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기능 강화로 입지 굳힌 당근마켓…'하이퍼로컬'이 뜨겁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당근마켓이 PC에서도 채팅을 할 수 있는 당근채팅 웹 버전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당근채팅은 당근마켓 내에 있는 채팅 기능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중고 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뿐만 아니라 취미를 공유하는 이웃끼리 친목을 다지거나, 지역 상권 가게들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용도로도 이용할 수 있다. 채팅 활용도가 높아지다 보니 이용자들이 PC에서도 이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고, 당근마켓이 이를 받아들여 웹 버전을 선보였다.
이처럼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퍼로컬이란 지역(로컬, Local) 중에서도 지역, 그러니깐 아주 좁은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SNS와 달리 반경 4~6km 이내 이용자끼리만 연결된다. 같은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근마켓 앱의 ‘동네 생활’ 탭을 들어가 보면 여러 생활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풍경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부터, 분실물이나 반려동물 찾는 글, 병원이나 학원을 추천받는 글 등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당근마켓이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는 게 빈말이 아니다.
이전에 당근마켓 같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역할을 했던 곳은 ‘맘카페’였다. 구 단위로 나뉘어 개설된 여러 맘카페는 지역 생활 정보를 주고받는 교류의 장이 됐다. 그러나 이용자 계층을 한정한 데다가, 인터넷 카페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접근성이 다소 떨어졌다. 운영자 개개인에 의한 사유화 문제에도 취약했다. 반면 당근마켓은 앱을 이용해 손쉽게 가입이 가능한 데다 각종 운영 비리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당근마켓이 이용자 수나 이용 횟수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기존 SNS를 뛰어넘었다는 조사도 있다. 앱 시장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만 10세 이상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을 조사한 결과,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1,440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1,062만 명에 그친 페이스북을 넘는 숫자다. 앱 실행 횟수에서도 당근마켓은 100억 회 수준으로 인스타그램 85억 회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하이퍼로컬 커뮤니티가 성장한 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이 아니다.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로 상장할 예정인 ‘넥스트도어(Next Door)’의 기업가치는 최대 50억 달러(약 5조 5,725억 원)로 평가된다. 넥스트도어는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하이퍼로컬 SNS다. 당근마켓처럼 중고거래에도 쓰지만, 이웃과 소통을 하거나 지역 소식,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데도 쓴다.
기존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하이퍼로컬 관련 기능이나 서비스를 추가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은 넥스트도어와 비슷한 ‘네이버후즈(Neighgborhoods)’라는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캐나다와 미국 4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지난 3월부터 모바일 웹과 네이버 카페에 ‘이웃’ 기능을 추가하며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다.
사실 하이퍼로컬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잊힌 옛것에 가깝다. 도시화, 개인주의라는 시대 흐름에 따라 소멸해가던 ‘동네’ 개념이 다시 재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하이퍼로컬이 다시 주목받은 이유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팬더믹 이후 해외여행 등 장거리 이동이 제한되면서 오프라인 생활 반경이 다시 ‘동네’로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친밀한 교류에 목마르게 된 점도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활성화를 이끌었다. ‘거리두기’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게 된 셈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