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모빌리티 안으로 들어온 지갑 서비스, 인카페이먼트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모빌리티 안으로 들어온 지갑 서비스, 인카페이먼트
19.8%, 무슨 숫자일까요? 바로 2018년 기준 가계 지출 중 상품 및 서비스 구입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을 나타낸 숫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은 20%도 안된다는 거죠.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 등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 같은 빠른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지갑 없는 사회’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금융보안원이 발표한 ‘2021년 디지털금융 및 사이버보안 이슈 전망’에 따르면, ‘지갑 없는 사회’를 향한 전환 속도는 가속화할 수 있다네요. 현금, 카드조차 필요 없다는 거죠. 바로 스마트폰이 대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빌리티 이야기는 안하고 뜬금없이 ‘현금 없는 사회’, ‘지갑 없는 사회’라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냐구요? 자동차가 현금, 지갑을 대체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동차나 교통 인프라 등과 연결하며, 운전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 카’로 발전하고 있죠. 그리고 커넥티드 카의 기능 중 하나가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는 ‘인카페이먼트(In-Car Payment)’입니다.
인카페이먼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말하나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결제한다는 것은,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하이패스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며 결제하는 서비스죠. 때문에 일종의 인카페이먼트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사용 용도가 극히 제한적이죠. 고속도로 톨케이트 통과할 때 정도만 사용하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인카페이먼트는 편의점, 카페, 주유소, 주차장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결제 방법도 어렵지 않아요. 등록 카드를 이용해 방문하기 전, 미리 결제하는 방식이죠.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와는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요? 인카페이먼트는 결제 방법의 차이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는 자동차를 타고 가게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나 마이크를 통해 주문한 뒤,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해 결제하죠. 인카페이먼트는 자동차 안에서 주문하고 결제합니다. 주문하기 위해 창문을 열 필요조차 없어요.
이런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가 많은가요?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 인카페이먼트 시장 규모는 약 19억 6,00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2027년까지 매년 평균 19.9% 성장한다고 예측했는데요. 실제로 인카페이먼트 시장을 대비해 자동차 제조사, 카드사, 핀테크 업체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거나 협력하고 있습니다. BMW, 다임러, 포드, GM, 재규어 등 유명한 자동차 제조사가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과 같은 카드사, 제보(Xevo), 시리우스엑스엠(SiriusXM Connected Vehicle Service)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사 협력해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출시하고 있죠.
현재 주목받는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리우스엑스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시리우스엑스엠은 미국에서 가장 큰 오디오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라디오/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2013년 ‘아게로(Agero)’라는 업체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부문을 인수하며 커넥티드 카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SiriusXM Connected Vehicle Service’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했죠. 원격 시동, 자동 충돌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던 시리우스엑스엠은 비자카드와 협력해 시리우스엑스엠 전자지갑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인카페이먼트 서비스를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2019에서 한 영상을 공개했어요. 영상 속 운전자는 음성으로 네비게이션을 작동해 목적지를 설정하고, 커피를 구매했습니다. 스마트폰 같은 손가락 터치가 아니라 음성으로 (미리 등록한 비자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던거죠.
상황에 맞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점심 시간에 음식점 근처를 지나가면 주변 식당을 알려주고, 해당 음식점으로 경로를 변경할 것인지 물어보는거죠. 터치 몇 번 또는 음성으로 미리 결제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지갑 속에 있는 신용카드나 현금을 꺼낼 필요가 없는거죠.
영상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운전자는 손쉽게 위 과정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뒷단에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거죠. 시스템, 카드사, 가맹점 등이 자동차 위치 정보, 주문 정보, 카드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주고받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도 필수죠.
현재 시리우스엑스엠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적용한 완성차 업체는 닛산, 인피니티 등으로 북미 지역 기준 1,000만대 이상입니다.
국내 도입 수준은 어떤가요?
최근 국내에도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11일,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모빌리티 커머스 플랫폼사 ‘오윈(Owin)’과 협력해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출시했습니다. 주유소, 주차장, 편의점, 카페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운전자가 차 안에서 주문하고 결제한 뒤, 제품을 차 안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자체 개발한 인카페이먼트 기능 ‘카페이(Car pay)’를 탑재한 자동차를 지난해부터 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제휴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향후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넓힐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는 했죠.
국내 시장에서 인카페이먼트가 자리잡으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요?
국내 인카페이먼트 기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죠.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제휴 업체는 늘겠지만, 국내 도로 특성상 구매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잠시 차를 정차할 곳이 마땅찮습니다. 도로를 한창 달리다가 길가에 갑자기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도로 인프라 정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안 관련 신뢰성 확보도 중요합니다. 인카페이먼트는 서비스 특성상 통신으로 다양한 곳과 연결하죠. 즉, 해킹으로터 안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한 청년이 테슬라 스마트폰 앱을 해킹해 렌터카 업체 차량을 훔쳐 도주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인카페이먼트 차량을 해킹할 수 있다면, 차량에 등록한 개인정보, 결제정보 등을 탈취할 수 있죠. 이는 심각한 재산 피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 해킹은 교통사고 유발 등 심각한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블록체인, 생체정보 등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새로운 보안 기술 개발에 열올리는 이유죠.
인카페이먼트와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커넥티트카 서비스는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습니다. 도로 인프라, 보안 등은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의 일부일 뿐이에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편리합니다. 현대 사회의 주요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활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죠. 네트워크와 연결한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시대’를 연 것처럼, 어느 순간 ‘커넥티드카 시대’를 맞이할지 모를 일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