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현대차, "충전소 이용불가는 테슬라 책임"
[IT동아 정연호 기자] 빠르게 확산되는 전기차 산업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전기차 충전소’다. 충전소가 없어서 충전하는데 불편하다는 불만이 계속 나온다. 충전이 안되면 전기차는 무용지물이니, 운전자 입장에선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여기에, 테슬라 차량 운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초고속충전기 'E-Pit(이핏)'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접한 테슬라 운전자의 항의가 들끓었다.
E-pit은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구축한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기다. 출력량은 국내 최고 수준인 350kW급이고, 기존 충전 시설보다 전기차 충전시간을 50% 단축한다. 현대차 브랜드 전기차 기준으로 18분 만에 80%가 충전된다. 전국 고속도로에 72개가 설치되었으며, 타사 전기차 이용자에게도 개방된다.
하지만, 테슬라 운전자는 E-Pit을 사용하지 못한다. 현대차가 밝힌 입장에 따르면, E-Pit으로 테슬라 차량을 충전하려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차에는 국내 전기차 충전규격 표준인 'DC-1콤보'에 맞지 않는 독자 규격을 적용돼서, 어댑터를 사용해야 E-Pit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댑터는 제조/관리 실수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충전기에 연결되면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E-Pit과 호환 문제가 없는 DC-1콤보 규격을 채택한 전기차는 제조사와 관계없이 충전소 이용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E-Pit 충전소 이용 기준은 자신들이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속 충전소 E-Pit를 지을 때 정부 보조금 없이 모든 비용을 현대차가 부담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는 휴게소 충전소 설치 부지에 대한 도로 점용/전기차 충전소 영업권 비용도 한국도로공사에 지불한다.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가기술표준원에 DC-1콤보 어댑터 KC 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평가 접수를 했다. 현대차는 테슬라가 KC인증을 받아 안전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이용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명해도 불신의 눈길
입장을 밝혔음에도, 현대차는 여전히 의심을 받는 처지다. 전기차 시장 경쟁자인 테슬라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원주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공학부 최영석 교수는 “테슬라를 배제할 의도였으면, 테슬라 운전자만 요금을 다르게 받거나, 현대차 운전자에게만 특별 혜택을 줬어도 될 문제”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또한, “현대차가 테슬라를 위해서, E-Pit 이용 시 KC 인증을 받지 않은 충전 어댑터를 허용하며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350kW는 상당히 고전압이라서, 어댑터에 먼지나 모래가 껴있으면 접촉 부위가 용접되거나 화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고 책임은 누가 지는지에 대한 문제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입장이 상황 면피용 변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테슬라에게 있다는 뜻이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어댑터 KC 인증을 미루며 고객편의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것.
또한, 이 교수는 정부와 현대차가 테슬라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은 억지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 정부에서 친환경차 충전소 설치를 위해, 국내 운전자가 늘고 있는 테슬라에게도 요구사항을 몇 번이나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은 건 테슬라”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테슬라가 KC 인증을 받아도 현대차는 여전히 E-Pit 이용을 막을 거란 예측에 대해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며, 현대차도 KC 인증을 받은 충전 어댑터까지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 교수는 충전소로 인한 경쟁은 앞으로 벌어질 경쟁의 서막이라고 말한다. 충전소는 전기차 산업 승자를 가르는 중요 변수 중 하나다. 이미 전기차는 제조사와 관계없이, 기능과 성능 면에선 엇비슷하다. 결국 얼마나 빨리 전기차를 충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 충전소가 많아질수록, 현대차 브랜드 전기차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충전소에 최적화된 현대차 전기차 충전시간이 다른 차에 비해 빠르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