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LG 스마트폰,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이제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안 만든다며?
LG전자가 휴대전화 제조사업을 26년만에 완전히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4월 5일, 이사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업부 사업 종료를 확정했어요. 올해 1월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결국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로써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시작한 LG의 휴대전화 사업은 2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오는 2021년 7월 31일자로 휴대전화 생산과 판매를 종료하기로 확정했네요.
2. 7월 31일로 종료하는군. 기억하기로 스마트폰 이전에는 인기 많았었는데?
맞습니다.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3위까지도 차지했었죠.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난 1995년부터 LG정보통신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하며 첫 브랜드 ‘화통’을 시작으로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싸이언’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출시한 초콜릿폰(모델명 LG-SV590, LG-KV59 00, LG-LP5900)은 LG전자 휴대전화 영광의 제품이기도 했죠. 당해 11월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지 1년 반만인 2006년 4월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었습니다. LG전자 휴대전화 중 처음으로 ‘텐밀리언셀러’를 달성했죠. 2006년 한 해동안 판매한 LG전자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 2,650만 대 가운데 27%인 650만 대가 초콜릿폰일 정도였어요. 이후 샤인폰, 프라다폰 등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피처폰 시절에는 이색적인 마케팅으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상소문폰’이라는 ‘LG 롤러블’까지 발표하면서 기대를 많이 받았죠. 개인적으로도 LG 롤러블 발표에는 관심이 많았었는데… 아쉽습니다.
3. 철수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였는데? …안팔려서?
맞습니다. 23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액은 5조 원을 기록했어요.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결단한 셈입니다. 2015년 2분기부터 지난 2020년 4분기까지…, 거의 6년이라는 긴 시간이죠. 2015년 여름부터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사업 철수 발표 이전에는 휴대전화 사업을 팔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어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 두 기업의 경쟁 구도가 워낙 강합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죠. 어떻게 보면 LG전자가 여러 제품을 선보이면서 다변화 전략을 취했고, 해외 시장에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했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지금과 같네요.
4. 피처폰 시절, LG전자 참 좋았었네. 궁금하다. 그랬던 LG전자가 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신걸까?
‘너무 잘 나가서?’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LG전자 휴대전화 성공의 상징, ‘초콜릿폰에 너무 취해 있었다’라고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알렸죠. 그런데, 당시 LG전자는 이 흐름을 외면했습니다. 지난주 다뤘던 싸이월드도 모바일 시장을 외면하면서 실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네요. 전세계 휴대전화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눈여겨 보고 있을 때인 2009년 9월 뉴초콜릿폰, 2010년 2월 롤리팝2를 출시하기도 했죠. 잘못된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시점에 LG전자뿐만 아니라 노키아라든지 블랙베리도 있었습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도 LG전자와 비슷한 선택의 결과를 지금 받아들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계속 혁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는 혁신하려는 노력이 발목을 잡았어요.
경쟁상대가 피처폰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으로 바뀐거잖아요. 최소한 두 제조사의 제품과는 다른, 무언가를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시도해야했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첫 모듈폰으로 발표했던 ‘G5’가 있습니다. 마치 부품을 조립하듯, G5용 모듈을 바꿔 조립해 새로운 기능을 강화했었죠. 카메라처럼 바뀌고, 뛰어난 음질을 제공하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도록 제공한거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G5 다음 모델인 G6에는 이 다양한 모듈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혁신을 시도했는데, 이를 안정화하고 유지할 여력이 부족했죠. 그 다음 모델로 이어지지 않고 없어져 버리니깐…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은 각 제조사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앱을 지속해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단지 전화 걸고 문자만 보내지 않잖아요. 연속해서 사용하는 앱, 그러니까 기능을 필요로 하는데… G5는 이 점이 부족했습니다.
연속성의 문제였어요. 정말 참신한 시도도 있었지만.. 그 시도들이 아쉬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연구개발은 많이 했지만,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장기화되면서 사업 철수로 이어진 것이죠.
5. 그럼 앞으로 LG 스마트폰 구매한 사람들은 어디서 수리 받아야 해?
‘질서있는 퇴진’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7월 31일 모바일 사업을 종료해도, 전국 서비스센터와 베스트샵 등을 통해 기존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A/S)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국내 이용자 수는 5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데요. 우선 AS를 스마트폰 제조일로부터 최소 4년까지 지원합니다. 전국 120여 서비스 센터도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죠.
아, LG전자는 이동통신사업자 등과 약속한 거래도 있기에 오는 5월 말까지 스마트폰을 계속 생산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가 ‘재고떨이’에 나서면서 사실상 ‘공짜폰’으로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고 있죠.
스마트폰 A/S는 깨진 화면을 바꾸거나 떨어진 버튼을 바꿔주는 물리적 손상도 있지만, 운영체제(OS) 업데이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도 포함합니다. 만약 제 때 OS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자주 사용하던 앱을 이용 못할 수도 있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OS 지원 기간은 기존 프리미엄 모델 2년, 일부 보급형 모델 1년에서 각 1년씩 추가해 프리미엄 모델 3년, 일부 보급형 모델 2년으로 연장했어요.
이에 따라 지난해 출시한 LG 벨벳과 LG 윙은 2023년까지 OS 업데이트를 지원합니다. 보통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 안팎임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신제품을 구매해도 문제없을 거라는 뜻이죠. 또한, 배터리, 충전기, 전원 케이블, 이어폰 등과 같은 소모품도 서비스센터 등에서 계속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가별 기준과 법령에 따라 A/S를 동일하게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그리고 2017년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 ‘LG 페이’는 미국에서 연내에 서비스를 종료하지만, 국내에서는 향후 3년간 유지한다고 전했습니다.
6. 7월 31일까지만 판매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 발생하는 재고들은 어떻게 처리하려나?
아마도… ‘공짜폰’이 많이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특이한 상황이 펼쳐진답니다. ‘스마트폰 철수’ 소식 이후로 오히려 LG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고 있다네요? A/S도 계속 받을 수 있고, 가격은 저렴하고… 그래서 구매한답니다. 실제 고시 지원금은 2배 가까이 상향했죠.
재미난 점은 또 있습니다. 첫 번째, 삼성전자가 LG 스마트폰을 포함한 보상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보통 보상판매는 자사 제품에 대해서만 적용하죠. 여기에 슬쩍 LG 스마트폰을 포함시킨 겁니다. LG 스마트폰 사용자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LG 그룹 내부 이야기입니다. ‘LG 그룹 직원들은 이제 어떤 스마트폰을 쓸까요?’라는 다소 재미있는 주제인데요.
작년까지 필자는 LG유플러스에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무조건 LG전자 스마트폰만 사용할 수 있었어요. 저도 궁금했기에, 이전 동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번 철수 소식 이후 아이폰으로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LG 이노텍 등이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만큼, 아이폰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네요.
저 같은경우도 아이폰을 쓰기위해 개인폰과 업무폰을 따로 사용했었는데요. 예상컨대, LG 스마트폰만 사용해야 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LG 그룹 내에서 아이폰 12 프로 맥스는 외면하고 있답니다. 해당 모델은 삼성전자의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네요.
7. LG전자에서 스마트폰 만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
약 3,000명 정도됩니다. 휴대전화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관련 직원들은 전원 고용을 유지합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해당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MC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앞으로 회사 내 다른 사업본부 또는 LG 그룹 계열사 배치에 대한 설명회를 알린다고 하네요. 1~2주간 고민한 뒤, 원하는 근무지를 6지망까지 적어 낼 수 있답니다.
보통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계열사로 전배 갈 수 있겠고. 2015년 스마트폰 담당하는 MC 본부가 힘들어지기 시작할 때도 LG유플러스로 200명 정도 전배왔었어요. 필자가 당시 LG유플러스를 다녀서 잘 알고 있습니다. 예상이지만, 상당수가 가전,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등으로 분산 재배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은 정리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 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죠. 때문에 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미입니다. LG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한 핵심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IP), 특허 등을 내재화해 AI(인공지능) 솔루션과 로봇, 자동차 전장 사업 및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면서 이전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랍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8.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애플’이 전부 다 차지할 수도 있겠네.
해외에서는 이제 LG전자가 차지하던 시장점유율을 중국 제조사들이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난 2020년 LG전자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했던 시장점유율은 14.7%였는데요. 삼성전자(33.7%)와 애플(30.2%)에 이어 3위였습니다. 꽤 높죠.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삼성전자에게 호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꾸준하게 늘리는 중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아무래도 중국 스마트폰에 반감을 가지고 있잖아요. 지금도 ‘삼성 아니면 애플’인 상황이죠. 이번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보면서, ‘세상에 영원한 1위는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경쟁 체계와 사건이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네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