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인공지능 전문대학원 에릭 싱 총장, "인공지능이 일으킬 혁신 기대"

[IT동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글로벌 AI 커뮤니티의 허브로 포지셔닝 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대학원 '무함마드 빈 자이드 AI 전문대학원(MBZUAI, Mohamed bin Zayed University of Artificial Intelligence)'의 에릭 싱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전이다.

에릭 싱 총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출신으로, AI 분야서 굵직한 연구 업적을 쌓아왔다. 370개가 넘는 연구 논문과 보고서를 작성 및 기고했으며, 연구 논문과 보고서는 주요 학계와 학술지에 3만 5,000회 이상 인용된 세계적인 AI 학자다.

아부다비는 중동서 AI 등 과학분야 중점 투자를 통해 중동 내 교육허브로 거듭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MBZUAI 개설과 에릭 싱 총장 유치는 막대한 교육 분야 투자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MBZUAI는 최근 100여 개국의 수천 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29개국 78명 신입생을 전액 장학생 신분으로 유치하는 등 예상대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싱 총장은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UAE 토호국 아부다비가 기존 석유의존 경제에서 탈피해 교육문화 분야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MBZUAI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MBZUAI는 첨단 과학 및 교육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장을 마련해 AI 분야에 대한 연구와 트레이닝을 위한 학술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AI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많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에 방문했을 당시, 국가의 AI 기술에 대한 열정과 사회에 진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봤다. MBZUAI의 이사회 위원인 마이클 브래디 (Michael Brady) 교수가 나에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관을 세울 기회를 제안했을 때가 생각난다. 과학자로서 이러한 기회는 흔치 않기에 흥미롭게 여긴 터였다.

AI와 관련한 아부다비와 MBZUAI 비전은 무엇인가?

'비전'이란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거국적, 장기적이여야 하며, 동시에 특별해야 한다. 또한 비전은 구체적 니즈를 해결하고 특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MBZUAI에서 우리는 지식 창출 및 공유, AI 활용을 통한 경제 성장 촉진, 인력 및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하며, 동시에 아부다비를 글로벌 AI 커뮤니티의 허브로 포지셔닝 하려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동기 부여를 위한 자극을 받는 환경 속에서 AI 연구를 수행하게끔 AI 커뮤니티를 위한 학문 및 연구 허브를 만들고자 한다. MBZUAI는 학자들과 학생들이 과학을 연구하는 곳으로, 모두에게 올바른 교육을 가르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학습한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주된 목표다. MBZUAI를 혁신과 스타트업을 위한 허브로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도우려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직원, 그리고 교수진이 자신이 발명하고 배운 것을 더욱 발전시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이다.

AI 발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여기에는 기초 과학을 바탕으로 올바른 AI 제품을 만드는 활동도 포함된다. AI에 대한 나의 비전은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만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보완하고 개인 혹은 집단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면 좀더 빨리 많은 양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능력보다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 예측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AI의 올바른 방향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기초 과학 분야로 인간의 인식, 추론 및 의사결정의 원리, 메커니즘, 영향 등을 이해하고,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지능 증강(IA, intelligence augmentation)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AI에 대한 이러한 비전은 실제로 인간 지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부분을 보완해 특정 작업을 인간보다 더욱 뛰어나게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AI를 통해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이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구체적인 목표다. AI의 비전은 그들이 돕고자 하는 사람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AI 관련 커리큘럼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효과적인 커리큘럼 개발이 MBZUAI를 선택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과거 경험을 빗대어 보았을 때, 확률과 정보 이론(probability and information theory)과 같은 적절한 수학 이론을 익히는 것이 가장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데이터 과학,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국한된 특정 영역에서 축적된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이터 처리 및 증류(distillation)는 도메인 지식 맥락에 포함돼야 한다.

커리큘럼에는 사회과학도 접목돼 있다. 특히, AI 연구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여러 이슈가 존재하는데, 이때 오로지 과학 및 엔지니어링만 연구하다 보면 이러한 부분에 한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AI 분야에서는 비윤리적 행동, 개인 사생활 침해, 잘못된 데이터 수집 또는 알고리즘 사용으로 인한 편견/편향 야기 등과 같은 문제나 위험요소를 일으키지 않도록 적절한 방법과 올바른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기본적인 수학적 및 기술적 지식에 기반하여 사회경제적 지식, 윤리, 정책 및 가치 등이 모두 커리큘럼에 접목되어야 완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나?

“MBZUAI도 여느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및 이론에 대한 기본 교육은 수료했어야 된다. 나아가 학생들은 과학 교과과정 및 엔지니어링 도메인(engineering domain)의 일환으로써, AI에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이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데에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물질적 목표보다 순수한 흥미와 열정에 의해 영감을 받을 때 최선을 다하게 된다. 물질적 목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유일한 동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원자들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 지를 먼저 보려 한다. 또한, 독립적인 사고를 가진 학생들을 찾고 있다. 그들은 편안한 상태여야 하며, 자신만의 연구와 솔루션을 실행하고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핵심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자유를 찾아야 한다. 또한 겸손함과 겸허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동료와 원만하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주로 동료 혹은 옆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교사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은 협업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 학습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팀원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즉 학업적인 자격, 열정, 독립성과 자유로운 마인드, 그리고 팀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지원자를 찾고 있다.

AI만을 전문으로 배우는 대학원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은 전 세계에 그리 많지 않다. MBZUAI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아부다비의 지도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학(University)의 정의는 '우주' 또는 '만물'을 뜻하는 고대 로마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MBZUAI처럼 한 가지 분야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대학은 대단히 흥미롭다.

AI를 데이터 과학과 결합하면 AI는 매우 광범위한 주제가 된다. AI는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데이터 이해에 필요한 원리를 만들어내는 화학, 물리학, 생물학, 사회과학, 수학 등 모든 분야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응용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AI는 대학 교육 수준의 기반이 필요하며, AI를 어떻게 더욱 육성하고 연구할 수 있을지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AI 분야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좀더 빠른 시간 안에, 정밀한 의사결정 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로 과학적 발견 능력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미래를 확보해야 한다. AI는 이를 가능하게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AI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데, 아부다비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자율 주행 차량 등에서 이를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AI는 질병 확산을 모니터링하고, 모델링 및 예측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신 설계, 보급 및 평가에서도 AI의 영향과 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신뢰성 높고 표준화된 AI를 만들 수 있을지, AI 생산 비용을 낮춰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지, 또는 연구 인력을 줄일 수 있을지 등 새로운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AI 연구와 교육을 위한 대학 수준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AI 전문 대학원으로서 MBZUAI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AI는 MBZUAI의 핵심이며, AI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했다. 중요한 AI 관련 리소스, 지원, 및 정책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최적화했다. 컴퓨팅, AI 등의 분야는 인프라 측면에서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며, 생물 과학 등 기존 학문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MBZUAI는 AI의 필요성을 연구하고 이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MBZUAI의 강점은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은 국민들의 안녕과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있다. 이에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아부다비 지도부와 지역사회로부터 기존 학교와는 다른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신설 대학이라는 점도 있다. 틀에 갇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학교보다 제약이 적은 환경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아부다비 지역에 대한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며, 아부다비는 교육 분야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는가?

아부다비는 놀라운 곳이다. 이 곳에서 지내는 매 순간을 일하며 즐기고 있다. 아부다비는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도시로,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성공하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기회가 제공된다. 아울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아부다비의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인 아이디어, 문화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균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가 공존하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는 멜팅팟(melting pot)으로 느껴진다.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Sheikh Mohammed bin Zayed Al Nahyan)의 이름을 딴 'MBZUA'의 설립이 아부다비의 지도자의 고등교육에 대한 기여의 증거로 보면 된다. 이렇게 설립된 여러 다른 대학들과 학교들이 국가의 차세대 인력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있다.

AI가 전 세계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AI가 널리 쓰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AI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잠재력과 수요 측면에서 높은 우선순위는 헬스케어 분야다. 헬스케어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흥미로운 영역이다. 헬스케어는 데이터 분석 기반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많은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을 방문할 때 환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하고 있다. 기본적인 상태 체크부터 CT, X-레이, 혈액검사 등 모든 의료활동이 많은 정보와 숫자,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의사들은 대부분, 제한된 시간과 지식 때문에 결정과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파악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치료나 예방 시술에 대한 의사의 결정과 판단은 과거의 유사 경험과 몇 가지 데이터 정보를 결합해 도출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환자 치료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해,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게 사실이다.

AI는 의사를 도울 수 있는 진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환자와 질병에 대한 의사의 이해도를 높이고 보완하여 좀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AI는 수백 만명 이상의 환자의 데이터를 검토할 수 있게 한다. 만약 향후 전 세계 또는 한 국가의 모든 환자 데이터를 동일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면, 지식, 질병, 및 생물학 패턴, 의학, 유전학, 환자의 환경적 및 생활 방식 요인 등을 기반으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의사 혼자 전체 환자 데이터를 관리하기에는 쉽지 않겟지만, 이런 통합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지식을 활용한다면 환자에게 적합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에게 실행 가능한 정보와 추천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다른 분야도 있다. AI는 에너지 산업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석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적의 압력 및 기타 작업을 적용하는 방법을 결정하는데 AI를 적용할 수 있다. 또한, AI는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오작동이나 잠재 위험을 막기 위해, 장비에 대한 예측 유지보수 (predictive maintenance, PM)를 수행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이외, 탄소 발자국이나 연료 또는 냉각수 과다 소비 및 에너지 수송, 전달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석유 추출, 송전, 공장 운영 등에 대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사람들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최적의 프로세스를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AI는 또한 현재 널리 확산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대량의 감지 신호를 활용해,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전략을 계산할 수 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AI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현재의 지식에 도전하게 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글 /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