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금융] ESG 통합을 생각할 때 꼭 유의할 점은?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와 새로운 규제의 대응, 투자자와 매출 관리를 위해 ESG 경영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들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양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여러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ESG 통합'을 생각할 때 꼭 유의할 점은?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진, 금융 산업 실무자들은 ESG integration(통합)을 고민하게 됩니다. 투자하기 전 분석할때, 투자를 결정할때 전통적인 재무 요인은 물론 ESG 요인까지 체계적으로, 명확하게 포함하는 것이 ESG 통합입니다.
ESG 통합은 중요합니다. 금융산업, 특히 투자산업이 ‘ESG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ESG 통합입니다. 투자자도 이 개념을 꼭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ESG 통합의 개념을 제대로 잡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관련 단어만 봐도 의미가 비슷한 것들이 자주 사용돼 혼란스럽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속가능한 투자’, ‘ESG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SRI)’, ‘녹색 투자’, ‘윤리적 투자’, ‘임팩트 투자’ 등의 용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의미로 교차돼 쓰이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이렇게 많은 용어가 쓰여서 개념을 잡기 어려우니, 일반인들은 기업이나 투자자가 과연 ESG 통합을 잘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와 같은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ESG 통합이 무엇인지, ESG 통합이 투자 의사 결정 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ESG 통합은 기존 금융의 관점에서 ESG를 구현하는 것이지, ESG를 위한 금융을 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입니다. ESG 통합을 통한 투자 의사 결정은 [1] 리서치 [2] 포트폴리오 분석 [3] 투자 의사 결정 세단계로 이뤄집니다.
리서치 단계에서는 재무보고서, 리서치/컨설팅 자료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 기업의 ESG 정보를 모읍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충분한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산업계, 국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재무 혹은 ESG 요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와 이를 논의하고,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니터링합니다.
포트폴리오 분석 단계에서는 앞서 파악한 재무 혹은 ESG 요인이 기업이나 산업계, 국가나 포트폴리오의 투자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합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과 배수, 추정 재무비율 등을 근거로 투자자가 가진 포트폴리오의 가중치를 조절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단계, 투자 의사 결정에 다다릅니다. 리서치,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업 매수(가중치 증가)나 보유(가중치 유지), 매도(가중치 감소) 등 투자 의사를 결정합니다.
요즈음 ESG 통합에 관심이 쏠리다보니 ‘비윤리적 산업,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투자 금지’가 마치 ESG 통합인 것처럼 논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ESG만 추구하려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희생하는 것은 결코 ESG 통합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투자 의사 결정 과정 가운데 재무 요인을 무시하거나 희생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ESG 통합은 전통적 재무 요인에 ESG 요인까지 더해 투자를 분석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ESG 통합의 핵심은 ‘ESG로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것’입니다. ESG 목표를 달성하려 수익률을 희생하고 리스크를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왜 ESG 때문에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희생해야 하는지’ 모순을 느낀 투자자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런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 ESG 통합입니다. 금융 산업이 ESG를 바라볼 때 올바른 기준점을 세우는 것도 ESG 통합의 몫입니다. 앞으로 ESG 통합을 더 폭넓게, 많이 다루려 합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