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알아서 날아가는 항공기가 있습니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인간 파일럿 대신 자율비행 항공기로 나는 미래
요즘 많은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합니다.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닌데요. 사실 군사용 항공기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 개발을 진척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여객 분야에서 자율비행기를 상용화한 사례는 없는데요. 최근 항공기 제작사들이 자율비행 항공기 제작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명확한 이유를 들고서 말이죠.
첫째, ‘파일럿 부족’입니다. 지난 2017년 7월,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는 따르면, 지금처럼 여객기 1대에 2명 이상 파일럿이 탑승하는 경우 2036년에 이르면 63만 7,000명의 파일럿이 필요하답니다. 하지만, 파일럿 육성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그 수는 절대적으로 모자랄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아,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항공업계 상황에 따라 현재 파일럿은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만, 2023년부터 파일럿 부족 현상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둘째, ‘경제적 문제’입니다. 지난 2020년 보잉이 발표한 시장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화물 분야는 향후 20년간 아시아 시장 성장으로 연평균 4%씩 성장할 예정입니다. 항공기 수, 항공 횟수도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죠. 파일럿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항공 횟수는 늘어난다? 파일럿 몸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스위스 은행 UB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행기당 파일럿 1명을 줄이면 항공사는 연간 150억 달러, 파일럿 2명을 대체하는 완전 자율 항공기를 운행하면 연간 300억 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죠.
자율비행기는 드론택시와 무엇이 다른가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전세계적으로 민간 항공기의 운항 규정을 정하는 유엔 산하 기구입니다. ICAO는 무인 항공기를 ‘기내에 사람이 없는 항공기’에서 ‘승객은 탈 수도 있지만, 조종사는 탑승하지 않는 항공기’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무인 항공기를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모형 항공기’, ‘소형 무인기’, ‘원격 통제 항공기’, ‘자율비행기’로 말이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드론’은 무인 항공기 전체를 뜻하는 별칭이지만, 요즘에는 소형 무인기를 가리키는 경향이 높습니다. 즉, 드론 택시는 작은 자동차 형태의 무인 항공기이고, 자율비행기는 지금의 여객기와 같은 대형 항공기까지 포함하는 무인 항공기를 말합니다.
사실 현재 우리가 타는 비행기에도 자율비행 기능을 일부 사용합니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크루즈컨트롤과 비슷한 자동항법장치, 일명 오토파일럿인데요. 큰 변수가 없는 장거리 비행 시 파일럿들은 오토파일럿 모드로 전환해 비행합니다. 다만, 오토파일럿 기능은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비행합니다. 때문에 경로, 각 공역에 따른 고도, 출력, 공항 활주로 이·착륙 방법 등 설정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설정된 항로에 기상 이변이 발생해도 회피하지 않아 파일럿의 추가 조작은 필수입니다. 명확한 한계죠. 어디까지나 자동항법장치는 파일럿을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완전 자율비행 기술은 파일럿 보조가 아닙니다. 대체죠. 현재 파일럿이 비행 중 수행하는 모든 행위를 대신하는 겁니다. 그래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인데요. 항공 사고는 대부분 인명피해가 큽니다. 한번 발생하면 항공기 내 탑승자 대부분이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하죠. 파일럿을 육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도록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업용 항공기의 부조종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00시간 이상 비행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교육 과정에 자율비행 시스템을 이용하면, 한 사람이 1년동안 쌓을 수 있는 비행 시간을 하루에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자율비행기 개발 기업이 많이 있나요?
해외 여러 기업이 자율비행 항공기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을 비롯해 에어버스, 록히드 마틴 등이 있는데요. 이외에도 릴라이어블 로보틱스, 엑스윙 등 스타트업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의 엑스윙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소형 화물 수송기 ‘그랜드 카라반 208B’에 적용해 완전 자율비행 테스트를 마쳤다고 합니다. 격납고에서 나와 스스로 이·착륙까지 진행했다고 하네요.
보잉의 자회사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는 부조종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 보잉737기 비행을 테스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파일럿을 대체하는 완전 자율비행 항공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까?
에어버스입니다. 에어버스는 지난 2017년부터 엔진 일부를 전기 모터로 대체하는 하이브리드 비행기를 개발하는 등, 차세대 항공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6월, 에어버스는 2018년부터 진행한 자율비행 택시 이착륙(Autonomous Taxi, Take-Off and Landing, ATTOL)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A350-1000기를 개조해서 진행했는데요. 온보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완전 자동 시각 기반 비행 테스트를 거쳐 자율비행과 이착륙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합니다.
이착륙 과정까지 상용 항공기로 자율비행한 것은 에어버스가 최초라네요. 항공기 사고 대부분 이착륙 시 발생하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한 A350-1000기는 A350 시리즈 중 가장 큰 길이 74미터 비행기로 승객 350~410명이 탑승할 수 있고 약 8,700해리(16,112km)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갈 때 흔히 타는 비행기 중 하나죠.
에어버스가 ATTOL 프로젝트를 시행한 초기 목적은 머신 러닝 알고리즘,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 도구 등 자율비행 기술이 파일럿을 돕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일럿이 항공기 조작 외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에어버스는 자율비행 기술 잠재력 분석, 항공 안전 개선 측면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받습니다. 에어버스는 앞으로 자율비행 기술을 재료, 대체 추진 시스템, 통신 등 다른 분야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도 자율비행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있나요?
국내에는 민간 항공기를 만드는 기업이 없습니다. 여객기 개발은 진입장벽이 높죠. 설령 개발을 완료했더라도 수요를 찾기 어렵기에 사업성을 담보하기 힘들죠. 그래서인지 자율비행 항공에 대한 관심도 해외에 비해 낮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 2019년 에어버스 경쟁사인 보잉이 서울에 자율비행과 인공지능 등을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를 열었습니다. 보잉이 전세계에 설립한 연구개발 센터 7곳 중 유일하게 미래 신기술 분야를 다룬다는데요. 약 40명의 연구 인력을 채용했고, 추후 더 많은 연구 인력을 채용해 자율비행 관련 기술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아직 자율주행 자동차도 상용화까지 많은 단계가 남아 있는 상황이니 자율비행 역시 연구개발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요?
그렇습니다. 자율비행 항공기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아요. 승객 수백명을 태우는 여객기는 단 한번 사고만 발생해도 수십, 수백명이 목숨이 잃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해요. 에어버스가 2년간 자율비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어도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도 자율비행에 대한 불안감부터 해소해야 하죠.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먼저 화물비행기에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더욱이 항공 분야는 안전 문제로 신기술 도입에 매우 소극적입니다. 원격 통제 항공기에 관한 규정을 만드는 데만 14년이 걸렸을 정도입니다. 설령 규정을 만들었더라도 모든 나라가 해당 규정을 적용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율비행 항공기도 마찬가지일테구요. 기존 파일럿의 반발, 관련 항공 법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파일럿수는 점차 부족해질 전망입니다. 국제적으로 운송해야 하는 화물은 늘어나는데 이를 옮겨줄 파일럿이 없어요. 항공사 입장에서 비용 절감을 고려한다면, 자율주행 비행기 등장은 중요해집니다. 인류는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기술 발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죠. 언젠가는 조종사 없는 여객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선임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