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교육에 기술을 더하다, 에듀테크의 현재는?
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비대면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공부는 어떻게 하나?
공부. 크… 어려운 얘기네요. 그런데, 그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하면서 오히려 일이 늘어난 것 같은 요즘에는 말이죠. 쓸데없는 말이 길었네요. 에듀테크를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더한 합성어예요. 단순히 학교에서 받던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바꿨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아니, 개념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일반적인 온라인 수업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화상회의처럼 여러 학생이 접속해서 수업을 지켜보는 방식일텐데요. 그런 방식은 ‘이러닝(e-Learning)’ 정도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인공지능(AI)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현재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의 실시간 반응과 집중도를 분석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생님들은 수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죠. 즉, 기존 교육을 한단계 더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에듀테크로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기술 발전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방식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불릴 정도로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와 함께 자라왔어요. 스마트폰, 태블릿PC가 아주 익숙하죠. 두껍고 무거운 책을 가방 속 한가득 넣고 1시간 가까운 거리를 통학했던 시대와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음성과 영상을 글과 그림보다 좋아하는 세대입니다. 단순히 종이책을 읽고, 정해진 방식에 따라 문제를 푸는 학습법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비대면 교육이 많이 늘어났죠. 등교 자체를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어요. 온라인 수업 교재, 온라인 수업 저작 도구, 온라인 수업 앱 등… 관련 서비스는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처 대처하지 못해 강제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대응은 나름 빨랐죠.
나이가 어린 학생들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콘텐츠 서비스는 이미 많이 출시했습니다. 보통 태블릿PC와 같은 전용 스마트 기기를 같이 제공하는데요. 교육용 콘텐츠를 보면 동영상, 사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합니다. 학교도 비슷하게 활용하는거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가 집에서 다시 혼자 복습할수도 있고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소통하며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와 교육 콘텐츠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이용하는 셈이죠.
과거에 있던 학습지 있잖아요? 빨간펜 선생님처럼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걸 실시간으로 온라인화, 디지털화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3. 학교도 이용한다고요?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클래스팅’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중 95%가 도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교 공지, 급식표, 학급알림장 등 용도는 다양한데요. 우리 딸들에게도 물어봤더니 모두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클래스팅은 2012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학교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네요.
온라인 수업은 조금 다릅니다. 서울시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화상 교육 플랫폼으로 줌을 42.7%, e학습터를 41.3%, EBS온라인 클래스를 3.1% 정도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조금 안좋은 소식을 많이 듣습니다. e학습터나 EBS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수업하면서 학생들의 접속이 갑자기 끊기거나, 수업 진행을 어려워 하는 상황이 더러 발생했습니다. 진도율 오류 등 크고 작은 문제도 많았죠. 검색 사이트에서 ‘e학습터 화상수업’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선생님 채팅만 안보여요’, ‘맨날 지지직 소리 들려요’, ‘화면이 깜빡거려요’ 등 부정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은 줌입니다. 직장인들도 화상 회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죠.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줌은 학교의 경우 무료로 제공했지만, 오는 8월부터 유료화로 전환한다네요. 줌의 경우, 일정 기준 이상 참여 인원(3명)과 시간(40분)을 초과하면 한화로 2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줌을 유료로 이용하기에는 자원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학년 10개 학급의 초등학교에서 지금처럼 줌을 사용하려면 1년에 600만 원 정도를 추가로 내야 한다네요.
결국 줌 유료화를 앞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침 네이버가 새로운 서비스를 냈는데요. 학습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라고 합니다. 네이버가 출시한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학습관리, 화상수업, 공동작업 등 원격 수업을 지원합니다. 화상수업 프로그램 '웨일온'을 사용하면 시간제한 없이 최대 50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도 있고… 일단 무료입니다.
4. 미취학 아이들은? 너무 어린 아이들은 화상 수업을 진행하기에 어렵지 않나?
그게 또 생각과는 다릅니다. 미취학 아동, 그러니까 나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듀테크도 열풍이에요. 코로나19 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외부 강사를 적극 활용했었죠. 다양한 체험, 문화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진행할 수가 없죠. 이에 집에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아이가 콘텐츠를 보며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에듀테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운영하고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은 AR 체험 동화 콘텐츠를 선보였어요. 빔 프로젝트를 통해 벽면에 동화 콘텐츠를 재생하고, 모션인식 센서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이 영상과 결합해 화면에 나타납니다. 아이들이 동화 속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죠. 가령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라는 동화에서 아이들은 가상으로 할머니와 함께 팥죽을 만들거나 떡을 만듭니다. 갑자기 침입한 호랑이에게 구운 밤을 던져서 할머니를 친구들과 함께 구하기도 하죠.
다양한 스마트 교구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있는 제품으로 ‘큐브로이드’가 있는데요. 큐브로이드는 블록형태 교구에 모터, 센서, AI 등을 결합해 아이들이 간단하게 코딩하고 직접 교구를 움직이도록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방과후 교육 등에 많이 사용되죠. 큐브로이드는 기존의 블록형 완구들 처럼 창의적인 조립활동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각종 테크 및 교육요소가 결합되어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5. 요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우리 때와는 다른 교육을 받는군.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필수로 설치하는 인공지능 교육 앱이 있다고 합니다. ‘콴다’라는 앱인데요. 그러고보니... 필수로 설치한다는 말이 참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이 앱은 학생들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인공지능이 풀이를 찾아주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와 동영상 강의까지 제공하는데요.이 서비스의 경우 월간 순 이용자 700만 명을 달성했고 6개국 교육 앱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 인공지능이 수학을 대신 풀어준다라… 선생님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거 아냐?
저도 그럴까봐 살짝 두렵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거든요. 음… 말이 좀 이상하네요. 대체한다기 보다, 선생님을 돕는 서비스라고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런 겁니다. “선생님만 잘 따라오면, 3등급은 오를 수 있어. 공부 열심히 하면 성적 오른다니까?”라는 추상적인 말에 데이터를 입히는 겁니다. 데이터 시반 성적 예측 시스템이라고나 할까요.
“귀하의 영어 성적은 4등급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A코스로 공부한다면 6개월 후 3등급, 1년 후에는 1~2등급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만일 B코스를 따를 경우, 좀 더 힘들지만 목표 달성 수치를 3개월 더 앞당길 수 있습니다”라는 형태로 말이죠.
7. 매번 ‘데이터, 데이터’. 인간미가 없어 인간미가. 아, 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도 있나? 우리 아들은 독서실을 자주 이용하는데 말야.
요즘은 독서실이라는 단어보다 ‘스터디 카페’를 많이 사용합니다. 시간제로 운영하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자리 지정과 시간에 따라서 선불을 내고, 이용하는 구조입니다. 뭐, 기존 독서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시설이 좋다고나 할까요. 과거 독서실은 어째 좀… 꽉 막힌 책상 한칸짜리 감옥 같은 느낌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스터디 카페나 도서관 같은 시설 자체를 이용하지 어렵죠. 이에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혼공족’이 많습니다. 그런데, 혼자 공부하면 섭섭하잖아요. 이제는 가상 독서실로 모입니다. 온라인 독서실 앱을 이용해 떨어져 있지만, 같이 공부하는거죠. 지치기 쉬운 혼공족에게 공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겁니다.
오늘 하루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는 앱인데요. 앱에는 현재 공부 중인 전국 고등학생 회원 수와 그들이 공부한 시간이 실시간으로 나타납니다. 제 딸이 수의학을 지망하고 있는데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수험생 그룹인거죠. 다른 회원들이 공부를 시작해 책상 모양 아이콘이 회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면 정신이 번쩍 든다네요. 주황색 아이콘이 ‘공부 중’이라는 표시인거죠. 공부시간이 긴 이용자를 보여 주는 실시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밤새 공부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한 그룹당 최대 50명만 들어갈 수 있기에 시험기간에는 실제 도서관처럼 치열하게 자리 잡기 경쟁도 한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일주일 동안 10시간 이상 또는 3일 연속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강퇴’(강제퇴장)시키는 규칙도 있구요.
비대면 화상채팅으로 얼굴을 맞대는 온라인 독서실도 있습니다. 공부하는 모습을 스스로 인증하는거죠. 타이머만 누르고 공부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네요. 유튜브로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스터디 위드 미’ 영상이나 야간자율학습, 하버드 도서관 등 학습용 ASMR 영상을 틀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볼펜이나 샤프로 종이에 빼곡히 필기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매번 수업마다 나눠주는 문제지도 파일로 내려받아 풀죠. 태블릿PC에서 바로 열고 풀어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종이 문제집 대신 모바일로 어학을 공부하고, 토익을 학습하죠. 이러한 공부 방식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공부하는 맞춤형·적응형 학습으로 MZ세대 학생이 디지털 혁신에 자연스럽게 적응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생각해요. 스마트폰 들고 있다고 무조건 노는 건 아니라고 말이죠. 교육계도 학생의 학습 변화에 맞춰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