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 최치호 단장 "모더나 제칠 혁신 바이오 기업 기대"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후보 물질을 만들고, 나아가 백신 개발과 보급에 성공한 모더나.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이었던 모더나는 미국 바이오 산업의 구심점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무럭무럭 성장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클러스터는 지역 내 산학연, 정부 기관과 투자사 등 혁신 주체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결과를 만드는 지역 생태계다. 의과 대학교와 연구개발 인력, 풍부한 자금이 모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규모 바이오 기업의 요람이 됐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에도 의료·헬스케어를 아우르는 바이오 산업의 구심점 메디클러스터(메디컬+클러스터)가 세워진다.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에 마련된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다. 의과 대학교와 병원, 연구 시설과 인력, 민간 투자와 정부의 육성 의지가 한데 모인 이상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입지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단을 이끄는 최치호 단장을 경희대학교 서울바이오 산학협력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클러스터는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릉을 다른 클러스터와의 상생 발전을 이끌 한국 대표 클러스터이자 세계 바이오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 계획을 설명했다.
산학연 시설과 병원, 연구 인재 등 핵심 역량 모두 모인 ‘바이오 산업 요지’
바이오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반의 계산에 따르면 2018년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는 1조7600억달러, 1992조3700억원에 달했다. 성큼 다가온 노령화 사회, 건강한 삶에 세계인의 관심이 모이고 있어,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는 2030년께 4조4000억달러, 4980조4400억원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2018년 기준 세계 26위권을 맴돈다. 바이오 산업 일자리 비중도 2%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연합 등 선진국은 앞다퉈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고용유발계수가 높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국민의 건강·복지도 살필 수 있어서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가 노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왜 홍릉일까? 최치호 단장은 한국에서 바이오 산업을 시작하고 키우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 홍릉이라고 강조한다. 핵심 역량이 모두 모인 덕분이다.
홍릉에는 고려·경희·국민대학교를 비롯한 교육 기관이 모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과 고등과학원 등 연구기관, 서울바이오허브와 테크노파크 등 혁신 주도 기관도 자리 잡았다. 이곳이 배출한 고학력 연구 인재들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연구 자금으로 6500건에 달하는 기술핵심기관 특허를 창출했다.
여기에 바이오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를 이끌 고려·경희대병원과 원자력의학원 등 병원까지 가세했다. 산·학·연에 대학 병원까지 있으니 바이오 산업을 일구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자연스레 투자 기관도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산학연병(병원)금(자금)을 두루 갖췄다.
바이오 산업 요지다운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는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에 R&D 예산과 규제 특례를 마련한다. 조건을 만족한 기업에게는 연 2억원 규모 R&D 자금, 국세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준다. 무엇보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가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사업화 체계를 따르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집사처럼 꼼꼼하게 관리하는 바이오 산업 사업화 체계
핵심 역량이 있다고 늘 성공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기술 검증과 정밀한 사업화 방안, 철저한 임상 실험과 탄력 있는 규제 적용 등 세심하게 구성한 사업화 체계가 있어야 화룡점정을 이룬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 산업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최치호 단장은 컨시어지(집사) 스타일 사업화 체계 ‘H-퓨처 50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집사는 부족한 것,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 꼼꼼하게 관리 보충한다. 의료 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알맞은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의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해 고성장기업 50곳을 만드는 것이 H-퓨처 50 프로젝트의 목표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 운영협의체와 산학연이 의료 현장에서 사업화 수요를 찾는다. 수요가 공급으로, 공급이 수요로 이어지는 양방향 기술개발 사업화를 이끌기 위해서다. 그래야 현장이 원하는 진짜 혁신이 만들어진다. 사업성 검증 후에는 홍릉 기술사업화 플랫폼이 창업가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다. 고려대학교의료원과 경희의료원이 융합연구와 현장검증, 임상시험을 돕는다.
이렇게 바이오 기업의 기반을 닦고 나면 홍릉 펀드의 자금, 서울바이오허브의 인프라로 살을 찌운다. 여기에 한국 의료기관의 실증 지원과 선도구매(상품, 서비스를 미리 사서 수요를 보장하는 것), 해외 판로와 네트워크 지원까지 더해진다.
일반 기업은 아이디어를 연구·개발해 시제품을 만들면 바로 생산과 판매 절차를 밟는다. 반면 바이오 기업은 시제품과 생산 사이에 전임상과 임상 시험, 평가와 인허가라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이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이 단계를 지원한다. 사업화 전반의 연구 방법론뿐 아니라 시험 실패 시 반복 조치, 임상 풀을 제공하는 등 바이오 기업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준다. 200명 이상의 사업 단계별 전문가가 기술 애로를 해소하고, 상용화 실패 부담은 기술핵심기관이 나눠 진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 보스턴 넘어 클러스터 동반 성장의 중심으로
최치호 단장은 클러스터의 성공 요건을 ‘ECO’라고 말한다. E는 기업·기술·인재가 부가가치를 낳고, 부가가치가 또다른 기업과 기술과 인재를 모으는 Eco(선순환 생태계)다. 이 구조를 만들려면 기술과 기업, 컨설팅과 자금 등 혁신 요소들이 Connect(연결)돼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On Demand(수요) 파악이다. 수요 파악 없이 공급자 위주로만 기술을 만들면 현장과 실무간 괴리가 생긴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의 롤 모델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도 ECO를 모두 갖췄다. 바이오 혁신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자 투자사와 자금이 모였다.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이 잘 어우러진, 지속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가 생겼다. 그 결과 세계 20대 제약사 가운데 17곳이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합류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에도 ECO가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산학연과 병원, 연구 인재와 투자 기업이 속속 모인다. 세계 바이오 산업계의 흐름과 발전에 뒤쳐지면 안된다며 발 벗고 나선 의료인이 든든한 멘토로 합류한다. 그 어렵다는 바이오 기업의 밸류 체인 구성을 단숨에, 높은 완성도로 해내는 곳이 홍릉이다. 서울시도 홍릉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만들려 서울2030 계획에 포함했다. 최치호 단장이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의 밝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다.
그는 나아가 더 먼 곳을 그린, 방대한 광경을 담은 청사진을 제시한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를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대등한 클러스터로 만든다. 이어 한국 내 다른 클러스터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국가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동반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포항, 김해 등 다른 클러스터와의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난제는 제품 양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시제품에서 부품, 조립 과정 모두 일신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특히 어렵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클러스터간 장점 교류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는 아이디어 구현과 상품화, 실증 시험을 맡는다. 상품 생산은 김해 의생명·의료기기 클러스터가 담당한다. 혁신 기업과 병원을 가진 홍릉과 중견 제조 기업이 많은 김해가 만든 동반성장 구조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해외 클러스터와도 협력 가능하다.
“성공의 공식 마련한 홍릉에서 바이오 사업 도전하라”
잘 닦은 기반 위에서 시작하기에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는 큰 목표를 제시한다. 2025년까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260여곳을 유치해 5800여명분의 일자리와 425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 1조566억원 상당의 생산 유발효과를 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새 기업을 발굴할 오디션형 창업학교 그랜드-K(GRaND-K)를 성공리에 열었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기업 대상으로 교육을 거쳐 오디션 형태로 기술·시장·혁신성을 평가한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의 탄탄한 기반 시설과 인력, 사업화 체계를 듣고 무려 122팀이 그랜드-K에 지원했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창업카페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이오 창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VC와 기존 창업자, 전문가와 투자사로 구성된 멘토단이 정밀하게 진단해준다. 전국을 돌며 판도를 바꿀 만한 혁신 기술과 기업을 연구 개발하는 스카우터 제도도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를 살찌울 프로그램이다.
최치호 단장은 “바이오 기업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홍릉에 있다. 세제 혜택과 낮은 규제 장벽, 자문을 구할 전문 의료인 집단과 임상 시험을 맡을 의료 기관, 정부와 투자사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였다. 홍릉에서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며 “모더나를 뛰어넘어 바이오 산업 판을 바꾸고 사회 난제를 푸는 기업, 홍릉뿐 아니라 한국 전체에 혁신을 이끌 기업을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