는 국가 즉, 공공 영역에 그치지 않고, 민간도 시도할 수 있다는거죠.

어떤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도전하고 있나요?

우주 탐사는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죠. 그만큼 도전하는 기업은 소수입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기업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민간기업 최초로 로켓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리며, 미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 화물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해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오는 9월에는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 궤도를 돌고 오는 우주여행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죠.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출처: NASA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출처: NASA

위성이 아니라 사람을 태우고 우주로 나가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민간기업이 우주여행에 성공했다고 전했는데요.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블루오리진(Blue Origin)’입니다.

지난 7월 11일, 버진 갤럭틱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버진 갤럭틱 직원 3명, 그리고 조종사 2명을 포함한 총 6명의 인원을 태우고 우주여행에 성공했습니다. 곧이어 7월 20일,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도 버진 갤럭틱에 이어 2번째로 우주여행에 성공한 민간기업으로 등극했죠. 블루오리진의 우주선은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18세 청년과 82세 할머니를 탑승한 채 우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민간인이 우주를 다녀온 건 이번이 최초는 아닙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우주 전문 여행사 스페이스 어드벤쳐스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해 관광상품을 출시했었는데요. 2001년 4월 28일,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는 2,000만 달러를 내고 민간인 중 최초로 우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9년까지 민간인 6명이 우주여행에 다녀왔습니다.

민간인 중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한 데니스 티토(왼쪽), 출처: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민간인 중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한 데니스 티토(왼쪽), 출처: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진 갤럭틱은 민간 기업이 우주 발사체에 민간인을 태워 우주여행을 성공했다는 점에서 최초입니다. 이제는 국가 소유 우주선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만든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다녀오는 시대인거죠.

우주여행…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로 돌아오는 것인가요?

버진 갤럭틱의 첫 우주여행은 지구 상공 약 86km까지 상승한 후, 무중력을 경험하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우주선은 전통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수직 이착륙 비행이 아닌, 항공기와 로켓을 혼합한 활공 비행이었어요. 먼저 우주선을 실은 모선이 이륙한 뒤 상공 약 14km 지점까지 우주선을 운반합니다. 이후 분리한 우주선은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해 마하 3의 속도로 날아 약 86km 상공까지 상승했죠. 이번 비행에 참여한 승객들은 약 3~4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했는데요. 비행의 모든 과정은 우주선 내 설치한 카메라로 촬영해 영상으로 공개했죠.

모선과 분리되는 우주선, 출처: 버진 갤럭틱 유튜브
모선과 분리되는 우주선, 출처: 버진 갤럭틱 유튜브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은 우주에 다녀온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던데요?

그렇습니다. 이번 비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리처드 브랜슨이 정말 우주에 다녀온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고도 때문인데요. 국제항공연맹(FAI)은 고도 100km 지점(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구간)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서야 우주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NASA나 미 연방항공청은 고도 약 80km부터 우주라고 합니다. 실제로 NASA는 고도 80km 이상을 다녀오면, 우주 비행사라고 인정하는 배지를 수여하죠. 물리학적으로 고도 80km 지점을 우주 경계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녀온 곳이 우주냐 아니냐에 더해, ‘우주비행사’인가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미 연방항공청은 고도 80km 이상을 비행하면 ‘상업 우주비행사’로 인정했는데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고도 80km 이상을 비행했지만, ‘상업 우주비행사’로 인정받지는 못할 듯합니다. 지난 7월 20일, 미 연방항공청이 상업 우주비행사 인정 조건에 ‘우주비행 중 공공 안전을 위한 특수 활동을 하거나, 우주비행 안전에 기여해야 함’이라는 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이죠. 이번 비행은 우주여행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상업 우주비행사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비행 후 연설하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 출처: 버진 갤럭틱 유튜브
비행 후 연설하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 출처: 버진 갤럭틱 유튜브

앞으로 버진 갤럭틱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버진 갤럭틱에게 이번 비행은 공기역학, 궤적, 속력 등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번의 추가 테스트 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테스트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기술은 어떤 수준인가요?

아직 선진국에 비견할 수준은 아닙니다. 지난 2013년, 국내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렸죠. 다만, 나로호는 제작 과정에 러시아 도움을 받았고, 사람이 아닌 위성을 쏘아 올린 발사체였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독자 기술로 1.5톤급 위성을 저궤도에 올리는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현재 모든 성능 시험을 통과했고, 올해 10월 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누리호 제원, 출처: 동아일보 DB
누리호 제원, 출처: 동아일보 DB

정부 뿐만 아니라 대기업, 스타트업 등이 우주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우주산업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습니다. 위성 활용 서비스와 장비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도 한계죠.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한다면, 전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독자 기술 발사체 제조 국가 반열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향후 누리호 기술을 활용한다면,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는 것도 아주 먼 미래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민간 우주여행인데요.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요?

이번 버진 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의 성공적인 우주여행 이후, 상업용 우주 시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비판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우선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입니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따르면, 로켓을 발사하고 착륙하는데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00~300톤에 이릅니다.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지나치게 비싼 가격도 문제입니다. 우주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3~4분 정도거든요. 비용 대비 여행 시간이 너무 짧다는거죠. 물론, 가치에 대한 판단은 참여자의 몫이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은 일부 부자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죠.

관측천문학 입장에서 비판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미 통신서비스를 위해 수많은 위성이 지구궤도를 공전하고 있어 광학 망원경과 전파 망원경 관측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여기에 민간 우주산업이 불 붙으면서 우주공간의 빛 공해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거죠.

환경 오염, 비싼 가격, 천문학의 우려 사항 등 고민할 문제입니다. 우주기술 개발이 오히려 인류의 지식 축적과 우주 탐사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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