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컴퓨터 백신의 선구자 존 맥아피, 그가 남긴 '맥아피'란?
[IT동아 정연호 기자] 백신 프로그램 ‘맥아피(McAfee)’를 개발한 존 맥아피(75)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3일(현지시간)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이 그의 미국 송환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탈세 혐의로 수감돼 있던 구치소 감방에서 맥아피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 검찰은 맥아피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00만 달러(원화 약 45억 원) 이상을 탈세했다고 기소했으며, 그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후로, 스페인 법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탈세 혐의만 인정하고 맥아피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백신의 선구자로 알려진 맥아피는 나사(미국 항공우주국)/제록스/제너럴 일렉트릭 등 전자/기술 관련 기업에서 일한 뒤, 1987년에 컴퓨터 백신 기업 맥아피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그리고 최초의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 ‘맥아피 바이러스 스캔’을 개발해, 가정과 기업에 PC 보급이 시작되던 시기에 남다른 안목으로 보안 프로그램 시장 탄생에 기여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자신의 회사 지분을 판매한 뒤, 각종 기행으로 논란을 빚었다. 미 대선에 두 번 출마했었으며, 암호화폐 확산을 위한 자문/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가상화폐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SNS에 지지 글을 올린 뒤, 가격이 오르면 단타 매매를 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였다. 맥아피 대변인 제이미 레에 따르면, 존 맥아피는 회사 설립자이지만 25년 이상 동안 맥아피 회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맥아피 논란과는 별개로 맥아피 어소시에이츠는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500만 달러(원화 56억)를 달성하고, 미국 PC 백신 시장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맥아피의 고객이었다. 이후로, 스마트폰이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스마트폰 운영체제 기반의 백신도 개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이 자사 하드웨어 보안과 투자를 목적으로 2011년에 맥아피를 77억 달러(약 8조7000억 원)에 인수한 뒤, 인텔 시큐리티로 상호가 바뀌었다. 좋지 않았던 투자 성과로 인해 2016년 인텔은 맥아피 지분 51%를 사모투자회사 TPG에 매각했고, 사명이 다시 맥아피로 돌아왔다.
유료 백신 맥아피는?
맥아피 백신은 개인과 기업이 쓸 수 있는 유료 백신이다. 최근엔 기업 보안 부문을 매각해 개인 보안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이 유료 백신과 무료 백신 간의 차이가 궁금할 것이다.
무료 백신은 개인 사용자(일반인)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뜻한다. 무료 백신중엔 체험판으로 모든 기능을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해보고, 사용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제품도 있다. 회사 업무용/공공기관에서 이용할 땐 기업용 라이선스를 별도로 구매하거나 사용허가를 받는다.
국내 무료 백신의 기능을 보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바이러스 DB를 통한 악성 소프트웨어 탐지/치료 기능,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 연결 시 자동 검사, 메모리 및 캐시 등을 정리하는 최적화 기능 등이 있다.
유료 백신은 개인/기관이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고 쓰는 백신이다. 무료 백신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대부분 포함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악성 프로그램/공격 탐지율이 무료 백신에 비해 높다. 백신 개발사에서 전문 연구 인력을 통해 위협 동향을 파악하기 때문.
맥아피의 제품군은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유료 보안 프로그램이다.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몰래 설치돼 PC 정보를 수집하는 악성코드) 방지 기능/웹 및 이메일 보호 기능/개인 방화벽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윈도, 안드로이드, iOS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며, 구독 신청만 하면 기기 종류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제품 가격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는 달라진다
맥아피 PC 백신의 대표적인 기능은 ‘안티스팸’과 ‘사이트 어드바이저’이다. 안티스팸이란 광고성 스팸을 걸러내거나, 악성코드가 포함된 이메일이 사용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기능이다. 사이트 어드바이저 기능을 통해선 웹 브라우저 이용 시 접속할 웹페이지가 안전이 확인된 페이지인지 알 수 있다. 스마트폰 버전엔 앱을 실행할 때 바이러스를 검사하거나, 해당 앱이 개인정보를 과하게 요구하는지 확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물론 잘 알려진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를 탐지/치료하는 거라면, 무료 백신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부족하지 않다. 유료 백신은 컴퓨터의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랜섬웨어 같은 복합적인 위협상황에 대비하는 좀더 적극적인 준비라고 여기면 된다.
글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