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손잡은 갤럭시 워치, 타이젠 없는 '애플 추격'
[IT동아 정연호 기자]
지난 달 28일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워치 전용 운영체제(OS) ‘원UI 워치’가 공개됐다.
원UI 워치는 삼성전자의 자체 OS ‘타이젠(Tizen)’과 구글 ‘웨어OS’를 합친 스마트워치용 OS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간 연결을 강화하기 때문에, 갤럭시의 이용자 경험을 갤럭시 워치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원UI 워치는 올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갤럭시 워치에 최초로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갤럭시 워치 이용자에게 신규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고, 대신 기기 출시일로부터 3년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원UI 워치는 단순한 데이터 연동을 넘어서, 스마트폰과 갤럭시 워치의 연결성을 크게 강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갤럭시 워치 단점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사 스마트폰, 태블릿과 OS가 달라서 연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원UI 워치 기반 갤럭시 워치에선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워치와 연동되는 앱을 다운받으면 갤럭시 워치에 앱이 자동으로 설치되고, 기기 간 설정도 바로 연동된다.
이날 행사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및 웨어 제품 관리 부문 부사장 사마르 사마트(Sameer Samat)는 “타이젠과 웨어OS의 장점만을 취해서 통합 OS을 만들었다”며 “원UI 워치 덕분에 앱이 최대 30% 빠르게 구동되고, 더 길어진 배터리 수명과 매끄러운 동작을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글-삼성전자 적과의 동침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시작됐다. 원UI 워치가 탑재된 갤럭시 워치에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해 구글 지도/아디다스 러닝/스포티파이/유튜브 뮤직/스마트 슬립 등 다양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와 호환성을 높이면서, 타이젠 전용 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X실장 패트릭 쇼메(Patrick Chomet) 부사장은 "삼성과 구글의 협력을 통한 개방형 에코시스템은 스마트워치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이 형성되면서, 애플 워치의 독주가 이대로 멈출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OS 시장에서 애플OS의 점유율은 33.5%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 타이젠의 점유율은 8.0%, 구글 웨어OS는 3.9%,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핏빗OS는 3.7%에 그쳤다.
타이젠은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넘기지 못하고 있지만, 삼성 타이젠/구글 웨어OS/핏빗OS가 뭉친 안드로이드OS 연합이 형성되면 세 회사의 점유율은 15.6%로 늘어나게 된다. 절대 강자인 애플 워치를 추격할 발판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 OS 타이젠의 운명은?
한편으로, 갤럭시 워치 탑재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면서, 삼성의 자체 OS인 타이젠은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구글 OS를 견제하기 위해서 타이젠을 만들었지만, 모바일 OS 시장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가 꽉 잡고 있어 그 사이에서 타이젠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타이젠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제품에 탑재됐으나, 이번 종료를 기점으로 스마트 TV와 가전제품에서만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자체OS를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OS에 의존하지 않았던 타이젠 생태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나갈 스마트 TV 시장에서도, 타이젠이 또다시 구글 OS에 종속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현재 스마트TV 운영체제 시장에서 구글 OS의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TV가 아니면 자사의 서비스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각 기기 간 연결성과 OS별 앱 생태계가 보여주듯, OS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체 OS를 잃는다면 삼성전자는 수많은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업체 중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구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삼성전자는 우선 원UI 워치가 진정한 의미의 통합 OS가 되게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