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와이파이6로 진화한 기업용 메시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프로 SXK80
[IT동아 김영우 기자] 편집부에서 여러가지 공유기를 접해 봤지만 그 중에서도 첫인상이 가장 강렬했던 건 2017년에 나온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였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메시(Mesh) 기술을 탑재, 복수의 AP 유닛을 적소에 설치해 와이파이 범위를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분신술’을 쓰는 공유기였다. 그리고 뒤이어 출시된 ‘오르비 프로(Orbi Pro)’는 기존 오르비의 메시 기술에 더해 한층 강화된 무선 성능 및 부가기능이 인상적인 제품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신형 오르비 프로(SXK80)는 시리즈 특유의 메시 기술과 더불어 와이파이6(WIFI 6, 802.11ax) 기술을 더해 AX6000급의 강력한 무선 성능을 실현했으며 2.5G WAN 포트를 비롯한 유선 성능까지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넓은 공간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와이파이 환경을 구현해야 하는 SOHO 기업 및 매장에서 주목할 만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제품 디자인 및 패키지 구성
오르비 프로 SKX80는 이전 제품과 같이 1차적으로 외부 인터넷을 연결해 주변에 유무선 접속 영역을 형성하는 라우터 유닛, 그리고 라우터에서 신호를 받아 주변에 다시 이를 뿌리는 새틀라이트 유닛으로 구성된다. SXK80 기본 세트는 1(라우터) + 1(새틀라이트) 구성이지만 별도로 새틀라이트 유닛을 추가 구매(최대 6대 구성)해 한층 더 넓은 와이파이 핫스팟 공간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 패키지에는 본체 유닛 2대와 더불어 벽걸이 설치용 월마운트 및 나사, 그리고 2미터의 이더넷 케이블과 전원 어댑터가 함께 제공된다. 월마운트는 2단 구성이라 벽에 설치한 후에도 나사를 풀 필요 없이 오르비 본체만 따로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얼핏 보기에 라우터와 새틀라이트의 디자인은 거의 같아 보이지만 유선 포트의 구성이 다르다. 라우터는 외부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는 WAN 포트 1개에 주변 단말기(데스크톱, 노트북 등)을 유선 연결하는 LAN 포트 4개로 구성된다. 반면 새틀라이트는 LAN 포트만 5개를 갖췄다. 라우터에는 PC 4대, 새틀라이트에는 PC 5대를 유선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포트가 1Gbps 대역폭을 지원하는 기가비트(gigabit) 규격이지만 라우터의 WAN 포트 및 새틀라이트의 1번 LAN 포트는 2.5G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을 지원한다 그 외에 라우터 1, 2번 LAN 포트, 그리고 새틀라이트의 2, 3번 포트를 조합해 네트워크 대역폭을 높이는 링크 어그리게이션(Link Aggregation) 기술도 지원한다. 무선 성능이 높은 제품인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유선 성능 역시 강화했다.
유선 인터넷 1개로 복수의 와이파이 핫스팟 생성하는 메시 기술
오르비 프로 SXK80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메시 기능 지원이다. 유선 인터넷 케이블이 1개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 공유기라면 1개의 와이파이 핫스팟 밖에 생성하지 못한다. 인터넷 케이블이 여럿 있어 복수의 공유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좀 더 넓은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하면 각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와이파이 SSID(접속목록)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 기능을 탑재한 오르비 시리즈는 1개의 인터넷 케이블 만으로도 충분하다. 라우터에만 인터넷 케이블을 꽂더라도 나머지 새틀라이트는 라우터에서 전송되는 와이파이 신호를 중개해 주변에 또다른 와이파이 핫스팟을 생성한다. 그리고 새틀라이트를 여러 대(최대 6대) 이용하더라도 모두 동일한 SSID를 이용하므로 각 구역을 이동하더라도 SSID 전환을 할 필요 없이 끊김 없는 접속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무선뿐 아니라 유선 연결도 지원하므로 와이파이 기능이 없는 데스크톱을 이용하더라도 안심이다. 1층에는 라우터, 2층에는 새틀라이트를 설치하는 식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넷기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오르비 프로 SXK80 기본 세트의 최대 와이파이 범위는 350제곱미터(약 105평)에 달한다.
AX6000급의 강력한 와이파이 성능
이에 더해 오르비 프로 SXK80는 와이파이6 기술을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와이파이6는 기존의 와이파이5(802.11ac) 규격에 비해 최대 접속속도가 향상된 것 외에 외에 체감적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응답속도, 그리고 동시에 여러 기기가 접속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지연시간 역시 개선된 것도 와이파이6의 장점이다.
직렬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여러 기기의 데이터가 동시 전송되는 상황에선 지연 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와이파이5와 달리 와이파이6는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지원, 여러 기기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처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용자 수가 늘더라도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하다.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오르비 프로 SXK80는 유닛당 최대 60명, 여러 대의 새틀라이트를 이용할 경우 최대 256명까지 접속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공유기는 커버리지 면에서 유리한 2.4GHz 와이파이와 최대 속도 면에서 유리한 5GHz 와이파이를 동시에 제공하는 ‘듀얼 밴드’ 사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르비 프로 SXK80는 여기에 더해 AP끼리(라우터, 새틀라이트)의 원활한 통신을 위한 전용 5GHz 대역이 추가된 ‘트라이 밴드’ 사양이다. 유닛간 전용 밴드는 최대 2.4Gbps 대역폭을 지원한다. 이는 유닛간 통신을 하기 위한 전용 밴드이므로 와이파이에 접속한 단말기가 많더라도 속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무선 인터넷 접속 속도도 우수하다. 2.4GHz에서 최대 1.2Gbps, 5GHz에서 최대 2.4Gbps의 고속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하다. 2.4GHz 접속속도만 해도 어지간한 공유기의 5HGz 와이파이보다 빠르다. 아직 시중에 이 정도의 고속 접속을 지원하는 와이파이6 지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물론 와이파이5나 와이파이4 등의 기존 규격 단말기도 하위 호환은 된다. 단지 공유기의 최대 성능을 이용하지 못할 뿐이다.
2.2GHz로 구동하는 쿼드코어 프로세서 및 1GB 메모리, 그리고 512MB의 플래시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는 등 내부 사양도 양호하다. 이는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나거나 4K급 동영상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등의 트래픽 부담이 큰 작업을 할 때 유리한 조건이다.
제품 설치 및 이용
제품의 설치 방법은 다른 공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라우터에 전원 및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한 후 연결된 PC의 웹 브라우저에 공유기의 IP나 넷기어 공유기전용 URL(사용 설명서 참조)을 입력하면 초기 설정 마법사가 등장하니 이를 따르면 된다. 이 과정에서 새틀라이트의 연동도 이루어진다. 만약 PC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넷기어 전용 모바일 앱인 ‘인사이트(Insight)’를 실행하면 마찬가지로 같은 기능을 쓸 수 있다. 넷기어 인사이트 앱은 초기 설치 및 설정 변경뿐 아니라 넷기어 계정을 통한 원격 제어 및 모니터링 기능도 제공하므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제품에 접근해 관리가 가능하다.
오르비 프로 SXK80의 내부 설정메뉴에선 공유기 및 접속 단말기의 상태 모니터링, 와이파이 암호 변경, 게스트 와이파이 이용 설정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게스트 와이파이 기능은 일종의 간이 와이파이용 SSID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공유기 내부 설정 메뉴에 접근하거나 같은 공유기에 접속한 사용자끼리의 엑세스 등은 차단할 수 있다. 카페와 같이 외부 손님들이 많이 오는 장소에서 유용하다.
그리고 게스트 SSID 외에 일반 와이파이 SSID를 3개까지 동시에 생성해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기업에서 쓴다면 부서별로 구분된 SSID를 지정해 각자 네트워크를 공유해 협업(파일 공유 등)하는 용도로 이용할 만하다.
기존 공유기는 2.4GHz 와이파이와 5GHz용 와이파이의 SSID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 어느 쪽에 접속해야 할지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오르비 프로 SXK80는 이 두 SSID를 하나로 통합해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곳에서는 속도가 빠른 5GHz 와이파이를, 신호가 약한 곳에서는 커버리지가 넓은 2.4GHz 와이파이로 자동 전환되어 이용할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그 외에도 사내망을 구축할 수 있는 VPN, 인터넷 속도 측정 등, 기업이나 전문가들에게 유용한 고급 기능도 다수 지원한다. 그리고 이런 대부분의 기능을 넷기어 인사이트 모바일 앱에서도 원격으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업 및 매장의 경쟁력 높이는 강력한 와이파이 솔루션
넷기어 오르비 프로 SXK80는 디자인이나 콘셉트 면에서 일반적인 공유기와 자못 다른 점이 많지만 공유기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유무선 네트워크 성능 면에선 그 어떤 제품보다도 충실한 제품이다. 1+1 구성의 기존 세트만으로도 2층짜리 집이나 수십 평 규모의 사무실 하나를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와이파이 커버리지가 우수하며, 새틀라이트를 추가하면 어지간한 꼬마빌딩 한 채를 인터넷 회선 1개로 모두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와이파이6 기술의 지원으로 인해 AX6000급의 최상위급 속도를 구현했으며 향후 등장할 최신 와이파이 기기의 성능을 온전히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제품의 가치를 더하는 부분이다. USB 저장장치 접속 기능이나 게이밍 특화 기능 같은 일부 특수 기능을 지원하지 않지만 이 제품의 주요 타겟이 사무실이나 매장 등의 기업 고객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넷기어 오르비 프로 SXK80 1+1 기본 세트는 2021년 4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89만 2,000원에 팔리고 있으며 추가용 새틀라이트(SXS80)는 개당 51만원이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가격까지 고려해 봤을 때 가정보다는 기업에서 이용했을 때 한층 높은 효용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