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엔비디아의 자신감 '펄머터'
[IT동아 정연호 기자]
미국 GPU(그래픽 처리 프로세서) 전문업체 엔비디아가 “미국 국립에너지연구소 과학컴퓨팅센터(NERSC) 슈퍼컴퓨터인 ‘펄머터’에 엔비디아 A100 텐서코어 GPU 6,159개가 탑재됐다”고 밝혔다.
펄머터는 7,000명 이상의 NERSC 연구원에게 약 4엑사플롭스의 인공지능 성능을 제공한다. 펄머터는 초당 대략 400경 번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1엑사플롭스=1초에 100경 번의 연산).
27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디어 브리핑에서, 디온 해리스 수석 기술 마케팅 관리자는 "펄머터는 16비트와 32비트 혼합정밀 수학작업(mixed-phase precision math)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능은 올해 구축완료 예정인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초고속 슈퍼컴퓨터도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혼합정밀 수학작업은 작업수행을 할 때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HPC) 시뮬레이션에서 주로 이용하는 연산 방식이다. A100 텐서코어를 펄머터에 장착하면서, 시뮬레이션을 위한 이중-정밀 부동 소수점 연산, 딥러닝 훈련을 위한 혼합정밀 수학작업을 모두 가속했다.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을 융합하는 펄머터의 능력은 재료과학과 양자 물리학뿐 아니라 기후 예측, 생물학 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펄머터는 데이터 분석/인공지능 등 과학 시뮬레이션 작업을 비롯한 24개 이상의 분야와 천체물리학/기후과학 등 과학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다.
펄머터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현존하는 가장 방대한 3D 우주지도를 생성하는 작업이다. 펄머터는 은하 5,000개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카메라 암흑 에너지 분광기(DESI)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처리하며, 이를 통해 3D 우주지도를 만든다.
3D 우주지도는 우주의 가속 팽창에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가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펄머터란 명칭은 바로 이 암흑에너지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사울 펄머터(Saul Perlmutter)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에 따르면, DESI를 통해 얻은 정보를 펄머터의 놀라운 연산 능력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그 다음날 밤에 DESI가 관측해야 할 최적의 방향을 선정할 수도 있다.
이전 시스템에선 1년 분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 몇 주 혹은 몇 달이 소요됐지만, 펄머터는 며칠 만에 이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NERSC 데이터 설계자인 롤린 토마스(Rollin Thomas)는 “GPU를 통해 준비 작업 속도가 20배 향상되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NERSC 연구 프로젝트 중, 효율적인 배터리/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원자의 상호작용 발견 연구(재료과학)에도 펄머터가 사용된다. 기존 슈퍼컴퓨터는 몇 나노 초 동안 원자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퀀텀 에스프레소(Quantum Espresso)에 필요한 연산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펄머터의 A100 텐서코어는 이런 원자 시뮬레이션을 위한 이중-정밀 부동 소수점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면 과학자들은 더 많은 원자를 오랜 시간 동안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는데, A100텐서코어는 딥러닝 훈련에 필요한 혼합정밀 수학작업 속도도 높일 수 있다.
NERSC에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감독하는 잭 데슬리프(Jack Deslippe)는 “A100의 추가 기능이 앞으로의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유행 시기지만 펄머터는 정상 일정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구축은 총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 단계는 현재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시작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 더 많은 GPU가 추가된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됨에 따라, 고성능 슈퍼컴퓨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펄머터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