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ESG 통합으로 오해하면 안될 네 가지 투자 요인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와 새로운 규제의 대응, 투자자와 매출 관리를 위해 ESG 경영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들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양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SG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여러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ESG 통합으로 오해하면 안될 네 가지 투자 요인

몇몇 금융 업계 관계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ESG 통합을 시도할때,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산업이나 기업을 알 방법이 있을까요?” 이 질문의 전제는 투자 의사를 결정할때 ‘ESG 통합’과 ‘배제적 스크리닝(Exclusionary Screening,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일괄 배제하는 행위)’을 동일선상에 놓은 것입니다. 이는 ESG 통합을 오해한 것입니다.

여기저기에서 ESG가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ESG 목표를 달성하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잘못된 말입니다.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니, 위와 같은 오해가 퍼지는 것 아닐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많은 실무자들이 ESG 통합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네 가지 투자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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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앞서 설명한 배제적 스크리닝입니다. 특정 부문·국가·기업의 투자를 금지하면 투자 범위가 아주 좁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투자 범위가 좁으면 그만큼 수익을 얻기 어려워집니다. 더 큰 문제는 배제적 스크리닝이 대부분 실무 투자 분석 이전에 시행되는 점입니다.

ESG 통합의 대원칙은 ‘증권 선택, 포트폴리오 구성 등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기존 재무 정보와 ESG 정보를 함께 다루는 것, 그래서 범위 안에 있는 모든 부문·국가·기업에의 투자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ESG 정보를 적용해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특정 부문·국가·기업을 기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ESG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여기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두번째. ESG 통합을 실현하려고 포트폴리오 수익을 희생하는 것입니다. 왜 ESG 통합을 할까요?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잠재적인 투자 위험(특히 ESG와 관련된)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ESG 통합을 했더니 수익이 줄어든다고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ESG 정보를 적용하거나 ESG 통합을 시도할때, 어떤 경우라도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됩니다. ESG 통합을 시도하려고 수익을 희생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세번째. ESG 목표를 달성한다며 전통 재무 요인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도 ESG 통합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자주 잊혀지거나 오해를 사는 부분입니다.

투자할때 고려할 요인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영향력을 평가하고 상대적인 중요도를 정해야 합니다. 기업, 투자 성과에 영향을 많이 미칠 요인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요인은 조금 덜 중요하니 나중으로 미루거나, 중요하지 않은 요인이라면 제외해도 됩니다. 전통 요인과 ESG 요인 모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몇몇 ESG 전문가는 ‘ESG를 위해서라면 전통 재무 요인의 일부, 혹은 상당수를 무시하거나 희생해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명백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ESG 통합은 전통 재무 요인과 ESG 재무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한쪽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번째. 투자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는 것입니다. 앞서 든 예들을 잘 보세요. ESG 통합은 사실상 투자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보조 수단입니다. 주요 수단이 아닙니다. ESG 통합을 위해 기존 투자 프로세스를 크게 바꿔야 한다면? 주객전도입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투자 분석 시 ‘ESG 통합을 하려면 밸류에이션 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는 ESG 통합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뭔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ESG 통합은 투자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거나 밸류에이션 모델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ESG 정보를 고려하도록 투자 프로세스를 간단히 수정하는 것입니다.

ESG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전제를 잘 세우면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SG 통합을 생각하기 전에 위의 네 가지 주의점을 꼭 알아두세요.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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