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신기능으로 불법/유해 사이트 접속된다
[IT동아 김대은 기자] 올해 가을 아이폰에 추가될 ‘비공개 릴레이(private relay)’ 기능을 사용하면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는 각종 불법/유해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도박, 음란물, 북한, 저작권 위반, 의약품/마약/무기 거래 등 불법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만약 이들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이른바 ‘워닝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에러 메시지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폰에 추가될 비공개 릴레이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이트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이 기능은 올가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대응을 위한 베타(beta) 버전에 있다. 아이폰 6s 및 그 이후 아이폰 사용자라면 월 최소 0.99 달러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지난 6월 8일,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 iOS 15를 발표하면서 기존 아이클라우드(iCloud)의 기능을 강화한 아이클라우드 플러스(iCloud+)를 내놨다. 아이클라우드 플러스에는 가상 이메일 주소를 생성해 주는 ‘나의 이메일 가리기’와 인터넷 서핑을 할 때 트래픽 열람을 막는 ‘비공개 릴레이’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비공개 릴레이 기능을 사용하면 아이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 오가는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된다. 즉 인터넷 이용 과정에서 해커나 통신사 등 제삼자가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이를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접속 정보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 대개 사이트에 접속하면 운영자가 IP주소를 이용해 접속자를 추적할 수 있으나, 비공개 릴레이 기능을 켠 사람의 IP주소는 실제보다 멀리 떨어진 다른 곳의 주소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IP주소는 기본적으로 국가별/지역별/용도별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비공개 릴레이 기능을 켠 상태로는 정부의 불법 사이트 차단 기술이 무력화되어 도박, 음란물, 북한, 저작권 위반, 의약품/마약/무기 거래 등의 내용을 담은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에 벨라루스, 중국, 컬럼비아, 이집트,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우간다, 필리핀 등 10개 국가에서는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제한되어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정상 사용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미 불법 사이트 차단을 우회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가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불법 사이트 차단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5만 명이 참여하는 등 논란이 되면서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이 인터넷상에 널리 공유되고, 우회 접속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VPN 등과 같은 기능은 불법 사이트 접속 외에도 업무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글 / IT동아 김대은 daee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