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가입자' 알뜰폰의 역주행, 2030 세대를 잡았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가입자가 1,0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956만 명으로 이동전화 시장의 13.4%를 차지한다. 전년 동기 대비 220만 명 정도 늘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사업자(이통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서비스이지만, 과거에는 노년층이 주로 가입하는 '저가 요금제'라는 편견이 있었다. 기존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린 만큼 동일한 통화품질을 제공함에도, 많은 소비자가 알뜰폰은 통화품질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하곤 했다.
오랫동안 침체됐던 알뜰폰 시장이 다시 날개를 편 건,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젊은층의 유입 덕분이다. 이동통신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알뜰폰 이용자의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 알뜰폰 이용자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2%에서 지난해 22%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대는 11%에서 18%로 크게 늘었다. 알뜰폰 이용자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 이용자의 평균 월 이용요금(단말기 할부금 제외)은 2만 4,700원으로 조사됐다. 실제로도, 이통3사 평균 4만5,900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요금이다.
젊은층이 알뜰폰 업계의 핵심 가입층으로 떠오른 이유는, 이들 사이에서 ‘자급제폰+알뜰폰 요금제’가 ‘가성비 꿀조합’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급제폰은 단말기 제조사나 오픈마켓 등에서 구매해, 유심을 꽂은 뒤 바로 개통할 수 있는 단말기를 뜻한다.
중저가폰의 경우, 통신사 공시지원금과 오픈마켓에서 제공하는 할인금액 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자급제폰은 통신사 약정 부담이 없으므로, 위약금을 낼 일이 없어 더욱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진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LG U+의 알뜰폰 자회사 중 하나인 LG헬로비전은 지난해 아이폰12 출시 후 일주일간 전월 대비 30% 이상 증가한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아이폰은 통신사 공시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 규모가 작아 자급제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급제폰+알뜰폰 요금제’가 유행을 탄 덕분에 알뜰폰 시장도 함께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5G자급제폰도 LTE 요금제 신규가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급제폰 수요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기존엔 통신사에서 개통한 5G전용폰은 첫 6개월 이내 요금제를 변경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므로, 품질논란과 비싼 요금제에도 5G 요금제를 억지로 써야만 했다.
5G자급제폰의 경우엔, 평소에 사용하던 LTE유심을 빼서 단말기에 꽂아야만 LTE 요금제를 쓸 수 있었다. 이젠 자급제폰을 할인 받아 구매하고, 바로 저렴한 LTE 알뜰폰 요금제에 신규가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제 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추가하면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소비자의 비대면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앞장선 것도 알뜰폰 사업자였다. 이젠 알뜰폰 유심을 집앞 편의점에서 편하게 받아, 혼자서도 5분 안에 개통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개통이 가능하단 점도 실속을 중요시하는 젊은층에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을 한번 알아보자.
주요 사업자
1. U+알뜰모바일
누적 가입자 60만 명을 넘은 U+알뜰모바일은 LG U+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브랜드다. U+알뜰모바일은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서 가입 편의성을 개선하는 등 알뜰폰 혁신을 주도해왔다. 이로 인해 가입절차가 매우 간편해졌다. 전국 GS25, 홈플러스, U+알뜰모바일 다이렉트몰에서 유심을 구매하고 나서, 혼자서 5분 만에 개통을 끝낼 수 있다. 온라인에서 신청한 유심을 당일 날 받을 수 있는 당일배송 서비스도 제공된다.
U+알뜰모바일의 주요 요금제는 MZ(1980~2000년대 출생)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20대 전용 요금제 ‘이십세 요금제’이다. 이십세 요금제는 데이터 초과 시 최대 3,300원까지만 과금되는 ‘초과 과금 상한제’와 남은 데이터를 포인트로 환급받을 수 있는 ‘잔여 데이터’ 서비스 등 20대에게 적합한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매월 최대 150GB를 추가 제공하는 '데이터 프리덤' 프로모션도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가입한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에 추가 데이터 10∼150GB를 24개월 동안 제공한다. 신규 가입자와 프로모션 이전에 해당 요금제를 가입한 고객도 별도 신청 없이 추가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2. KT엠모바일
KT의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은 누적 가입자 80만 명을 넘은 업계 1위 사업자다. KT엠모바일은 고객이 주문한 유심을 실시간으로 배송하는 ‘바로배송유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몰에서 유심을 주문하면, 인근의 배달 라이더가 바로 유심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배달 가능지역은 수도권에서 전국 5대 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데, 최근엔 매달 1만 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과 50GB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 ‘M 기프티 37’를 출시했다. 월 2만9,700원 요금에 통화 250분, 문자 250건, LTE 데이터 2.5GB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요금제다. 모바일 상품권은 카페, 편의점, 외식,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190개가 넘는 브랜드에서 상품 결제에 쓸 수 있다.
3. SK세븐모바일
SK세븐모바일은 누적 가입자가 40만 명에 달하는 SK텔링크의 알뜰폰 브랜드이다. SK세븐모바일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2021년 소비자가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 조사에서 알뜰폰 부문 1위로 선정됐다. 실제로, SK 세븐모바일은 알뜰폰 업계 최초로 배송박스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 소재를 도입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혜택으로는 8종의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매월 5,000원 상당의 쿠폰인 ‘취향저격구독팩’이 있다. 최대 24개월 동안 매달 쿠팡이츠/파리바게뜨/투썸플레이스/CU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상당의 쿠폰 1개를 받는 서비스다. 데이터 이용량이 많으면서 딜리버리·베이커리·카페·편의점 등의 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은 MZ 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요금제다.
앞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1월 5G를 도매제공 의무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이통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5G를 저렴한 도매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제 알뜰폰 사업자는 5G도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어, 저렴한 5G 요금제로 가입자 확대에 총력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진 100~200GB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6만~7만 원대 요금제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부턴 데이터 용량을 줄인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TE뿐만 아니라 5G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알뜰폰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