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미니LED, 로컬 디밍은 무슨 기술일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요즘엔 기술 발전이 빠르다 보니 나날이 새로운 용어와 개념이 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TV나 모니터를 하나 살 때도 매번 알아야 할 단어가 많다. FHD니 UHD니 HDR이니… 어떻게 공부해서 알아내고 나면 또 새로운 기술과 용어가 나와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미니 LED’니 ‘로컬 디밍’이니 하는 단어가 많이 언급되던데, 이건 또 뭘까?

빛으로 어둠을 표현하는 LCD의 한계 극복하는 ‘디밍’

로컬 디밍을 이해하려면 먼저 LCD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패널이다. 그래서 ‘백라이트 유닛’이라는 조명이 필요하다. 이 조명 앞에 화면을 표현할 때 필요한 여러 기능을 나눠 가지는 편광판, 액정(Liquid Crystal), 컬러필터 등을 겹쳐놓은 게 우리가 쓰는 LCD의 구조다.

액정은 전기 신호에 따라 배열을 바꾸며 통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액정은 전기 신호에 따라 배열을 바꾸며 통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여기서 액정은 빛을 얼마나 통과시킬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액정을 통과한 빛은 컬러필터를 거치면서 색을 표현한다. 컬러필터는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색에 얼마나 빛을 통과시킬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삼원색을 원하는 대로 조합하면 원하는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면에 노란색을 표시하고 싶다면, 빨간색과 초록색을 표현하는 부분에만 빛을 통과시키고, 파란색을 통과하는 빛은 차단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검은색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 모든 빛을 차단하면 된다. 그런데 LCD는 빛을 아무리 차단하려고 해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흔히 ‘빛샘’ 현상이라고 부르는, 검은 화면에 빛이 새어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는 게 그 예다. ‘빛으로 어둠을 표현한다’는 근본적인 모순에서 발생하는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디밍’이다. 디밍이란 건 빛의 밝기를 낮추는 걸 말한다. 짙은 검은색을 표현하고 싶다면 액정으로 빛을 차단할 게 아니라 아예 백라이트 유닛 밝기를 낮춰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이 백라이트 유닛 전체 밝기를 일괄적으로 조절하는 걸 ‘글로벌 디밍’이라고 한다. 예전에 출시된 PC 모니터 중에는 ‘동적 명암비’라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이 많았는데, 어두운 화면에서는 화면 전체를 어둡게, 밝은 화면에서는 화면 전체를 밝게 표현하는 기능이다. 이 ‘동적 명암비’ 기능이 글로벌 디밍의 대표적인 활용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액정으로 백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백라이트 자체를 꺼버리는 게 기본적인 디밍의 원리다 (출처=LG디스플레이 블로그)
액정으로 백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백라이트 자체를 꺼버리는 게 기본적인 디밍의 원리다 (출처=LG디스플레이 블로그)

로컬 디밍은 이 글로벌 디밍이 한층 더 진화한 개념이다. 글로벌 디밍과 달리 화면을 분할해서 특정 부분의 밝기만을 조절할 수 있다.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한 장면에 같이 있을 때, 로컬 디밍을 활용하면 어두운 부분만 밝기를 낮출 수 있다. 이러면 어두운 부분이 빛샘 때문에 희멀겋게 뜨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밤하늘에 달이 빛나는 장면을 담은 화면을 표시할 때를 생각해보자. 로컬 디밍을 활용하면 달빛이 닿지 않는 곳은 칠흑같이 어둡게 표현하면서도, 달은 밝게 표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표현하면서 명암비를 개선할 수 있다. HDR(고명암비) 기술에도 로컬 디밍이 중요한 이유다.

HDR은 현실의 풍부한 색과 명암(빛과 어둠)을 화면에 그대로 담고자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전에는 기술 한계로 촬영, 전송, 송출 모든 과정에서 실제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실보다 못한 화면을 봐야 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현실에 가까운 화면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FHD, UHD 같은 용어로 표현되는 해상도가 화면을 얼마나 자세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HDR은 색상과 명암을 실제와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HDR 효과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TV나 모니터가 색상과 명암을 표현하는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디스플레이의 명암비가 높을수록 HDR 효과도 커진다. 그래서 로컬 디밍을 적용해 명암비를 개선한 제품일수록 HDR을 구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디스플레이 기술 표준을 정하는 협회인 베사(VESA)에서는 TV나 모니터가 HDR 효과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따라서 HDR 400, HDR 500, HDR 600, HDR 1000 등으로 나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HDR 성능도 더 뛰어나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기준인 HDR 400 인증은 글로벌 디밍만으로도 받을 수 있지만, HDR 500 이상 인증을 받으려면 로컬 디밍을 지원해야 한다.

CCFL과 LED, 엣지형과 직하형의 차이는?

로컬 디밍이 가능해진 건 이전보다 백라이트 유닛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화면 밝기를 부분마다 나눠서 조절하려면 백라이트 유닛도 그만큼 잘게 나뉘어 있어야 한다. 2010년대 이전까지는 백라이트에 형광등과 비슷한 원리인 CCFL 조명을 많이 썼다. 생긴 것도 형광등을 닮아 길쭉한 형태인데, 이 CCFL 조명을 여러 개 일렬로 배치한 게 기존 TV나 모니터에서 쓰던 백라이트 유닛이었다. 그러다 보니 화면 특정 부분만 밝기를 조절하는 로컬 디밍이 불가능했다.

백라이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세한 로컬 디밍이 가능해졌다 (출처=LG전자)
백라이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세한 로컬 디밍이 가능해졌다 (출처=LG전자)

반면 최근 출시되는 TV나 모니터는 대부분은 작은 점 형태의 LED 조명을 사용한다. CCFL과 달리 화면 전체에 개별적인 광원을 고르게 배치할 수 있으니, 원하는 부분만 밝기를 조절하는 ‘로컬 디밍’이 가능하다.

다만 LED 백라이트를 쓴 TV나 모니터가 모두 LED 조명을 고르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화면 모서리에만 LED를 배치한 뒤 도광판이란 걸 사용해서 빛을 퍼트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방식을 엣지(Edge)형이라고 한다. 반면, 화면 전체에 LED를 배치한 건 직하(Full Array)형이라고 한다.

엣지형은 화면 모서리, 직하형은 화면 전체에 LED를 배치한다 (출처=LG디스플레이)
엣지형은 화면 모서리, 직하형은 화면 전체에 LED를 배치한다 (출처=LG디스플레이)

엣지형은 만드는 비용도 덜 들고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직하형에 비해 밝기나 색상 표현이 균일하지 못하다. 반대로 직하형은 더 균일한 밝기와 색상을 구현할 수 있지만 가격이 더 비싸다. 그러나 진정한 HDR 효과를 체험하고 싶다면 직하형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광원이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을수록, 로컬 디밍으로 제어할 수 있는 '로컬 디밍 존'도 더 많아진다. 로컬 디밍 존이 많으면 많을수록 HDR 효과도 더 커진다.

LED TV, OLED TV 차이는?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흔히 말하는 LED TV와 OLED TV는 다르다는 것이다. LED TV는 백라이트 유닛으로 LED 조명을 쓴 LCD 패널이고, OLED TV는 패널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뤄진 TV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LCD가 LED를 백라이트 사용하기 때문에 착각할 여지가 적지만, 한창 CCFL에서 LED 방식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비슷한 용어 때문에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참고로, OLED에는 위에서 말한 LCD의 기술적 한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OLED는 LCD와 달리 화면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OLED는 어둠을 표현할 때 화면 소자 자체를 꺼버릴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어둠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구현할 수 있다. 글로벌 디밍, 로컬 디밍을 넘어선 화면 소자 단위의 ‘픽셀 디밍’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OLED에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LCD보다 수율이 떨어지고 생산단가도 높아 가격이 비싸다. 어둠을 표현하는 능력은 LCD보다 월등하지만 반대로 밝기를 표현하는 능력은 LCD보다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OLED 소자의 내구성 한계로 인한 화면 열화(번인) 현상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 발전한 LCD, 미니LED

OLED에도, LCD에도 각각 고유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신소재와 기술을 고안 중이다. 그중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니LED다. 미니LED는 LCD 백라이트에 사용하는 LED를 지금보다 더 작게 만든 것을 말한다.

기존 LCD의 경우, LED 개수가 많아봤자 수천 개 수준이었다면 미니LED를 적용하면 수만 개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 LED가 더 작아지고, 촘촘해지고, 많아진 만큼 밝기를 표현하는 능력도 이전보다 뛰어나고, 로컬 디밍도 더 세세하게 할 수 있으니 어둠을 표현하는 능력도 극대화 할 수 있다.

애플이 지난 4월 발표한 신형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 미니LED 적용으로 LED 백라이트는 1만 개 이상, 로컬 디밍 존은 25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출처=애플코리아)
애플이 지난 4월 발표한 신형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 미니LED 적용으로 LED 백라이트는 1만 개 이상, 로컬 디밍 존은 25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출처=애플코리아)

지난 4월 공개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새 모델에도 미니LED 기술이 적용됐는데, 애플에 따르면 LED는 1만 개 이상, 로컬 디밍 존도 2500개 이상이다. 로컬 디밍 존이 2500개 이상이라는 건 화면 밝기를 분할해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2500개 이상이라는 뜻이다. 기존 LCD 제품들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수준이었다.

‘LED 개수=로컬 디밍 존’이 아닌 건, 로컬 디밍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부품 성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이 컨트롤러 성능도 미니LED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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