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HDR 사진? HDR TV? 아직도 헷갈리는 HDR
[IT동아 권택경 기자] TV를 사려고 알아보다 보면 HDR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영상 콘텐츠나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일반 소비자에겐 여전히 어렵고 헷갈리는 개념이다. 제조사 설명이나, 예시 사진을 보면 화질을 더 좋게 만드는 기술이란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기는 힘들다.
먼저, 단어 뜻부터 살펴보자. HDR(High Dynamic Range)은 ‘고명암비’를 뜻한다. 여기서 명암비란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밝기 차이를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어 명암비가 6000:1이라면 TV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은 화면이 가장 어두운 화면보다 6000배 밝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명암비가 높을수록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표현할 수 있다.
HDR은 이 명암 표현 범위를 기존보다 더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우리가 보는 현실은 TV 속 세상보다 훨씬 명암 범위도 넓고, 색상도 풍부하다. 이걸 현실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이 HDR이다. 기존에는 기술의 한계로 현실보다 빛바랜 장면을 봐야만 했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HDR 기술을 활용하려면 TV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HDR을 지원해야 한다.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HDR 지원 영상에는 별도 표시가 뜨는 걸 볼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HDR 카메라로 촬영되는데, 기존 카메라보다 더 넓은 명암 범위를 담을 수 있다. HDR 카메라로 촬영되지 않은 영상이라도 후처리 과정에서 HDR 효과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HDR10, HDR10+, 돌비 비전…HDR 규격이란?
HDR 지원 TV의 스펙을 살펴보면 ‘HDR10’, ‘HDR10+’, ‘돌비 비전’ 등의 용어를 볼 수 있다. 이를 HDR 규격이라고 한다. HDR 콘텐츠들은 TV가 HDR 효과를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게 색상, 밝기, 명암 정보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들을 메타데이터라고 한다. HDR 규격은 이 메타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저장하고, 해석할지를 정해놓은 일종의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
HDR 규격은 현재 표준이 없어서 HDR10+과 돌비 비전이 규격 표준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태다. HDR10+은 삼성전자가 이끄는 UHD 얼라이언스, 돌비 비전은 영상·음향 업체 돌비가 주도하고 있다.
화질만 따지면 돌비 비전이 가장 뛰어나지만 독점 기술이라 제조사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돌비 비전 지원 TV가 좀 더 가격이 비싼 경향이 있다. 반면, HDR10은 기술적으로 좀 더 구현하기가 쉽고, 오픈소스 기술이라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비용도 덜 든다. HDR10+는 이 HDR10의 품질을 좀 더 발전시킨 규격이다.
HDR10은 10비트 컬러, 돌비 비전은 12비트 컬러를 지원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트가 더 높다는 건 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TV 대부분은 10비트 컬러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HDR10로도 충분하지만, 추후 12비트 컬러 TV가 보급되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돌비 비전이 더 미래지향적인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만약 내가 즐기려는 콘텐츠가 돌비 비전 규격이라면 TV도 돌비 비전을 지원해야 HDR 효과를 볼 수 있다.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TV는 대부분 HDR10을 동시 지원하고, 해외 판매 제품 중 일부는 HDR10+도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이런 동시 지원 TV를 구매하는 편이 좀 더 콘텐츠를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사진에서 말하는 HDR은 뭘까?
스마트폰 카메라 앱을 보면 HDR 사진이란 게 있다. TV에서 말하는 HDR은 알겠는데, 사진에서 말하는 HDR은 뭘까? 둘은 같은 걸까? 정답을 말하자면, ‘명암과 색상을 현실과 최대한 가깝게 표현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그 원리나 구현 방식은 다르다.
사진은 얼마나 많은 빛을 필름 혹은 센서에 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지는데, 이를 노출이라고 한다. 어두운 장면을 촬영할 때는 많은 빛을 받아야 하고, 반대로 밝은 장면을 찍을 때는 빛을 적게 받아야 한다. 만약 어두운 장면에서 노출이 부족하면 너무 깜깜하고, 밝은 장면에서 노출이 과하면 너무 밝아서 뭘 찍은 건지 분간도 힘든 사진이 나온다.
그렇다면 만약 한 사진에 어두운 장면과 밝은 장면을 동시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낮에 불 꺼진 방 안에서 방 내부와 창밖 하늘 풍경을 동시에 담는 구도로 사진을 찍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사진을 찍을 때 창 밖 풍경에 노출을 맞추면 방 내부는 노출이 부족해지고, 방 내부에 노출을 맞추면 창 밖 노출이 과해진다. 적당한 중간값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각 부분에 맞는 적절한 노출값으로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을 합치는 거다.
이걸 브라케팅(Bracketing)이라고 한다. 장면 하나를 적정 노출, 노출 과다, 노출 부족 세 장의 사진으로 찍은 뒤 이를 합쳐 최적의 사진 1장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카메라 설정을 바꿔가며 수동으로 브라케팅을 했지만, 최근 나오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은 자동 브라케팅을 지원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