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패스틀리 장애가 보여준 '인터넷 집중화'의 위험성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지난 8일, 전 세계 인터넷이 잠시 동안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와 같은 유명 언론사부터 아마존, 깃허브, 미국 백악관, 영국 정부 사이트 등 해외 주요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장애는 1시간 만에 복구됐지만, 피해는 광범위했다. 서비스 사용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금전적 손실 또한 발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칸타(Kantar)는 이번 접속 장애로 디지털 광고 손실액이 시간당 2,900만 달러(한화 약 323억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발생했던 웹사이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패스틀리(Fastly)'의 콘텐츠 전달 네트워크(Content Delivery Network, CDN) 기능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점이다. 패스틀리의 CDN에 문제가 생겨 광범위한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이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CDN은 파일이나 콘텐츠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자에게 전송하기 위한 분산 저장/전송 기술로, 전 세계에 있는 서버들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세계 주요 거점에 파일/콘텐츠가 저장되어 있는 캐시 서버를 설치해, 서버와 사용자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준다. 그럼 사용자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의 캐시 서버로부터 파일/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끊김 없이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 설치 파일을 내려받을 때 CDN이 활용된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할 때 CDN의 존재를 체감하기는 사실상 어렵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인터넷 콘텐츠의 상당수는 이미 CDN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넷플릭스로 보는 동영상, 아마존에서 보는 상품 이미지, 뉴욕타임즈에서 읽는 기사글 등 모두 CDN을 통해 전달 받은 콘텐츠다.

CDN과 같은 인터넷 인프라는 체감할 순 없지만, 인터넷이 원활하게 동작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패스틀리 장애에서 보았듯이, 인터넷 인프라에 문제가 생기면 광범위한 접속 마비와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장애도 장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인터넷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패스틀리 장애는 이렇게 집중화된 인터넷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전 세계의 수많은 웹사이트가 패스틀리라는 단일 서비스에 집중 의존하고 있었다. 인터넷 인프라의 집중화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

작년 11월, AWS(아마존 웹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해 전 세계 수많은 웹사이트가 일시 중단된 적이 있었다. AWS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애져(Azure),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클라우드 업체들은 세계 각지에 여러 데이터센터들을 두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 세계 수천만, 수억 명의 인터넷 사용 문제가 몇몇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CDN이나 클라우드와 같은 인프라 서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데이터센터나 인터넷 교환 지점, 해저 케이블 등 인터넷을 구성하는 물리적인 인프라 역시 방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물리적인 인프라에 결함이 생길 경우에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인터넷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의 본질은 '분산'이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의 핵심 가치로 꼽는 파급력, 성장성, 그리고 회복탄력성은 모두 인터넷이 '분산되어 있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계속해서 하나의 거대한 집합처럼 변해 간다. 인터넷 인프라의 중추적인 부분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집중될수록 내부 결함이나 외부 공격으로 생기는 장애에 회복탄력성을 잃고 취약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글 / 가비아 클라우드 콘텐츠팀

정리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