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에 현실을 담았다, 메타버스로 구현된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
[IT동아 남시현 기자]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처럼 보이긴 하나, 메타버스는 코로나 19 이전부터 존재해오던 개념이다. 지금 시기에 메타버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사회 실현에 적절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란, 초월의 의미를 가진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성된 단어로, 가상 현실의 차원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 공간’을 뜻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을 구축한 형태며, 코로나 19로 마비된 대면 사회를 대체하며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문화 계열이다. 공연이나 전시, 미술 등의 문화 산업은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물리적인 공간을 가상 현실로 대체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메타버스가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비로소 시작된 메타버스, LG전자의 접근법은?
지난해 12월 개막한 LG전자의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메타버스와 문화 예술, 그리고 전시 행사를 조합한 참신한 사례다.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가 설계를 맡아 실제 전시 공간처럼 기획되었다. 온라인 전시관이므로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PC 또는 모바일로 방문할 수 있으며, 접속자가 직접 가상 공간을 오프라인 전시관처럼 거닐며 관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의 ‘기획전시관’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전시가 주기적으로 진행된다. 첫 기획 후원 전시로는 문화역서울 284 운영위원이자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인 김노암 감독이 기획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고(故) 김환기 화백의 특별전, ‘다시 만나는 김환기의 성좌’가 진행됐다. 전시회에서는 그의 작품 10점과 뉴욕 아틀리에를 재현한 가상 공간이 재현되었고, 직접 사용자가 조작해 관람하고 도슨트 오디오가 준비되는 등 가상 전시임에도 실제 전시와 흡사한 수준의 전시로 진행됐다.
이어 LG전자는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와 고한용의 오마주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한승구, 김창영, 이은, 이상권, 이경민 현대 미술가 5인이 참여한 두 번째 기획 전시,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를 진행했고, 비디오와 오디오, 수어 콘텐츠는 물론 사운드 큐레이터가 작품을 청각화한 음악을 곁들여 호평을 받았다.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실제 전시가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진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150여만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세 번째 기획 전시, < 영원한 현재 : One Fine Day >를 접하다
앞서 두 전시에서 자신감을 얻은 LG전자는 지난 6월 24일, 세 번째 기획 전시인 <영원한 현재 : One Fine Day >를 개막했다. 세 번째 전시는 문인 화가이자 표갤러리 아트 콘텐츠 디렉터 출신의 정나연 감독이 총감독을 맡으며, 엄익훈, 김종숙, 김태수, 황선태 네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조각의 회화적 일루전, 오브제로 표현한 회화, 입체 조형, 빛의 회화, 인터랙티브 아트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다. 덧붙여 일반 관람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작가 입장에서의 시선과 철학을 인터뷰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이중 4관에서는 ‘하루를 일깨우는 바람’을 주제로 김태수 작가가 조각한 작품 4점이 전시돼있다. 작품은 금속의 차가움과 바람결의 유연함을 단순화한 형태며, 입체적으로 구현된 게 특징이다. 작품은 관람객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보여주는 형태가 다르고, 이미지와 다르게 다양한 각도에서 접할 수 있어 작품을 더욱 깊게 받아들일 수 있다.
기획 전시의 마지막에 위치한 5관에서는 자연의 빛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황선태 작가의 작품 소개가 이어진다. 황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닌 실제로 빛을 낸다. 그는 투명한 에폭시를 구워 형태를 만들고, 그 뒤에 OLED 디스플레이를 집어넣어 빛이 나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전시회 중앙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가 배치돼있으며, 사용자 반응형으로 작품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시그니처관’도 인상적이다. 시그니처관은 LG 시그니처 냉장고, LG 시그니처 세탁기,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에어컨 4개의 제품을 주제로 한 가상 공간으로 구성되며, 각 제품의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아트 퍼포먼스’가 제공된다. 아트 퍼포먼스는 제품을 중심으로 주변의 배경이 반응하는 형태며,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360도 영상으로 직접 움직이며 볼 수 있다. 관람은 일반 관람과 자동 관람이 있으며, 모든 아트 퍼포먼스를 접하고 나면 직접 이동하면서 연출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에 대한 시각과 이해를 마련해줄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모바일과 PC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네이버 검색창에 ‘LG 시그니처’를 검색해 방문할 수 있다. 세 번째 기획 전시인 < 영원한 현재 : One Fine Day >는 오는 9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비대면에서 탄생한 메타버스, 초현실로 나아갈 열쇠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단순히 LG 시그니처 라인업에 대한 소개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직전까지의 제품 소개는 간담회나 전시 행사 등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진행되어 왔다. 이 방식의 행사는 제품을 직접 접하고 만져볼 수 있지만, 소수의 인원만 제한적으로 제품을 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 세계에서의 소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시간과 공간도 초월한다. 오프라인이 소수의 인원을 위한 자리였다면, 온라인 공간을 통한 메타버스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한계가 없는 세계다. 특히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의 품질이 향상되고, 더욱 몰입감 있는 실감 콘텐츠가 등장하고, 현실 재화와 가상화폐와 같은 무형 재화와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메타버스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2021년에 이뤄지고 있는 메타버스의 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 세계관을 선점하기 위한 흐름이다. 1990년대에 가상세계를 열었던 인터넷이 지금은 세상을 관통하는 요소가 된 것처럼, 현실의 거울인 메타버스 세계가 미래의 또 다른 인터넷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LG전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가 국내 메타버스에 한 획을 긋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