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화웨이로 떠오른 샤오미, 삼성전자 넘고 1위 제조사 가능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Xiaomi)가 애플을 꺾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떠올랐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샤오미는 화웨이에 밀려 3~4위권에 머물러 있었지만,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산 반도체와 운영체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업는 스마트폰 특성상 화웨이는 빠르게 실각했고, 그 자리를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이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샤오미가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샤오미가 애플을 제치고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제조사로 떠오르게 됐지만, 정작 레이 쥔(Lei Jun) 샤오미 CEO는 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샤오미는 앞으로도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폰 2위 브랜드 자리를 굳건히 다질 계획’이라며 1위가 아닌 2위 굳히기에 나설 뜻을 밝혔다. 샤오미가 1위가 아닌 2위 사업자라는 자리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오미, 중국이라 흥했지만, 중국이라 어려운 싸움
샤오미가 2위 사업자로 올라올 수 있었던 계기는 같은 중국 제조사인 화웨이 덕분이지만, 반대로 같은 중국 제조사와도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샤오미 이외에도 오포(OPPO), 비보(VIVO), 리얼미(Realme), 아너(Honor)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 제조사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아닌 150~300달러대 보급형, 저가형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어서 목표로 두는 시장도 모두 겹친다.
화웨이의 실각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변화를 보자. 2020년 3분기 중국 화웨이 점유율은 30%였고, 비보와 오포, 샤오미의 점유율은 각각 18% 16%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1분기 점유율은 비보와 오포가 각각 24%, 23%로 뛰어올랐고, 화웨이와 샤오미는 각각 15%를 기록했다. 샤오미가 글로벌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 시장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작 화웨이의 빈자리를 비보와 오포가 가져가면서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글로벌에선 샤오미가 우위, 삼성전자와 비교는 어렵다
글로벌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어떨까. 2021년 1분기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가 모두 포함된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는 비보와 오포가 각각 18, 17%, 샤오미가 그다음을 차지했다. 반대로 북미와 남미,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 전체에서는 비보와 오포의 지분은 적고, 그나마 샤오미가 북미를 제외한 시장에서 3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안방을 내어준 대신, 바깥 시장은 샤오미가 차지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샤오미가 1위 사업자를 넘볼 상황은 아니다.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37%, 남미에서 42%,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갖고 있고, 북미 시장에서도 28%의 점유율을 유지해 애플 다음으로 큰 사업자다. 만약 비보와 오포가 내수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삼성전자나 애플이 아닌 샤오미의 입지만 흔들리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가 발표한 2021년 2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도 샤오미는 글로벌 점유율 17%를 달성하며 애플을 제치는 데 성공했고,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차이도 2%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그 아래로 오포와 비보가 각각 10%의 점유율로 4위, 5위를 차지했는데, 세 기업 모두 화웨이로부터 점유율을 가져온 데다가 비슷한 가격의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다. 서로 점유율을 빼앗아오는 상황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가성비 어려운 5G폰, 샤오미 고심 커져
2021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의 ⅔이 5G 기기인 점도 샤오미에게는 고민거리다. 현재 5G 스마트폰 칩셋은 비슷한 성능의 LTE 칩셋보다 약 1.5배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부터 5G 칩셋을 적용하면서 가격의 당위성을 설득해왔고, 북미나 유럽, 남미 시장 역시 5G 보급은 물론 구매력도 충분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가격대비 성능비를 우선시하는 데다가 북미나, 유럽 등과 비교해 5G 보급률과 구매력이 높지 않다. GSMA(국제 이동통신사 협회)는 아시아 권역의 4G LTE 보급이 최소 2025년까지는 최대 6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시장의 구매자들이 LTE 스마트폰을 찾고 있어서 대다수 브랜드가 LTE와 5G 버전을 각각 내놓는 상황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은 5G로 이동하고 있지만, 보급형 시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오포의 하위 브랜드인 리얼미가 25만 원대 5G 스마트폰으로 인도와 필리핀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27만 원대 5G 스마트폰으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가성비로 성장한 샤오미가 5G 시대에서도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는 분위기다.
삼성, 애플, 그다음이 샤오미
샤오미가 2021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같은 중국 사업자인 비보와 오포,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리얼미와 동일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서 안심하기 어렵다. 샤오미 역시 같은 중국 기업과의 시장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 11 울트라, 미 믹스폴드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샤오미만의 브랜드 전략 없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뛰어넘는 기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판매 대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샤오미의 이상적인 목표는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발돋움하는 것이겠지만, 아시아를 제외한 유럽과 남미,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3배가량 높기 때문에 당분간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특히나 같은 계열사인 오포와 원플러스, 리얼미를 합친 판매량이 샤오미보다 큰 상황이므로, 언제든지 샤오미의 순위는 뒤집힐 수 있다. 샤오미가 시장 패권이 아닌 ‘스마트폰 2위 브랜드 자리를 굳건히 다질 계획’에 집중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