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BHLAB 배형진 대표, “머리를 감으면 흰머리가 검어집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흰머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는 머리를 보는 당사자의 기분은 썩 달갑지 않다. 늘어나는 새치와 흰머리를 그대로 두자니 ‘젊음’을 놓치는 것만 같다. 큰 마음 먹고 염색했지만, 그 때 뿐이다. 자라는 머리카락 뿌리는 여전히 하얗다. 이로인해 나타나는 흑백 경계선은 더 보기 싫다. 방법은 하나다. 주기적으로 염색하는 수밖에.
그런데, 염색도 번거롭다. 금방 끝낼 수도 없을뿐더러, 비용도 만만찮다. 집에서 셀프염색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행여나 옷에 튈까 걱정스럽고, 잘 염색됐는지도 신경쓰인다. 화장품 및 의약품 제조유통사인 비에이치랩(이하 BHLAB)의 배형진 대표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것은 어떨까. 머리만 감아도 백발이 흑발로 변하는 샴푸는 없을까?
기능성 화장품 제조와 의약품을 유통하던 BHLAB의 배형진 대표가 해답을 찾았다. 그는 “머리를 감으면 흰머리가 점점 검어지는 샴푸를 개발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의아했다. 샴푸는 머리를 감는, 세척하는 용도다. 물든 색을 지우면 지웠지, 오히려 검게 만든다? 이에 BHLAB 배형진 대표의 말을 들어봤다.
BHLAB의 새로운 도전
IT동아: BHLAB 소개를 부탁한다.
배 대표: BHLAB은 기능성 화장품 제조 및 의약품 유통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 설립했다. 카이스트(KAIST) 연구팀과 오랜 협업 끝에 특허 원료를 개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을 찾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기능성 화장품에 전문적인 치료 기능을 더한 제품을 뜻한다) 브랜드 ‘닥터라벨라(DR.LABELLA)’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디엘스킨(DL.SKIN)’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머리를 감으면 흰머리도 자연스럽게 까맣게 바뀌는 기능성 샴푸 브랜드 ‘모다모다(MODAMODA)’를 새롭게 개발했다.
바나나는 껍질을 까두면 점점 까매진다. 사과, 감자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갈변 현상이다. 원래 색깔에서 까매지는 이유는, 산소랑 접촉하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모든 동식물에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고, 산소를 만나면 예외 없이 갈변 현상이 나타난다. 곤충에도 폴리페놀이 있다. 사람은 피가 나면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지만, 곤충은 피가 없기 때문에 상처가 나면 체액이 나와 딱딱해지면서 갈변 된다. ‘모다모다’는 이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다. 산소와 만나면, 갈색 현상을 일으켜 흰 머리를 까맣게 바꾸도록 말이다.
공인기관 임상을 통해 인체에 적용한 시험 결과 1번 사용으로도 새치, 흰머리가 검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4주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염모력, 유지력, 두피세정력, 두피홍반 개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유의미한 수치 변화도 확인했다. 참고로 우리는 모다모다로 바뀌는 머리카락 색깔을 염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발색이다. 염색은 착색을 하는 것이고, 발색은 없던 색깔을 나오게 한다.
모다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인 이해신 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교수는 산소와 접촉하면 까매지는 폴리페놀 성분이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열어 줬다. 이를 통해 천연 성분 기반의 특허 물질이 산소, 햇빛과 반응해 흰머리, 새치머리가 점점 흑갈색으로 짙어지는 원리다.
IT동아: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배 대표: 발색샴푸 모다모다 개발은 지난 2016년 중소기업 대상의 정부 R&D과제 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했다. 선정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염색과 다은 개념인, 발색을 심사위원에게 설명하고, 이를 알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심사 통과 자체부터 쉽지 않았다(웃음).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샴푸 제조 공장들을 찾아가 발색샴푸를 같이 개발해보자고 설득했지만, 함께 하고자 하는 공장은 없었다. 샴푸는 계면활성제로 씻어내는 것이고, 염색은 색을 입히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어렵게 협력을 약속한 샴푸 공장을 찾았지만, 시행착오는 이어졌다. 너무 진해도, 너무 연해도 안되는 것 아닌가. 최적의 레시피를 찾기 위해 인모를 가지고 수만 번 테스트했다. 정말 모든 종류의 폴리페놀을 이 잡듯이 찾아 다녔다.
발색샴푸를 담는 통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웠다. 기존에 빛과 산소 접촉에 민감한 기능성 원료를 담은 제품들은 4겹으로 코팅한 특수 재질 튜브용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용기는 내용물을 꺼낼 때 유입되는 미세한 산소를 막을 수 없었다. 샴푸는 매일, 적어도 2일에서 3일에 한번씩 조금씩 꺼내서 사양하지 않나. 그럴 때마다 유입되는 산소로 내부에서 변색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이에 화장품 포장용기 제조업체 펌텍코리아와 손잡았다. 모다모다의 포장용기는 산소 3중 차단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산소 투과율이 낮은 알루미늄 파우치를 본체 내부 관통 진공펌프에 감싸 외부에서 유입되는 산소를 1차로 차단한다. 그리고 헤드부분 디스크 밸브 장치를 통해 펌핑 시 끌어 올린 내용물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으면서 2차 유입되는 공기를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샴푸 토출구 안에 장치한 샤프트 장치가 내용물 펌핑 시 들어오는 산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용기 개발에만 1년이라는 시간을 소모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IT동아: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해외 시장에 ‘모다모다’를 선보일 예정으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배 대표: 킥스타터에는 전세계의 수많은 신제품이 경쟁하는 곳 아닌가. 그만큼 지켜보는 눈이 많고, 평가도 까다롭다. 그래서 도전한다. 킥스타터는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 전세계 바이어들이 눈여겨 보는 곳이다. 만약 킥스타터에서 성공한다면, 해외 진출은 보증수표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먼저 선보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2022년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얻어 킥스타터로 알리게 됐는데… 출시 전부터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킥스타터 런칭 전, 해외 언론에 약간의 홍보 활동을 진행했는데, 전세계 바이어들로부터 상품 문의와 수출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국내에는 오는 7월경 출시할 계획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드럭스토어, 약국체인, 주요 온라인몰 등과 입점 협의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유명 홈쇼핑사를 통해 알릴 수 있도록 협력 중이다.
국내보다 해외 출시가 조금 더 빠를 것 같다.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아마존, 이베이, 쇼피파이를 비롯해 오프라인 유통망에도 동시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후에는 동남아,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남미, 아프리카 등 현재 수출을 제안한 국가 중심으로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약사와 미국의 메이저 유통사에서 PB 제품 납품과 OEM 생산 의뢰를 받고 있는 상태다.
IT 동아: 염색·발색 시장에서 ‘모다모다’가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가?
배 대표: 모다모다의 궁극적인 목표는 흰머리로 고민하거나 잦은 염색으로 고통 받지 않는데 있다.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해외에서 ‘한국’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리는 것처럼, ‘K-뷰티’하면 ‘모다모다’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웃음).
다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로 섣부르게 해외에 진출하면 오히려 이미지 손상만 입을 수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차근차근 길을 닦아나갈 생각이다. 현재 모다모다의 첫 상품인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보다 더 강력한 차기 상품 ‘Brother’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제2의 ‘로레알그룹’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 BHLAB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