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20% 할인 서비스 '머지포인트'는 어떻게 돈을 벌까?
[IT동아 권택경 기자] 머지포인트라는 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상에서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핫딜’ 게시판에서 부쩍 눈에 많이 띄는 게 바로 이 머지포인트 얘기다. 머지포인트 이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품권 형태 포인트를 구매해서 쓰는 ‘머지머니’와 6만여 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상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독형 VIP 멤버십 ‘머지플러스’다.
머지머니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액면가보다 약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머지플러스는 월 15,000원 구독료를 내면 가맹점에서 20% 상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구독료만큼 할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만큼 머지머니로 환급하기까지 하니 사실상 구독료도 무료다. 결국 20%를 항상 할인받을 수 있는 결제 수단인 셈이다.
머지포인트를 잘만 활용하면 평소에 할인하지 않는 상품도 큰 폭으로 할인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엔 이마트24에서 판매 중인 애플펜슬2를 머지포인트와 통신사 할인을 결합해 최대 28%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용자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혜택이라서 이런 의문도 남는다. ‘머지포인트는 대체 돈을 어떻게 벌까? 이렇게 퍼주면 남는 게 있을까?’ 사실 이용자야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거나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단골 식당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머지포인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머지포인트를 안심하고 이용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IT동아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머지포인트 측에 직접 연락해봤다. 구체적인 재무 정보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수익 모델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로드맵과 비전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계획된 적자'
결론부터 말하면 머지포인트는 지금 당장은 돈을 벌지 못 하고 있다. ‘계획된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계획된 적자는 실적을 포기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규모를 키우는 경영 전략이다. 머지플러스는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용자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계속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금을 수혈받아 버티며 덩치를 불리는 상태다. 이렇게 버틴 끝에 살아남는 최종 승자가 되기만 하면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머지포인트도 비슷하다. 일단 생태계를 만드는 게 먼저고, 수익을 내는 건 그다음이라는 판단이다. 쿠팡과 차이점이 있다면, 머지포인트는 경쟁자가 없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구독료 형태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가맹점에서 상시 할인을 받는 형태의 서비스는 현재로서는 머지포인트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비슷한 형태 서비스를 꼽자면 멤버십 비용을 내고 배송료를 면제받거나 일정 비용을 할인받는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이나 마켓컬리 ‘컬리 패스’, 요기요 ‘요기패스’ 정도가 있다. 머지포인트 측은 미국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의 ‘대시패스’를 예시로 든다. 대시패스는 월 구독료를 내면 배달비를 무료로 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배달이 아닌 접객 매장에 적용한 게 머지포인트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된 적자라곤 해도 적자가 당장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버틸 여력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지포인트의 적자 폭은 어느 정도일까? 머지포인트 측은 “실제 수치로 보여주긴 힘들다”면서도 “위험할 정도로 적자 폭이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구독 서비스인 '머지플러스'가 핵심
계획된 적자 전략에서 중요한 건 ‘출구전략’이다. 시장장악력을 확보한 후에는 흑자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의 출구전략은 결국 구독 서비스인 ‘머지플러스’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머지머니는 어디까지나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이며, 이 이용자들을 머지플러스 구독자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머지플러스는 현재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한데, 나중에는 초대코드 없이도 가입이 가능할 예정이다. 반면 머지머니는 머지플러스가 충분히 자리 잡으면 할인율을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머지포인트 측은 밝혔다.
지난달 ‘머지패스’라는 새 상품을 출시한 것도 머지머니 위주로 사용하던 이용자들이 머지플러스로 넘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머지패스는 머지플러스 구독권을 3개월, 6개월 단위로 묶은 상품이다. 머지패스를 등록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고, 구독을 끝까지 유지하면 구독료만큼을 포인트로 또 고스란히 돌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받고 머지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3개월, 6개월권만 있지만 오는 21일에는 토스와 협약을 맺고 연간구독권까지도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 머지포인트 측도 자신들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는 현금을 끌어 모은 뒤 사라지는 스캠(신용 사기)이 아니냐는 시선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용자 신뢰 확보를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카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안에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로 한 것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유명 금융사와 업무 협약을 맺을 정도로 멀쩡한 기업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셈이다.
자세한 속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머지포인트는 우려를 뒤로하고 순항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머지머니는 지난달에만 약 400억 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용처와 제휴업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롯데 하이마트가 추가로 입점했다. 연내 백화점 입점도 추진 중이다. 오는 21일에는 20%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선물하기’ 기능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머지포인트가 계획대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