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만 쏠린 유튜브 시청, 이제 다른 관점도 필요한 때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 =유튜브
출처 =유튜브

유튜브는 족집게처럼 영상을 추천한다. 추천 영상을 보면 나보다 유튜브가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을 추천할 때 기계학습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 맞춤 영상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고리즘'은 이를 테면, 외출할 때 자동차 키를 찾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우선 평소에 자동차 키를 놓는 곳을 확인한다. 항상 놔두는 곳에 열쇠가 없으면 마지막 외출 때 입은 외투 주머니를 찾아본다. 그러면 키가 나온다.

기계학습, 출처=셔터스톡
기계학습, 출처=셔터스톡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때 따르는 규칙이 ‘알고리즘’이다. 유튜브의 영상 추천 기능은 유튜브가 설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한다. 여기서 기계(인공지능)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계학습(머신러닝)'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하면, 인간이 파악하지 못한 변수간 연관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계학습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면 ‘마블’ 영화를 본 이용자가 다른 ‘히어로물’ 영상을 볼 확률이 높다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알고리즘에 따라, 영상을 본 이용자의 추천목록엔 히어로 액션 영상이 뜰 것이다.

유튜브의 명과 ‘암’

그러나, 유튜브 ‘추천 영상’ 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도 추천하기 때문이다.

유튜브키즈 출처=유튜브
유튜브키즈 출처=유튜브

유튜브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해 콘텐츠를 제외하는 ‘유튜브 키즈’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유튜브 키즈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엘사’를 선정적으로 그린 영상을 볼 수 있으며, 추천 목록에 유사한 성인콘텐츠가 계속 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유튜브는 잘못을 사과하고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해 영상 필터링을 강화했다.

이용자가 알고리즘이 필터링한 하나의 관점에 갇히는 ‘필터버블’ 현상도 문제다. 유튜브 이용자는 유튜브 시청시간의 70%를 알고리즘 추천영상을 보는 데 쓴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개인별 시청기록을 기반으로, 이용자 가치관에 편향된 영상을 계속 추천한다. 정치적으로 진보성 콘텐츠를 보면 알고리즘은 진보성 콘텐츠만 추천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한가지 관점만 접하면서 그 가치관은 강화되고, 다른 의견은 무시하는 ‘확증 편향’ 문제가 심각해졌다. 특히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성별/국제/사상/인종/빈부격차 이슈에서 확증편향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진다. 자신과 다른 관점을 비난하면서 대화를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자체가 어려워졌다. 다양한 관점을 두루 살피지 못하며 한가지 관점에만 매몰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추천영상을 보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알고리즘은 영상 검색 결과의 순서도 이용자 정보에 맞춰 조정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볼 가능성이 큰 영상이 상위 검색창에 올라간다.

필터 ‘버블’을 깨고 밖으로

하나의 관점에 갇히는 필터버블, 출처=셔터스톡
하나의 관점에 갇히는 필터버블, 출처=셔터스톡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심재웅 교수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편향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심 교수는 “이용자들은 콘텐츠가 혐오적이거나 혹은 편향적임에도 이를 소비하며, 제작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용자 편향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유튜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튜브는 검색결과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우선 노출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편향적인 시청을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이다.

유튜브에도 이용자가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에서 필터버블을 깨기 위한 시도가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리드 어크로스 디 아일'(Read Across the Aisle)’ 앱은 다양한 언론사에서 기사를 받아, 앱 이용자가 어떤 출처의 뉴스를 얼마나 읽는지 분석한다. 이용자가 한쪽 성향에 지나치게 치우쳤다고 판단하면, 반대성향의 기사도 읽기를 권고하는 메시지가 뜬다.

영국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은 특정 주제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을 설명하고, 월스트릿 저널은 ‘'블루 피드, 레드 피드'에서 진보와 보수의 의견을 함께 보여준다. 국내에선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사설 속으로’라는 코너에서 한 주제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각각의 의견을 균형있게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서 이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형성한다. 앞서 말했듯이, 유튜브가 ‘필터버블’의 진원지가 된다면 사회적인 피해가 커질수밖에 없다. 그만큼 유튜브도 이용자들이 다양한 관점에 노출되는 환경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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