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직 게이머를 위해, 스틸시리즈 프라임 마우스 3종
[IT동아 권택경 기자] 흔히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미숙함을 감추기 위해 남이나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어째서인지 종종 장비,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처럼 와전되기도 한다. 경지에 이른 달인, 고수의 세계일수록 장비나 도구의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도 큰 차이를 낳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초급자라면 조작 숙달, 게임 운영 노하우 습득만으로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상급자 수준에서는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게이밍 마우스와 같은 게이밍 기어가 필요한 이유다. 저렴한 사무용 마우스는 숙달된 게이머의 현란한 손놀림을 오차 없이 인식하기엔 무리가 있다.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리는 고수의 세계에는 정밀한 고성능 게이밍 마우스가 필요하다.
스틸시리즈가 지난 6월 출시한 게이밍 마우스 ‘프라임(PRIME)’ 시리즈 3종도 좀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게이머를 위한 제품이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프로게이머들 의견과 피드백을 반영했다. 지나치게 화려한 디자인, 불필요한 부가기능은 최대한 배제하고 마우스 본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프라임 시리즈는 기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임’과 고급형 제품인 ‘프라임+’, 무선 모델인 ‘프라임 와이어리스’로 구성되어 있다. 좌우 폭은 59mm(전면), 67.9mm(후면), 높이는 23mm(전면), 42.4mm(후면), 길이 125.3mm로 외형은 세 제품이 거의 동일하다. 세 제품 모두 오른손잡이 전용 비대칭 디자인을 띄고 있는데,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 적용돼 손으로 잡았을 때 착 감기면서 편안하게 느껴졌다.
무게는 프라임이 69g, 프라임+가 74g, 프라임 와이어리스가 80g이다. 단순 숫자만 놓고보면 프라임 와이어리스가 가장 무겁지만, 케이블 제외 무게이므로 실사용 시에는 케이블에 의한 구속감이 없는 프라임 와이어리스가 가장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케이블은 일반적인 케이블 재질이 아닌 섬유질을 꼬아놓은 듯한 재질이다. 스틸시리즈에선 ‘슈퍼 메쉬 케이블’이라고 부르는데, 케이블 끌림을 줄여주는 덕분에 마우스 움직임이 좀 더 부드러워진다. 케이블은 프라임과 프라임+에는 USB A to 마이크로 B, 프라임 와이어리스에는 USB A to C 타입이 들어있다. 무선 제품뿐만 아니라 유선 제품도 케이블 탈착이 가능하다.
가격대로 보면 프라임, 프라임+, 프라임 와이어리스 순으로 비싸지만 제품의 급을 굳이 나누자면 프라임+가 가장 고급형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선 여부를 제외하고 보면 프라임+가 센서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양을 갖췄다. 프라임과 프라임+에는 각각 트루무브 프로와 트루무브 프로+ 센서가, 프라임 와이어리스에는 트루무브 에어 센서가 탑재됐다. 모두 유명 마우스 센서 제조사인 픽스아트의 센서를 스틸시리즈가 제품에 맞게 조율한 센서다.
센서 성능은 프라임과 프라임+가 최대 18000 CPI, 450 IPS, 가속 50 G로 동일하다. 센서 이름은 트루무브 프로와 트루무브 프로+로 구분되어 있지만 메인 센서 자체는 두 제품 모두 같고, 별도 리프트오프 센서가 있냐 없냐의 차이만 있다. 리프트오프 거리(Lift-off Distance)는 마우스를 표면에서 들어 올렸을 때 인식하는 거리를 뜻하는데, 짧을수록 마우스를 들어 올려서 위치를 다시 정렬할 때 불필요하게 센서가 인식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프라임+는 별도 리프트오프 센서를 탑재해서 리프트오프 거리를 최소 0.5mm에서 2mm까지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프라임 와이어리스에 탑재된 트루무브 에어는 트루무브 프로와 CPI는 동일하지만 IPS와 가속은 각각 400과 40G로 떨어진다. IPS(Inch Per Second)는 1초 동안 움직이는 인치(거리)를 나타내는 속력인데, 마우스 성능에서는 얼마나 빠른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400IPS는 1초에 400인치를 움직이는 속력을 말하는데, 미터로 환산하면 초당 약 10m 수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400IPS도 이미 차고 넘치는 성능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프라임 와이어리스 센서도 성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바닥에 탑재된 LED 디스플레이는 프라임+에만 있는 기능이다. PC에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마우스에서 CPI, 폴링레이트, 리프트오프 거리 등을 바로 설정할 수 있는데 디스플레이로 설정값을 직접 확인하면서 바꿀 수 있다. 프라임이나 프라임 와이어리스도 이러한 온보드 설정이 가능하지만 CPI만 변경할 수 있으며 휠에 탑재된 LED 색상으로 설정값을 확인해야 한다.
사전 설정된 CPI 값은 레벨1부터 레벨5까지 있는데 기본값은 400, 800, 1200, 2400, 3200이다. 설정에 따라 각각 자주색, 청색, 녹색, 노란색, 적색으로 LED 색이 바뀐다. 이 설정값은 스틸시리즈 GG 앱을 설치하면 최소 100에서 18000까지 100 단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CPI(Counter Per Inch)는 마우스를 1인치 움직였을 때 마우스 포인터가 몇 픽셀만큼 움직였나를 나타내는 수치다. 높을 수록 센서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CPI가 높은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만큼 조절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니 장점이 된다. 이외에도 가속 설정, 각도 스냅핑, 슬립 타이머, 폴링 레이트 설정 등을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폴링레이트(Polling Rate)는 컴퓨터와 마우스가 신호를 주고받는 빈도인데, 프라임 시리즈는 최대 1000hz까지 지원한다. 폴링레이트가 1000hz라는 건 마우스와 컴퓨터가 신호를 1초에 1000번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높을수록 마우스 움직임을 더 민감하게 반영할 수 있지만, 게이머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조절해서 사용하면 된다. 간혹 구식 게임의 경우 높은 폴링레이트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고급 게이밍 마우스는 스위치를 기존 기계식이 아닌 적외선 광선을 이용하는 광축 스위치로 바꾸는 추세다. 프라임 시리즈에도 프리스티지 OM(Optical Magnetic)이라는 자체 광축 스위치가 적용됐다.
버튼을 클릭하면 센서로 향하는 적외선 광선이 차단되면서 클릭이 인식되는 방식이다. 광축 센서는 기계식과 달리 물리적 접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내구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작동 일관성, 정밀성, 응답속도도 높일 수 있다. 스틸시리즈에 따르면 프리스티지 OM 스위치는 1억 회 클릭을 보장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자석의 자기력을 이용해 클릭 저항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마모로 인한 클릭감 저하도 방지할 수 있다.
무선 제품인 프라임 와이어리스는 2.4GHz 연결만 지원하며 블루투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동글은 USB C 단자를 탑재하고 있다. 동봉된 연장 어댑터가 젠더 역할을 하므로 USB C 단자가 흔치 않은 데스크톱에도 문제없이 연결할 수 있다. 케이블과 연장 어댑터를 이용해 동글을 마우스와 최대한 가깝게 배치함으로써 혹시라도 있을 전파 혼선이나 지연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배터리는 폴링레이트 1,000hz 설정 기준으로 한 번 완충으로 10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다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15분 고속 충전으로 40시간 작동한다고 하니 배터리가 갑자기 떨어져도 중간에 급히 충전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프라임 시리즈 가격대는 프라임이 8만 9,000원대, 프라임+가 10만 9000원대, 프라임 와이어리스가 17만 9000원대이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제품이지만 소비자 사정과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나눠놓은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프라임 와이어리스가 무선 제품 특성상 가장 비싸지만 여차할 땐 유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도 갖췄다. 마우스 자체 성능도 훌륭하다. 하지만 아직은 무선 마우스는 꺼림칙하거나 좀 더 높은 센서 성능을 원한다면 프라임+가 더 구미가 당기는 제품이 될 듯하다. 무선 기능도 필요 없고, 프라임+에 있는 고급 기능도 필요하지 않다면 가장 저렴한 프라임도 좋은 선택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