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렌터카와는 달라요, 카셰어링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카셰어링(car sharing)
우리말로 직역하면 ‘차량공유 서비스’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쏘카’나 ‘그린카’ 등을 떠올릴 겁니다.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차량을 빌려주는 서비스. 카셰어링 서비스는 초기에 렌터카와 다른 매력으로 이용자를 모았습니다. 직원을 만나지 않아도 앱을 활용한 스마트키로 색다른 경험도 쌓았죠. 어찌보면 일찍부터 ‘비대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던, 장본인이네요.
카셰어링은 기존 차량구매와 유지보수 등에 필요했던 비용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다소비싼 차량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웠던 사용자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죠.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점을 시사했습니다. 교통 정체와 주차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절감 등 개인과 사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죠.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는 주로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수십, 수백, 수천대의 차량을 운용하고, 개인이 기업의 차량을 빌려 쓰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조금 이색적인 카셰어링 서비스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차량을 빌려주는 거죠. 차량 소유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했다고 가정하죠. 차량 소유자 집 주차장에는 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겁니다. 이 차량을 빌려주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떨까요?
‘기업 : 개인’이 아닌, ‘개인 : 개인’의 카셰어링 말입니다.
주변 차량을 빌려 쓰는, Car Next Door
호주의 카셰어링 서비스 제공 기업 ‘CarNextDoor’는 성공적인 P2P 카셰어링 서비스 모델을 선보인 기업입니다. 지난 2013년 설립한 Car Next Door는 현재 호주 내 시드니와 멜버른을 포함, 총 7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설립 이후 총 26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용건수는 69만 번을 넘어섰습니다. P2P 카셰어링 서비스 중에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거뒀죠.
지난 2019년에는 현대자동차와 하이브리드및 전기차 공급에 대한 파트너쉽을 맺기도 했죠. Car Next Door가 선보인 카셰어링 서비스는 개인 : 개인의 차량공유라는 점입니다.
정말 개인이 타인의 차량을 빌려 탄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P2P 카셰어링은 말 그대로 ‘Peer-to-Peer’, 개인 대 개인으로 차량을 공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대중교통이 발달했어도 가끔은 멀리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잖아요? 그런데, 택시 타고 가기에는 멀고, 버스 타고 가기에는 좀 불편하고…. 편하게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싶을 때, 있잖아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 구매는 집 앞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 사는 것과 영 다르죠. 가격도 가격이지만, 유지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문제는 자동차를 사도 매일 타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쉬고 싶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을 때도 있죠.
‘지금 사용하지 않는 내 자동차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면?’ 빌리는 사람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빌려주는 사람은 유휴 시간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나요?
Car Next Door는 모바일(앱, 웹)과 PC(웹)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차량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등록 신청’을 합니다. 그러면 등록 기술자가 나가 차량 소유자 차량에 ‘lockbox’나 ‘GPS 장치’, ‘지불용 태그’ 등을 설치합니다. 이렇게 등록된 차량은 Car Next Door 보험에 자동 가입되죠. 여기까지 1단계 등록 과정입니다.
이후 차량 소유자가 앱이나 웹에서 자신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설정합니다. 이제부터 주변에서 차량을 빌리려는 이용자들에게 공개됩니다. 차량을 빌려주면서 얻는 수익은 한달에 한번 지급 받습니다. 통행료나 연료, 보험 등의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받는다고 하네요.
차량을 빌리려는 이용자는 Car Next Door 계정을 만든 뒤, 면허증 사진을 올려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차량을 빌릴 때, 위치와 대여 날짜, 반환 날짜 등을 입력하고, 주변 자동차를 검색한 다음, 마음에 드는 차를 빌리면 됩니다. 예약하고 난 뒤에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인증 코드를 입력하거나 앱 스마트키 등으로 차량을 이용하면 됩니다. 차량 대여는 짧은 시간 단위로 세세하게 예약할 수 있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만일 내 차를 빌려줬는데 빌리는 사람이 험하게 다루거나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요?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망설여지데요.
맞습니다. P2P 카셰어링 서비스가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 중하나입니다. 바로 신뢰의 문제이죠. 아는 지인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차를 빌려준다? 어렵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행여나 흡연자가 내 차를 빌려가 담배라도 피웠다면? 사고? 차량 도난? 아찔한 문제들입니다.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 차를 읽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큽니다. 즉, 그 리스크만큼 돈을 받아야겠죠.
빌리는 사람도 입장은 난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죠. 사진으로 본 차량이 마음에 들어 예약하고 현장에 방문했더니, 차 안에서 냄새가 나는 겁니다. 보조석에는 낯선, 아무리봐도 쓰레기로 불러도 무방한 물체가 떡하니 있는거죠.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보장할 거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개인 대 개인의 거래는, 이러한 신뢰를 답보하기 어렵죠.
등록 차량을 모두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에서도 위생과 청결에 관련된 문제제기는 수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P2P 카셰어링 서비스는 공유차량을 기업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 서비스가 꽤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이죠? Car Next Door가 호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요?
Car Next Door 역시 고민했습니다.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을 보장해야 했죠. 가장 먼저 보험 가입 의무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등록 차량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추적장치를 달았죠. 마치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처럼 대여자가 이용 전과 후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는 과정도 거칩니다.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기 시작했죠. 차량 소유자와 대여자가 각각 서로에 대한 평가를 남길 수 있는 포럼도 제작했습니다.
국내와 호주의 다른 차량 이용 방식도 한 몫했습니다. 호주에서는 통계적으로 수백만 대에 달하는 차량이 96% 정도 멈춰 서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서있는 차량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차량 소유자들이 매력을 느꼈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는 이러한 P2P 카셰어링 모델이 성공하기가 어려울까요? 비슷한 시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P2P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시도했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카모니’라는 업체가 국내 최초로 개인간 유휴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했었죠. 2018년에는 ‘큐브카’라는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규제의 문턱이 높았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자가용을 유상으로 임대해서는 안된다’는 법령이 발목을 잡았죠.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는 언제나 규제와의 관계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법이죠.
다만, 예상컨대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쏘카가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죠. ‘제로 카셰어링’에 이어 ‘쏘카 페어링’이라는 서비스입니다. 아파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P2P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도한 ‘타운카’라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 진출을 꿈꾸는 업체에게 P2P 카셰어링 서비스는 매력적인 모델입니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차량을 공유하는 형태는, 업체가 직접 자동차를 구매해야 하는 초기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ICT 기술을 적용, 차량 소유자와 대여자간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술만 확보할 수 있다면, 국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는 차량이 없는 사람 즉, 대여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P2P 카셰어링 서비스는 대여자뿐만 아니라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소유자에게도 수익을 제공하죠. 어차피 놀고 있는 내 차로,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매력적인 모델이죠.
앞서 언급했지만, 공유차량 활성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도자해결할 수 있습니다. 주차난 해소, 이산화탄소 절감 등 요즘 트렌드와도 잘 맞죠.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도 사용자간 신뢰를 확보한 P2P 카셰어링 업체가 등장할 수 있을지…, 살짝 기대하는 중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