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화장품 ODM 코스맥스, '디지털 전환이 곧 제조 혁신'
[IT동아 남시현 기자]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뉴스킨 같은 글로벌 기업의 화장품부터 미샤, 클리오, 더페이스샵, 올리브영 등 국내 유수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미 당신도 코스맥스의 고객이다. 코스맥스(COSMAX)는 생산자 개발방식(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ODM)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연구·개발·생산 기업그룹으로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 세계 20대 뷰티 기업 중 16개 기업을 비롯해 600여 개 뷰티 기업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연간 생산량만 약 20억 개에 달해 전 세계 인구의 1/4가 코스맥스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전 세계 모든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코스맥스 역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코로나 19로 업계 트렌드가 비대면, 개인 맞춤형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등 건강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20년 코스맥스 중국 법인의 전체 매출 70%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했고, 우리나라 역시 매출의 35~40%가 온라인에서 나오면서 변하지 않으면 정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코스맥스가 ‘디지털 코스맥스’로의 대전환을 꿈꾸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올해 코스맥스 그룹은 △ 새로운 공간을 선도하자 △ 새로운 환경과 상생하자 △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자를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고,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내부 관리체계 강화와 온라인 사업 확대를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2021년을 초격차의 원년으로 삼은 코스맥스의 디지털 전략의 배경과 목표가 무엇인지, 코스맥스 조성민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화장품 시장, 빠르면 2~3년 안에 큰 변화온다
코스맥스 조성민 상무는 94년부터 삼성SDS, LG CNS 등을 거친 업계 전문가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에서 10년 간 근무한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3년 전부터는 코스맥스에 합류해 현재 전 계열사에 걸친 백본 시스템 개발 및 관리를 총괄한다. 쉽게 말해서 생산/판매/구매/회계 등 기업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연구소 전용 시스템, 그리고 그룹웨어 등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개발 및 관리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조 상무에게 코로나 19로 변화하는 뷰티 산업과 코스맥스의 대응에 대해 먼저 물어보았다.
조 상무는 “화장품 업계 역시 코로나 19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심리나 환경, 그리고 IT가 접목되면서 화장품 시장 역시 2~3년 안에 큰 변화가 닥칠 것”이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코스맥스는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어떻게 들어가고 생산하는지에 대한 효율적인 지식과 경험, 프로세스가 있었기에 세계 최대 ODM 기업일 수 있었지만, 온라인 시대에서도 지금 그대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디지털 체계로의 변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나온 방안은 맞춤형 처방과 맞춤형 생산 등이 있는데, 최근 코스맥스에서 추진 의사를 밝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의 소비자 맞춤형 화장품이나 디지털 사업본부 신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코스맥스가 디지털 전환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건 코로나 19 때문만은 아니다. 조 상무는 “코스맥스는 3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과 화장품 산업의 조합을 예상해 탑다운 방식으로 관련 교육을 추진해 전통적인 화장품 산업에서 디지털 화장품 산업으로의 진출을 준비해왔다. 올해 1월에는 AI 전문가인 설원희 前 현대차그룹 미래혁신기술센터장을 영입해 고객 빅데이터 기반의 미래 산업 및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사 시스템을 AWS(아마존웹서비스) 기반의 클라우드로 전환해 디지털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가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 보안과 안정성의 이유도 있지만,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상무는 “클라우드 도입 이전, 코스맥스 연구소는 연구 웹을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고, 생산 부문은 SAP ERP를 이용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전 세계 생산 및 개발 부서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해 통합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AWS를 선택한 이유는 AWS가 글로벌 표준 클라우드라고 생각했고, 체계적인 경험이 많아 클라우드 전환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조 상무는 “AWS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기존의 아키텍처를 재구성해서 구축했다. 이중화나 보안 등을 모두 새롭게 했고, 자원을 모니터링하는 도구 등도 포함했다. 덕분에 과거처럼 새로운 서버를 도입할 때마다 매번 구축할 필요 없이 유연하게 서버를 확장하고 축소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라면서, “실제 전환에는 3개월이 소요됐다. 주어진 기간이 짧은 만큼 전 세계 법인과 AWS, 메가존 클라우드가 모두 참여해 예상되는 문제를 모두 사전에 조사해 해결했고, 3개월 만에 전사 마이그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2019년 코스맥스그룹 매출이 2조 원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규모에 비해 대단히 빠른 전환인데, 이에 대해서는 “코스맥스 전 법인의 IT 직원이 밤낮없이 마이그레이션을 수행한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AWS, 인프라 협력 넘어서는 디지털 전환 파트너”
코스맥스의 디지털 전환에 AWS 클라우드가 사용된 건 단순히 클라우드 인프라 때문만은 아니다. 조 상무는 “클라우드 시대로 들어서면서 효율적이고 기민한 조직 문화가 필요한데, AWS 디지털 이노베이션 프로그램(DIP)에 참여해 더 큰 차원의 협력 관계를 그리고 있다”라면서, “AWS가 클라우드 파트너를 넘어서 디지털 전환의 파트너로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AWS DIP는 기업이 클라우드 및 디지털화를 이루고, 이를 활용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실제 기업에서 당면한 과제를 정리해서 풀어보고, 이를 발췌해 워크샵 등을 통해 클라우드 기술로 구현까지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전환이 목표인 기업에서는 AWS의 수행 경험 및 글로벌 시장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서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코스맥스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클라우드 전환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경영 혁신 툴을 도입해 전략을 수립한다. 현재는 전환이 끝났으니 전략을 도입할 차례다. 두 번째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고객 의뢰부터 연구개발, 생산과 품질, 물류에서 어떤 과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대응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사 시스템 통합이다. 코스맥스의 글로벌 법인과 계열사를 원(One) 코스맥스로 표준 시스템을 정리하고, RPA나 협업 툴 등을 도입해 업무 자동화나 효율화를 이뤄낼 예정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조 상무는 “협업 체계 구축, 모바일, 디지털 사업 본부 신설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중 IT 기술 접목에 따른 기대감이 크며, AWS처럼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 순조롭게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올해가 코스맥스 디지털 전환의 시작인 만큼, 앞으로 더 빠르게 성과를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 디지털 전환으로 확장세 키울 것
‘제4차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가 주창된 것은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EF)부터지만, 그 이전에도 디지털화는 진행되어 왔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과 클라우드 같은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기존의 산업에 대한 혁신을 가속한다. 코스맥스 역시 제조업과 연구개발이 중심인 데다가,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4차 산업 혁명의 파도를 그 어느 기업보다 강하게 받고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가 "2021년은 초격차를 위해 주춧돌을 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코스맥스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한 이유도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인 클라우드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만큼, 이전보다도 더 기민한 시장 대응과 전략 수립으로 세계 1위 ODM 화장품 기업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